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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미술품 시장, 지난해 12% 감소…지정학·경제 불확실성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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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미술품 시장, 지난해 12% 감소…지정학·경제 불확실성 영향

지난 2021년 9월 21일(현지시각)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아트바젤 'Art Unlimited'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존 체임벌린 작가의 2008년작 조각품 'Naughtynightcap'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1년 9월 21일(현지시각)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아트바젤 'Art Unlimited'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존 체임벌린 작가의 2008년작 조각품 'Naughtynightcap'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해 글로벌 미술품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 시장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히는 ‘아트바젤·UBS 글로벌 미술시장 보고서’가 8일(이날 현지시각) 발표한 내용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2024년 한 해 동안 세계 미술품 거래 규모가 575억 달러(약 85조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보고서는 “상위 시장의 냉각이 가치 하락을 주도했다”며 “지정학적 긴장, 경제적 불확실성, 무역 분열이 미술 시장 위축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가 작품의 거래가 큰 타격을 입었다. 1점당 1000만 달러(약 147억원)를 넘는 경매 작품의 판매는 전년보다 39% 줄었고, 연매출 1000만 달러 이상인 갤러리도 9% 감소한 매출을 기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예술시장 전문 경제학자 클레어 맥앤드루는 “공급자들이 상황을 관망하며 작품을 시장에 내놓지 않으려는 분위기였다”며 “구매자들 또한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유동성이 높거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에 자금을 투입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미술품 거래 시장이지만 지난해 거래액은 248억 달러(약 37조원)로 9% 감소했다. 보고서는 “대선 정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미국 미술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영국은 브렉시트 여파에도 104억 달러(약 15조원) 규모로 세계 2위를 탈환했다. 중국은 84억 달러(약 12조원)로 31% 급감하며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저가 미술품 시장은 성장세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미술 거래 건수는 3% 증가한 4050만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5000달러(약 740만원) 미만 작품의 경매 판매는 7% 늘었다. 연매출 25만 달러(약 3억7000만원) 이하 소규모 갤러리는 매출이 17% 증가하며 2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보고서는 “소규모 갤러리가 새로운 고객층 유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보고서 응답자의 80%가 올해 매출이 안정되거나 개선될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모든 수입품에 대해 대대적인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힌 이후 미술업계는 다시 불안감에 휩싸인 상태다.

맥앤드루는 “현대 미술 시장의 성장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의 이동성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며 “이 시점에서 관세 충격이 닥친다면 시장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술품은 당장은 미국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향후 보복 조치 등으로 시장 전반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