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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尹 추종 극우세력 ‘음모론’ 확산…‘북한과 통일될 것’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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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尹 추종 극우세력 ‘음모론’ 확산…‘북한과 통일될 것’ 주장도”

BBC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라고 밝힌 서정민씨. 사진=BBC이미지 확대보기
BBC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라고 밝힌 서정민씨. 사진=BBC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 속에서 극우 세력이 퍼뜨린 음모론이 널리 확산되며 한국 사회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BBC가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BBC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지지자들 사이에서 ‘야당이 북한과의 통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과 같은 근거 없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BBC에 따르면 지난 1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다루고 있는 헌법재판소 앞에 윤 대통령의 지지자 수백명이 모였다. 이들 가운데 22세의 약대 재학생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신정민씨는 “대통령이 탄핵되고 야당 대표가 집권하면 우리나라는 북한과 하나가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을 철회하라”고 외쳤다.

그는 “야당이 북한과 통일을 시도해 한국을 공산국가로 만들려 한다”는 음모론을 언급하며 이같은 주장은 극우 지지층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다고 밝혔다.
BBC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그가 지난해 12월 계엄령을 선포했던 배경에도 이같은 위기감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야당에 북한 공산 세력이 침투해 대한민국을 전복하려 한다”며 “이들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러나 계엄령은 헌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국회에서 부결된데 이어 국회가 윤 대통령의 탄핵안을 의결하면서 윤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됐다.

과거 군사 독재정권 시절 사용되던 반공주의적 언설이 다시 등장한 데 대해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의 반공주의적 레토릭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사라졌던 독재 정권의 수사와 매우 흡사하다”며 “과거 군사 독재자들이 정적을 탄압하는 데 반공주의를 이용했던 것처럼 윤 대통령도 이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야당을 비난하며 “북한과 중국이 한국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BBC에 따르면 일부 지지자들은 “지난해 총선이 중국의 개입으로 조작됐다”며 “중국 공산당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57세의 음악가 오정혁씨는 “처음에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계엄령 이후로 좌파 세력이 얼마나 깊이 침투했는지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BBC는 이같은 음모론이 극우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0~30대 남성들 사이에서 반중 감정과 결합된 반공주의적 음모론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BBC는 보도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반중 감정은 공산주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하지만 반공주의가 이들의 불안과 분노를 결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 측은 윤 대통령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외교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위성락 의원은 BBC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근거 없는 가짜뉴스로 야당을 공격하고 있다”며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의회는 계엄령을 무효화했고 이는 국민의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BBC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윤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는 여론이 여전히 다수지만 계엄령 직후 75%였던 탄핵 찬성 비율이 최근 57%로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윤 대통령의 극우적 발언들이 일부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적 분열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