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4개 생보사 손실, 전월 대비 두 배로 급증...12억 달러에 달해

지난달 대만 보험업계가 기록적인 대만 달러화의 강세 여파로 대규모 외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5월 대만의 주요 생명보험사 4곳의 손실 규모는 전월 대비 거의 두 배로 급증하며 총 354억 대만 달러(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에 달했다.
이날 대만의 각 생보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신광생명보험이 154억 대만 달러로 가장 큰 손실을 기록했다. 이어 푸본생명보험도 5월에 전월 대비 4배 가까이 손실이 늘었고, 대만생명보험 역시 손실 규모가 두 배로 증가했다.
반면, 적절한 환위험 헤지 전략을 구사한 국태생명보험과 난산생명보험은 소폭의 이익을 기록했다.
지난달 대만 달러화는 2일과 5일 2거래일 동안 약 7% 급등하면서 대만 생명보험 업계에 환차손 압박을 키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만 보험업계는 이미 올해 1~4월에 약 4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 손실을 떠안은 바 있다.
통상적으로 대만 달러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왔지만,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대만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대만 달러화의 강세를 용인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하면서 지난달 급작스러운 강세를 보였다.
대만 정부는 지난달 1일 협상팀이 미국과 1차 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당시 대만 정부는 대만 달러화가 급등하자 미국과의 협상에서 환율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공식 부인했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인한 외환 손실이 대만 보험사들의 수익성, 장부가치, 자본 건전성 및 올해 배당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의 제미 황을 포함한 애널리스트들은 관련 보고서에서 ”이러한 영향이 현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대만 보험업종에 대한 실적 전망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푸본생명 등 대만 주요 보험사들은 최근 대만 달러화의 급등으로 인한 외환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환위험 헤지를 강화하고, 새로운 충당금 적립 유연성 규정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만 규제 당국은 또한 환율 변동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실적 산정 시 기준 환율을 ‘이동평균’ 방식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스티븐 램 애널리스트는 "대만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보험사 실적에 대한 낙관은 아직 이르다"면서 "다만, 대만 주식시장이 견고한 흐름을 보여 보험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의 5월 말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보험사들의 투자 자산 가운데 약 70%가 외화 자산이며, 이 중 대부분은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으로 구성돼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