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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중국산 EV '우회로' 열리나… 4만 9000대 저율 관세의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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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중국산 EV '우회로' 열리나… 4만 9000대 저율 관세의 파장

캐나다, 연 4만 9000대 중국산 EV 관세 6.1% 허용
저율 관세 쿼터 도입에 북미 진출 노린 물밑 협상 급물살
미·중 무역 전쟁 격화 속 북미 통상 갈등의 새로운 도화선 예고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 항구에서 수출 기다리는 전기차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 항구에서 수출 기다리는 전기차들. 사진=연합뉴스


최근 미국이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해 강력한 무역 장벽을 구축하는 가운데, 이웃 국가인 캐나다가 제한적 유입을 허용하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여 북미 자동차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BC의 지난 15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연간 4만 9000대 규모의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해 6.1%의 저율 관세를 적용해 수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통상적인 중국산 차량에 부과하는 100%의 징벌적 관세와 비교하면 파격적인 우대 조치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북미 시장 진용에 상당한 균열을 낼 변수로 떠올랐다.

연 4만 9000대 '바늘구멍' 뚫어라… 중국차 유치에 나선 캐나다 딜러망


캐나다 정부가 설정한 연간 4만 9000대의 수입 물량은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철저히 계산된 수치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에스앤피 글로벌 모빌리티(S&P Global Mobility)의 마이클 로비넷(Michael Robinet) 예측 전략 부사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정도 규모는 캐나다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3%에서 5% 사이를 차지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로비넷 부사장은 이어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지만 전체적인 경쟁 구도를 단숨에 뒤흔들 만큼의 파괴력을 가지지는 못하도록 통제 가능한 울타리를 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지 자동차 유통 업계의 반응은 뜨겁다. 대형 딜러망을 운영하는 센추리 오토 그룹(Century Auto Group)과 시그마 오토 그룹(Sigma Auto Group)의 마이클 맥길리브레이(Michael MacGillivray)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 모터쇼를 직접 찾아 비야디(BYD), 지리(Geely), 체리(Chery) 등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과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맥길리브레이 최고경영자는 "중국산 차량의 마감 재질과 독창적인 외관 설계, 그리고 주행 감성은 글로벌 최고 수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라며 "전기자동차 도입을 주저하던 현지 소비자들에게 커다란 인식의 전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현지 유통 대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의 판권을 확보하려는 캐나다 딜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토론토 외곽에 위치한 자동차 딜러 중개법인 디에스엠에이(DSMA)의 파리드 아마드(Farid Ahmad) 최고경영자는 캐나다 전역에서 약 400건에 달하는 가맹 문의가 쏟아졌다고 밝혔다.

아마드 최고경영자는 "중국 완성차 제조사 처지에서는 이번 쿼터제가 까다로운 북미 시장에 합법적으로 발을 들이고 브랜드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최적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정치권 "북미 시장 침투의 도화선" 격앙… 통상 갈등 예고


캐나다의 이 같은 독자 노선에 대해 미국 정치권과 북미 전통 완성차 업계는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캐나다가 중국산 전기자동차의 북미 우회 수출 기지로 전락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두고 "재앙적인 결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션 더피(Sean Duffy) 미국 교통부 장관 또한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캐나다는 중국에 자동차 시장을 열어준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제조사들의 견제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캐나다 자동차제조사협회(CVMA)는 공식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이번 결정은 현지 제조업 기반을 흔들 수 있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조치"라며 반발했다.

에스앤피 글로벌(S&P Global)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현재 캐나다 자동차 시장은 제너럴 모터스(GM), 포드(Ford), 토요타(Toyota), 현대자동차(Hyundai) 등 전통적인 글로벌 제조사들이 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의 연간 신차 판매량은 190만 대를 기록하며 미국 최대 시장인 캘리포니아주의 전체 판매량을 웃돌 만큼 독자적인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기존 업체들은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산 차량이 제한된 쿼터 안에서 먼저 상품성을 입증할 경우, 향후 시장 점유율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극구 경계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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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적 마찰과 별개로 현지 소비 시장의 기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만성적인 고유가 기조 속에서 저렴한 전기자동차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다.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한 캐나다 주민 다니엘 하임(Daniel Haim)은 "연료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중국산 전기자동차의 진입은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주는 호재"라고 전했다.

또 다른 시민인 패릭트 헌트(Patrick Hunt) 역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모델들이 들어온다면 정체된 전기자동차 시장에 긍정적인 파괴 효과를 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국내 자동차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캐나다의 조치가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직간접적인 사정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관련 전문가들은 "북미 시장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자유무역협정으로 묶여 있어 한 곳의 균열이 전체 공급망에 파장을 준다"라며 "캐나다 시장에서 현대차·기아가 구축한 전기자동차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현지 맞춤형 마케팅과 가격 정책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관세 장벽 완화를 틈탄 중국 전기자동차의 북미 공습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 시장의 일치된 시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