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스트(흑사병)은 중세 유럽 인구의 약 3분의 1의 목숨을 앗아갔다. 페스트는 페스트균 감염으로 인해 일어나는 인수 공통감염증(동물에게서 사람, 사람에게서 동물로 전파되는 감염증)이다. 쥐 등 설치류를 숙주로 삼아 벼룩에 의해 주로 전파되지만, 애완용으로 기르는 개나 고양이가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을 야외에서 가정으로 가져와 감염이 확산되기도 한다.
통상 감염 후 7일 이내에 발병하며 발열, 메스꺼움, 권태감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조기에 발견하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치사율은 30~100%로 매우 높다.
■ 2010~2015년 3,248명 발병 584명 사망
14세기에 발생한 페스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유럽에서 5,0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에서 3,248명이 흑사병으로 584명이 사망했다. 아프리카의 콩고와 마다가스카르, 남미 페루에서 지역적 유행을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00년 페스트 감염자가 처음 발견된 뒤 2012년까지 1,006명의 감염자가 확인됐다. 이 수십 년간 연간의 평균 감염자 수는 7명 정도다.
■ 캘리포니아주에서 올해 첫 감염자 발생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20년 8월 17일 북동부 엘도라도 사우스레이크타호의 주민이 페스트에 감염된 사실이 밝혀졌다. 개와 산책하고 있을 때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에 물린 것으로 보이며 현재 의료 종사자의 간호 아래 자택에서 요양하며 회복을 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페스트 감염자가 확인된 것은 2015년 8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페스트 감염자 2명이 확인된 이후 5년 만이다.
캘리포니아주 공중보건국(CDPH)은 설치류의 페스트균 감염 여부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엘도라도 카운티 방역 당국에 따르면 다람쥐와 줄무늬 다람쥐 등 20여 마리의 설치류가 페스트균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 캘리포니아주 페스트균 서식 적합한 환경
엘도라도 카운티 공중위생담당관 낸시 윌리엄스 박사에 따르면 페스트균은 엘도라도 카운티의 고도가 높은 지역을 포함해 캘리포니아주의 많은 지역에 존재한다고 한다. 그는 “야외에서는 자신과 애완동물의 예방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야생 설치류가 있는 지역에서의 걷기나 하이킹, 캠핑을 할 때, 특히 주의해 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대응방법으로 “다람쥐나 줄무늬 다람쥐 등의 설치류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 쇠약한 설치류나 설치류의 사체를 만지지 않는다, 애완동물을 이들에 접근시키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페스트 감염 리스크에는 사람과 설치류와의 접촉 외에도 가뭄 등의 기상도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인수공통 감염증을 전문으로 하는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교수는 온라인 과학 미디어 ‘라이브사이언스’에서 “가뭄으로 식량이 부족해 설치류가 먹이를 찾아 캠프장 등에 침입할 가능성이 있다. 또 고온은 벼룩이 선호하는 환경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