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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중 갈등에 공급망 脫중국 확산…인도·아세안으로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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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중 갈등에 공급망 脫중국 확산…인도·아세안으로 이전

글로벌기업들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이후 아세안과 인도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기업들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이후 아세안과 인도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ㆍ중 갈등, 코로나 감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치며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의 수입처는 중국에서 인도와 아세안으로 이전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나 희귀금속 등 경제안보 관련 품목에서도 중국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공급망의 재편


미 트럼프 정권 시절인 2018년에 표면화한 미ㆍ중 무역마찰은 바이든 정부 아래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갈등이 증폭되면서 공급망의 재구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반도체나 배터리 등 보다 경제안보와 관련된 공급체인 강화가 핫한 이슈로 부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문제가 이슈화가 되면서 미중의 대립은 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이제 공급 체인과 안보의 밀접화가 진행되어, 공급망 변경ㆍ분단은 일시적 현상 대신 장기적 과정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수입 점유율, 아세안과 인도에서 상승


미국의 주도로 진행된 공급망 재편은 EU27과 일본에서도 동조 현상이 나타났다. 첨단 제조공장과 기술은 이제 중국에서 서서히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신규 투자는 자제되었다.

중국에서 빠져나온 기업들은 아세안의 생산 거점으로 이동했다. 미국 최대 수입 상대국은 2022년 시점에서 점유율 16.5%를 차지하는 중국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점유율은 2017년의 21.6%를 정점으로 하락 기조에 있다.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와 캐나다는 2017년 13.4%에서 2022년 14.0%로, 12.8%에서 13.5%로 각각 상승했다.

나머지는 아세안이 가장 큰 대체지가 되었다. 베트남은 2.0%에서 3.9%로, 태국은 1.3%에서 1.8%, 말레이시아는 1.6%에서 1.7%, 인도네시아는 0.9%에서 1.1%로 상승했다. 미국 시장에서 아세안(ASEAN)의 존재감이 상승하고 있다. 인도의 점유율도 2.1%에서 2.6%로 상승했다.

공급망 변화를 보면, 대미 수입액의 국가별 순위로 상위에 들어가 2017년 대비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 미국의 무역 통계에 근거한 이들 5개국 수입은 뚜렷하게 상승한다.

중국에서 생산 거점의 이동 지역으로 관심이 높은 베트남의 경우 개량목재, 스피커ㆍ마이크 등의 미국 수입 점유율은 2017년보다 20% 이상 상승했다. 또 발전기나 소지 공구도 증가율이 높다. 예를 들어 발전기의 경우 베트남 점유율이 19.8% 상승하는 동안 중국은 13.6% 떨어졌다. 반도체를 비롯한 섬유 제품이나 전화기 등 베트남 수입품은 총 109개 품목이나 된다. 이들 해당 품목의 미국 수입액은 896억 달러에 달한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도 베트남보다 적지만 대미 수출 품목이 늘고 있다. 태국은 금속, 인도네시아는 섬유, 목재, 말레이시아는 화학, 전자기기 등으로 중국에서 공급 체인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인도의 경우 대미 수출액은 183억 달러로 베트남을 뒤따르고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 이뤄진 그간 대미 수출품들이 점차 베트남을 선두로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대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대미 수출 제품에는 낮은 기술을 요하는 제품이나 원자재 외에 경제 안보와 연결된 품목들도 수출되고 있다. 동남아는 반도체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 이들 지역세어 생산되는 제품들이 중국을 대신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과거에도 있었지만 그 수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디바이스 수입을 보면, 미국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베트남 점유율이 13.3% 늘어난 데 비해, 중국은 13.9% 줄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계측기ㆍ계기류의 수입 점유율이 12.6% 상승했고, 중국은 동일 품목에서 18.3% 감소했다.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부터 공급망 이전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하던 제품들이 대개 3배 가까이 아세안과 인도로 이전되었다.

미중 갈등이 경제안보와 함께 얽혀 더욱 고조되자 탈중국 현상도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면, 제트로가 2022년 8~9월에 실시한 ‘2022년도 해외 진출 일본계 기업 실태 조사’(아시아·오세아니아편)에 따르면, 재아시아 대양주 일본계 기업의 약 절반인 48.8%가 공급 체인을 향후 재검토한다고 대답했다.

미·중 대립의 여파로 단기적으로 비용 증가 요인이 발생해 기업의 수익을 압박하는 데도 기업은 지정학적 리스크 탈피와 장기적 수익 극대화를 고려하여 새로운 사업장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2018년부터 미국의 중국 수입 점유율 저하, 아세안과 인도의 점유율 상승, 사업장 이전 외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직접투자도 중국은 줄고 아세안과 인도는 늘고 있다.

2020년 이후 중국에 대한 해외 직접 투자는 줄었다. 2020년 중국에 대한 해외 직접 투자는 1463억 달러였지만, 2021년에는 1349억 달러였다.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에 대한 해외 직접 투자는 모두 증가했다. 인도에 대한 해외 직접 투자는 2020년 620억 달러에서 2021년 730억 달러로 증가했다. 베트남에 대한 해외 직접 투자는 2020년 280억 달러에서 2021년 330억 달러로 증가했고, 말레이시아는 2020년 120억 달러에서 2021년 140억 달러로, 인도네시아는 2020년 100억 달러에서 2021년 120억 달러로 증가했다. 태국은 2020년 80억 달러에서 2021년 100억 달러로 증가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중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이라고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변동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본다. 투자자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장 두려워하므로 더 많이 안전한 곳으로 투자처를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