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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1500원대 환율 엇갈린 해석…"경제 펀더멘털 문제 없다" vs "당국 고환율 대응 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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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1500원대 환율 엇갈린 해석…"경제 펀더멘털 문제 없다" vs "당국 고환율 대응 안일"

"외화 유동성 풍부…외환·금융위기 가능성 없어"
"외환당국 안일한 인식이 구조적 원화 약세 야기"
고환율에 신음하는 국민 고통 외면 지적도
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한 시민이 환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한 시민이 환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사태 장기화로 1500원대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지만 외환당국은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다"면서 국민 정서와 다소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율이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나 볼 수 있는 수준인 것은 사실이지만, 안정적인 외화 유동성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을 고려할 때 과거와 같은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외환당국의 안일한 인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원화 약세가 장기간 고착될 경우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흔들린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 또 국민들의 물가 부담이 커지고, 달러로 환산한 국민소득이 줄어 점차 가난해지기 때문이다.

1일 금융권과 증권가에서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으로 원·달러 환율이 1530원대까지 치솟으며 1500원대를 이어가지만,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구조적 위기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는 외환보유고 고갈, 글로벌 신용위기와 같은 심각한 구조적 위기가 동반됐지만 현재 한국의 CDS 프리미엄, 대외부채 등 건전성 지표는 안정적인 상황"이라면서 "1500원대 환율을 구조적 위기로 인식하기보다는 원화가 절하되기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영점을 조절해 절하율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외환당국도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이며 시장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올해 들어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오늘부터 국고채도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된다"면서 "어제 국회에서도 환율안정 세제 3법이 통과됨에 따라 향후 국내시장복귀계좌(RIA)를 통한 해외증권투자 자금의 환류가 본격화되고 해외법인의 배당이 증가하게 되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역시 1500원대 환율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이란 전쟁 발발 초기인 지난달 4일 새벽 환율이 1500원을 터치하자 "환율이 1500원을 일시적으로 넘었지만 현 상황은 과거와 달리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고 우리나라의 대외차입 가산금리 및 CDS 프리미엄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시장을 안심시켰다.

이 같은 인식은 차기 한은 총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날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는 "환율은 높지만 달러 유동성이 풍부해 큰 우려는 없다"면서 환율 레벨(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의 안일한 시각이 환율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주요국 중 유독 원화 절하율이 가파르다는 점에서 구조적 원화 약세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말 전쟁 개시 이후 원화가 약 6% 빠지며 주요 통화 가운데 낙폭 상위권에 올랐다"면서 "CDS, 대외건전성을 감안해도 지금 레벨은 위기 수준에 근접한 과도 약세"라고 말했다.

외환당국이 고환율로 인한 국민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수입물가가 뛰고, 유가와 원자재 가격 부담도 커진다. 달러 기준 소득이 줄면서 경제가 성장해도 국민들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전과 같은 삶의 질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1인당 명목 GNI는 1년 전보다 0.3% 증가한 3만6855달러에 그치면서 대만과 일본에 뒤처졌다. 원화 기준으로는 4.6% 늘었지만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 기준으로 증가율이 0.3%에 그쳤기 때문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구조적 원화 약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국제유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1500원대 환율이 장기화되면 수입물가는 급격히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환율을 1400원대로 낮춰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른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기준금리를 1%포인트(P) 이상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