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기업예금 잔액은 425조8778억원으로 1년 전보다 6.8% 증가했다.
최근 경제이론과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전체 경제에서 가계는 저축의 주체이며 금융기관이 가계 저축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투자의 주체인 기업이 이를 빌려 생산시설을 확충하거나 건물 건설 등에 쓴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이론과 반대로 국민소득 중에서 기업 비중이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계의 경우 대출까지 받아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자산을 묶고 있고 고령화 때문에 저축 통계로 잡히지 않는 보험사 퇴직연금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소비나 저축으로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는 총소득인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기업 비중이 2000년 14.2%에서 가장 최근 자료인 2017년 20.2%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계 몫은 62.9%에서 56.0%로 떨어졌다. 2017년 들어 기업(4.0%)·가계(3.3%) 예금 증가율 격차가 0.7%포인트로 좁혀지는 듯했으나 지난해 다시 벌어졌다.
기업예금 증가율은 2015년부터 가계를 앞섰다. 기업예금 증가율은 2014년 3.4%에서 2015년 8.3%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 예금 증가율은 같은 기간 5.7%에서 5.4%로 소폭 떨어지며 가계·기업 예금 증가율 간 역전 현상이 빚어졌다. 2016년에는 기업예금 증가율이 10.2%로 확대했지만 가계 증가율은 3.8%로 하락하며 역전 폭이 확대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기업저축이 늘어나는 것은 기업이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해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며 "신성장 산업 육성 등 새로운 산업 정책으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현주 기자 han09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