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서 비정규직 되면 자살 생각 가능성 2배 높아져"

정규직이었다가 비정규직이 된 노동자가 정규직을 유지한 노동자보다 자살 생각을 할 가능성이 2배 가량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소속 윤재홍 박사·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지환 박사(공동 1저자),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승섭 교수(교신저자)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고용상태의 변화가 자살사고와 우울증세에 미치는 인과적 영향’ 논문을 12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한국복지패널 8~15차(2013년~2020년) 데이터의 19세 이상 임금노동자 3621명을 분석했다. 이들 중 10.8%는 1년 새 비정규직으로 근무 조건이 바뀐 노동자들이다.

연구팀이 정의한 정규직은 1년 넘는 계약 기간, 상근직, 직접고용, 무기계약 등 4가지 조건이 갖춰진 근로 형태이며, 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비정규직으로 간주했다.

이들 모두에게 ‘지난 1년간 자살로 사망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있나요’ 등 질문을 던지고 본인이 직접 응답하는 자기 보고식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2.07배 더 자살을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여성과 기혼자,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 서비스 직군, 중소기업, 노동조합이 없는 직장 근로자, 만성질환자 등에서 특히 더 많았다.

논문은 지난 11일 산업보건 분야 국제학술지인 ’스칸디나비안‘(Scandinavian)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기반으로 했는데, 고용형태 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연구팀 설명이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