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소비자에게 저가 유지 공언을 했음에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 이후 수백개의 필수 생필품 가격을 조용히 올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자상거래 데이터 분석업체 트라젝트데이터의 자료를 인용해 아마존이 지난 1월 이후 가격이 저렴한 생활용품 1200개 이상에 대해 평균 5.2% 인상했다고 2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같은 기간 월마트는 동일 제품 가격을 평균 2% 낮췄고 타깃은 변화가 거의 없었다.
◇ 1월 1.98달러였던 수프, 7월엔 2.58달러로
일부 제품은 두 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소재 데이글로가 중국 등지에서 수입하는 금속 수납 바스켓은 아마존에서 1월 9.31달러(약 1300원)에 팔리던 것이 4월 말에는 19.99달러(약 2790원)로 114% 인상됐다. 반면 같은 제품이 월마트에서는 17.90달러(약 2만4920원)에서 6.77달러(약 9410원)로 62% 떨어졌다.
◇ “공급가 안 올렸는데”…제조사도 당혹
아마존은 “보도에서 추적했다는 상품은 전체 가격 흐름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가격 인상률보다 절대 가격 자체의 저렴함을 중요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제조사들은 제품 공급가를 올린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캠벨을 포함한 여러 업체는 “미국 내 생산품조차 아마존에서 가격이 오른 데 대해 의아하다”고 밝혔다.
데이글로의 닉 모리스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철강에 부과된 관세 때문에 컨테이너 하나당 비용이 하루 만에 껑충 뛰었다”며 “그럼에도 아마존 공급가를 올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 “관세는 기업이 감당하라더니”…현실은 소비자가 부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기업이 관세를 감당하라”고 공언하며 기업들의 가격 전가 시도를 비판했지만 아마존의 이번 사례는 그와는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가격이 오른 제품 대부분은 아마존 미국 내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일상 필수품’으로, 탈취제·세제·반려동물 사료 등이 포함돼 있다.
아마존은 고가 상품은 되레 인하하면서 저가 상품의 가격을 올리는 ‘이중 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WSJ는 “가격 인상폭은 작아도 자주 구매하는 저가 제품에 적용되면 소비자 체감 부담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베르토 카발로 하버드대 교수는 “관세 불확실성 때문에 유통업체들이 가격을 점진적으로 조심스럽게 조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명확한 메시지를 피하는 전략도 정치적 논란을 우려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