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존의 전기차 충전 지도가 확 바뀔 전망이다.
미국의 전기차 충전시장이 테슬라의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유로존에서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접근 방식은 사뭇 다르다.
미국에서는 테슬라라는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가 개발한 충전 규격을 경쟁사들이 속속 도입하는 방식으로 충전 인프라의 확충이 추진되고 있다면, 유로존에서는 유럽연합(EU) 차원의 입법 조치를 통해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어서다.
◇주요 도로 60km마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 의무화
12일(현지시간) 일렉트렉에 따르면 27개 EU 회원국을 대표하는 입법기구인 유럽의회는 오는 2026년까지 유로존의 주요 도로망을 따라 60km 구간마다 최소 400킬로와트(kW)급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전날 가결했다.
이는 2030년까지 유로존의 탄소 배출량을 55% 감축하기 위한 ‘핏포55’(Fit for 55)' 법안의 연장이다.
EU 회원국들은 ‘유럽 횡단 운송 네트워크’로 명명된 이 충전소 확충 사업을 통해 오는 2028년까지 유로존 내 전기차 충전기의 최소 출력을 600kW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 유럽 횡단 운송 네트워크에 속한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소를 60km마다 촘촘히 설치하도록 의무화한 것이 법안의 골자다.
법안에 따르면 전기로 구동되는 승용차뿐 아니라 전기 화물차와 전기 버스에 대해서도 120km 구간마다 충전이 가능하도록 관련 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의무화됐다.
◇충전 편의성도 높인다
유럽의회가 처리한 법안에서 또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은 충전 편의성을 크게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둔 대목이다.
오는 2027년까지 유럽 회당 운송 네트워크에 속한 주요 도로에 설치된 모든 충전소에 관한 정보를 총괄해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전기차 운전자들이 손쉽게 충전소를 찾는 것은 물론 충전소별 충전 비용과 대기시간도 아울러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는 EU 회원국마다, 지역에 따라 결제 방식이 다르지만 최대한 간단한 방식으로 충전비를 계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예컨대 구독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만 충전비를 결제하거나 모바일 앱을 설치해야 결제가 가능한 충전소가 많은 게 현재의 실정이지만, 앞으로는 그런 절차 없이 일반 신용카드나 신용카드를 스마트폰에 등록해 사용하는 NFC 방식의 결제방식으로도 손쉽게 결제가 가능하도록 개선하겠다는 얘기다.
◇영국도 충전소 가동률 끌어올리는 정책 발표
EU에서 탈퇴한 영국에서도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조치에 나섰다.
영국 교통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충전소 확충 계획을 통해 영국 내 전기차 충전소 가동률을 99%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지난 2017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국에서 영업 중인 전기차 충전소의 15%가 여러 가지 문제로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돼 왔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부실 운영되는 전기차 충전소는 8% 수준으로 감소했으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 충전소 가동률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영국 정부의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전기차 충전소 가동률 99%를 이미 달성한 네덜란드를 모범 사례로 삼고 이같은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렉트렉은 “유로존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확충하고 질적으로도 개선하려는 노력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유로존 안에서만 효과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 다른 지역으로도 파급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흐름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