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06년 ‘올해의 최고 족집게 이코노미스트’로 손 교수를 선정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최고 경제예측 전문가 5인’ 중 한 사람으로 손 교수를 뽑았다. 손 교수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글로벌 금융기관인 웰스파고은행 부행장,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등을 거쳐 현재는 로스앤젤레스시의 240억 달러에 달하는 펜션펀드(LACD) 투자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손 교수는 “고용주와 종업원 간 관계가 역전됐고, 이제 종업원이 결정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노동 인구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라면서 “1980년대에는 노동 인구가 연간 1.6%가량 증가했으나 최근 10년 사이에 증가율이 제로에 근접해 있다”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인플레이션이 알코올과 같아서 술을 마시거나 돈을 찍어내면 좋은 효과가 먼저, 나쁜 효과가 나중에 나타난다’라고 했으나 이제 이를 정반대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술을 끊거나 돈을 찍어내는 것을 중단하면 고통이 먼저 오고, 힐링이 나중에 온다”라면서 “미 중앙은행이 테이퍼링을 가속화하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나쁜 효과 즉 고통이 먼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0% 급등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지난 1982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으로, 지난달의 6.8%에서 다시 0.2% 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5.5%, 전월보다 0.6%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손 교수는 “CPI가 1982년 이후 최고로, 근원 물가지수가 1991년 이후 최고로 상승한 것은 수요과 공급이 모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쪽으로 함께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공급망 병목 현상에 따른 자동차와 전자제품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모든 상품과 서비스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 자금을 살포해왔고, 연준이 시중에 유동성을 확대해왔다”라면서 “정부와 연준의 이런 정책으로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몇 개월 동안 계속될 것이고, 이제 가격을 억누를 수 있는 기저 효과가 사라졌다”라고 평가했다.
지난달에 미국 전체 CPI에서 3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월보다 0.4%, 전년 동월보다 4.1% 각각 올라 2007년 2월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중고차 가격은 전월보다 3.5%, 전년 동월보다 37.3% 치솟았다. 에너지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29.3% 급등했으나, 전월보다는 0.4%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