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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로봇, 에너지 융합으로 미국 경제 새판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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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로봇, 에너지 융합으로 미국 경제 새판 짠다

미국,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50조 달러 산업 대전환...'맨해튼 계획' 본격화
테슬라 봇으로도 알려진 테슬라 주식회사 옵티머스 로봇이 2024년 10월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오토쇼에서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 봇으로도 알려진 테슬라 주식회사 옵티머스 로봇이 2024년 10월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오토쇼에서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오랜 기간 빚에 기대어 성장해온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으로 인공지능과 로봇, 에너지 기술을 앞세운 대규모 산업 전환에 나서고 있다. 제노 머서 전략가는 지난 4(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40년 동안 미국은 빚을 내 소비와 서비스업에 의존해 왔으나, 이제는 이자 부담이 연구개발 예산을 넘어서는 등 한계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정부의 이자 지출은 연구개발 예산을 웃돌고, 의료비는 국내총생산(GDP)20%에 이른다. 주택비 부담도 커져 가계의 여유 자금이 줄고 있다. 77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일할 사람은 줄고, 납세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복지 수요는 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미국 경제의 뿌리인 서비스업이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으로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이 월 1만 원 남짓한 비용으로 기존 50만 원짜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일자리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공지능 개발업체 앤트로픽의 최고경영자는 "앞으로 5년 안에 실업률이 20%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머서 전략가는 '제조, 운송, 운용'이라는 세 가지 기본 활동을 나노, 마이크로, 매크로 세 가지 크기와, 물리와 디지털 두 영역으로 나눈 'M³ '을 제시했다. 이 틀에 따르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의 70% 이상이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로 바꿀 수 있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는 정밀한 움직임을 하는 작은 로봇이 부품을 조립하고, 도시 물류에서는 드론이 소포를 나르며, 병원에서는 촉감을 느끼는 정밀 기기가 수술을 돕는다. 기업에서는 인공지능이 수많은 문서를 읽고 맞춤형 보고서를 만들어낸다.

마크 앤드리슨 넷스케이프 공동창립자는 최근 열린 레이건 국가 경제 토론회에서 "로봇공학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산업이 될 것"이라며 "수천억 대의 로봇이 온갖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도 "공장에서 사람처럼 움직이는 인공지능 로봇이 경제의 새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과 로봇, 에너지 기술의 융합은 서로 힘을 실어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전기를 많이 쓰지만, 동시에 태양광 발전소를 자동으로 짓고, 전력 흐름을 알맞게 조절하며, 원자력 발전소를 감시해 에너지 생산을 늘린다. 값싸고 안정적인 전기가 늘어나면 더 많은 인공지능과 로봇을 쓸 수 있고, 이는 다시 에너지 생산을 키운다.

이런 변화에 맞춰 투자도 늘고 있다. 로봇과 자동화 기업을 담은 '로보 글로벌 지수'는 지난 1년 동안 35% 올랐고, 인공지능 기업을 모은 'THNQ 지수'28% 넘게 뛰었다. 월가에서는 "이 분야 투자는 단순한 기술 투자가 아니라, 사회의 기반을 새로 짜는 안전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머서 전략가는 "이제는 1940년대 원자폭탄 개발에 버금가는 '맨해튼 계획'처럼, 인공지능과 로봇, 에너지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발전이 사회 변화보다 빠르다""앞으로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