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원대 비용 부담 ‘외면’…“왜 해야 하나” ESG 인식도 낮아
정부, 올 4분기 ESG 로드맵 마련…2025년에는 의무화 될 듯
정부, 올 4분기 ESG 로드맵 마련…2025년에는 의무화 될 듯

우리나라 보험사 중 25%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종합 백서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 SR보고서)를 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대형 보험사들은 매년 ESG 활동을 늘려왔지만 중소형사들은 표면적으로 ESG 경영을 추구하면서도 구체적인 보고서 발간에는 소극적이서 양극화가 심각하다. 당장 정부가 오는 2025년부터 ESG 정보공시 의무화를 시행하데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대한 일부 보험사의 대응이 지연되고 있다.
22일 본지 취재결과 국내 보험사(생명·손해보험) 24개사 중 25%에 해당하는 6개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다. 생보사 중에선 KDB생명과 DB생명 2개사, 손보사 중에선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 흥국화재, SGI서울보증 등 4개사가 보고서를 미발간했다. 상장을 앞둔 SGI서울보증은 내년 상반기 중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환경, 노동, 인권 수준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종합 백서다. 보고서 발간을 통해 주주와 고객, 종업원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해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책임경영 의지를 강조한다.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전 세계적인 과제로 부상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ESG 정보를 담은 보고서 발간이 잇따르는 추세다.
데이터만 정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보고서는 지속가능경영 국제 가이드라인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기준에 맞춰야 하고, 재무정보는 회계 감사를 받은 데이터야 한다. 비재무정보 역시 제 3자 검증기관인 한국표준협회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아예 ESG 전담부서를 구성하지 않는 이상, 발간 작업에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중소형 보험사 한 관계자는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이 단순히 PDF만 만들면 되는 수준이 아니다”면서 “외부감사도 커져야 하고 내부 절차도 많다 보니, 하나 발간하는데 비용적인 측면에서 수억 원 이상 예산이 소요된다. 발간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가 보고서를 만들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인식 자체도 문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 작성한다고 해서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서 굳이 높은 비용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보고서를 꾸준히 발간한다고 해서 수익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의무도 아니고, 굳이 지금 상황에서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도 있다”면서 “의무화 되면 그때서야 발간에 나서는 중소형사가 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보험업계 ESG 공시는 향후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의무화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4분기 중 ‘ESG 공시제도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로드맵은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모든 상장사에 ESG 전반의 공시를 의무 도입·시행하는 내용이 골자다. 로드맵에는 연도별 ESG 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과 적용 계획 등이 담긴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