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3개월 내 퇴사율 41.6%
조직 구조·근무환경이 생존 좌우
세대론 무색, 20대 회사 잔류 많아
조직 구조·근무환경이 생존 좌우
세대론 무색, 20대 회사 잔류 많아

"핵심은 유지다."
HR 플랫폼 플렉스(flex)는 최근 발간한 HR 데이터 리포트를 통해 인재 이탈의 결정적 시점이 '입사 후 3개월'이라는 사실을 수치로 제시했다. 2년간 누적된 287만여 건의 HR 데이터를 AI 분석한 결과, 구성원의 조기 퇴사는 개인의 세대나 성향보다 조직이 제공하는 '구조'와 '경험', '근무 환경'의 영향력이 더 컸다.
플렉스는 "입사 후 1년 내 퇴사율이 29.1%에 달했으며, 이 중 무려 41.6%가 입사 3개월 이내에 퇴사했다"며 "조직이 '90일 허들'을 넘지 못하면 우수 인재를 놓치고, 채용과정에 소요된 비용만 누적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리포트의 핵심 분석 도구는 플렉스가 자체 개발한 AI 기반 '리텐션 예측 모델'이다. 인구통계, 부서 특성, 근무 형태 등 수십 개 요인과 퇴사 여부의 상관관계를 머신러닝으로 학습하고, 설명 가능한 AI(XAI)를 활용해 각 변수의 리텐션 영향도를 정량화했다.
특히 '입사 3개월 내 퇴사'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산업군(276%)과 기업의 구성원 수(246%)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나타났다. 플렉스는 "조직의 외형적 특성이 초기 리텐션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교육서비스업, 보건·사회복지, 금융·보험업 등은 이탈률이 낮았고, 도소매·제조업 및 전문기술서비스업은 이직률이 높았다. 조직 규모 역시 중요했다. 구성원 수가 100명 미만인 기업은 리텐션이 낮았고, 100명 이상부터 안정세를 보이는 경향이 뚜렷했다.
연봉 역시 중요한 심리적 변수였다. 플렉스는 "연봉 4000만 원 이상부터 리텐션이 뚜렷하게 개선됐고, 7000만 원대를 기점으로 영향력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연봉 8000만 원 이상인 경우 퇴사율은 5.7%에 불과했지만, 2000만 원대는 14.8%로 2.6배가량 차이가 났다.

통념과 달리 'Z세대가 금방 퇴사한다'는 인식은 데이터에서 부정됐다. "모든 연봉 구간에서 20대의 퇴사율이 가장 낮았으며, 오히려 30대 이상에서 리텐션이 불안정한 경향을 보였다"는 게 플렉스의 설명이다. 또한 입사자와 기존 부서의 평균 연령 간 격차가 클수록 조기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환경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초과근무시간이 월 15시간을 넘는 부서의 퇴사율은 15%를 상회했고, 반대로 원격근무시간이 월 20시간 이상일 경우 퇴사율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에 대해 플렉스는 "초기 리텐션을 확보하려면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과 워라밸 회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직의 평균 근속연수도 중요한 리텐션 지표였다. 평균 근속연수가 5년 이상인 부서와 1년 미만인 부서 간 퇴사율 차이는 거의 두 배에 달했다. 플렉스는 "구성원 간 신뢰와 조직에 대한 정착 경험이 신규 입사자의 잔류 가능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플렉스 측은 "이제는 '얼마나 많이 채용하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함께 가느냐'가 조직의 핵심 과제"라며, "데이터 기반의 전략적 운영 체계를 통해 조기 이탈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렉스 관계자는 최근의 고용 트렌드와 관련해 "현재는 '대잔류 시대(Big Stay)'라 불릴 정도로 고용 시장이 정체된 분위기지만, 능력 있는 핵심 인재들은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커리어를 확장 중"이라며 "따라서 기업은 기존 핵심인재의 이탈을 방지하고 인재 밀도를 유지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inma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