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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 디젤 가격 급등…중동 전쟁 충격에 세계 경제 둔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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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 디젤 가격 급등…중동 전쟁 충격에 세계 경제 둔화 우려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

중동 전쟁으로 해상 에너지 수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디젤 가격이 급등해 세계 경제 활동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젤은 화물 운송과 농업,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핵심 연료여서 가격 상승이 광범위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 전쟁으로 디젤 공급이 크게 흔들리면서 글로벌 경제 전반에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호르무즈 차질…세계 디젤 공급 타격

시장 전문가들은 디젤이 이번 전쟁에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연료라고 보고 있다.

디젤은 이미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 공격과 서방의 대러 제재 여파로 수년째 공급이 빠듯한 상태다. 여기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을 방해하면서 공급 불안이 더욱 커졌다.

현재 전 세계 해상 디젤 물량의 약 10~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에너지 경제학자 필립 벌레거는 호르무즈 해협 차질로 하루 약 300만~400만배럴의 디젤 공급이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전 세계 디젤 소비량의 약 5~12%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기에 중동 정유시설 수출 차질까지 더해지면 하루 약 50만배럴의 디젤 공급이 추가로 줄어들 수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두바이 소재 에너지 트레이딩 업체 니트롤 트레이딩 창업자인 쇼루흐 주크리트디노프는 “디젤은 화물 운송과 농업, 광업, 산업 활동 전반을 지탱하는 연료”라며 “이번 분쟁에서 구조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디젤 가격 두 배 가능성

디젤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원유나 휘발유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디젤 선물 가격은 지난달 27일부터 3월 10일까지 배럴당 28달러(약 4만400원)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선물 가격 상승폭은 16달러(약 2만3100원) 수준이었다.

아시아 주요 거래 중심지인 싱가포르와 유럽의 암스테르담·로테르담·앤트워프(ARA) 시장에서도 디젤 가격 상승과 정제 마진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벌레거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소매 디젤 가격이 두 배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가 상승·경기 둔화 위험

디젤 가격 급등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

스파르타 코모디티스의 제임스 노엘-베스윅 애널리스트는 디젤과 항공유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수요 위축과 경제 활동 둔화를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소기업 대출 업체 카디프의 딘 룰킨 최고경영자(CEO)는 “거의 모든 상품의 운송 비용이 올라가고 있으며 이는 결국 식품과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젤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비용 상승형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농업 부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디젤 가격 급등이 농기계 운용 비용을 높여 미국 농가의 파종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닉스포인트 글로벌 매니지먼트 창립자인 샤이아 호세인자데는 “디젤 중심의 연료 충격은 물류와 식품 생산 비용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때문에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유럽 디젤 마진 급등

디젤 정제 마진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황 함량 10ppm 디젤 정제 마진은 배럴당 약 33달러(약 4만7700원) 수준으로 전쟁 이전보다 약 12달러(약 1만7300원) 높아졌다. 지난 4일에는 배럴당 48달러(약 6만9400원)로 약 3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주요 거래 중심지인 암스테르담·로테르담·앤트워프 시장에서는 초저황 디젤 가격이 지난달 27일 이후 약 55% 급등해 톤당 1165달러(약 168만원) 수준까지 올라갔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동 수입 비중을 늘린 상황이어서 이번 공급 차질의 영향을 특히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료 공급업체 걸프오일의 톰 클로자 선임 고문은 “과거 디젤 마진은 원유보다 배럴당 약 20~25달러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30~65달러(약 4만3000원~9만4000원) 이상까지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높은 디젤 마진은 미국과 해외 정유사의 비용을 사실상 모두 충당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