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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말글산책] 고뿔 걸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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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말글산책] 고뿔 걸리셨어요?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요즘 추운 날씨가 지속되면서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감기는 일반적으로 2∼3일 정도 열이 나고 기침, 몸살, 콧물 등의 약한 증상을 보이다가 저절로 낫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몸살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감기를 우리 조상님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우리 속담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뿔은 밥상머리에서 물러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감기에는 밥만 잘 먹어도 병을 물리칠 수 있다는 옛 어른들의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비범한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남다르다는 속담으로 “정승 될 아이는 고뿔도 안 걸린다”고 했고,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여름에 감기가 들면 그 사람의 됨됨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겨 “오뉴월 고뿔은 개도 안 걸린다”고 비아냥거렸습니다.
속담에 쓰인 ‘고뿔’이라는 말을 요즘 젊은층은 잘 모르겠지만, 나이 지긋한 분들 중엔 아직도 감기를 고뿔이라고들 합니다.

고뿔의 어원은 ‘곳불’입니다. 예전에는 ‘코’를 의미하던 말인 ‘고’에 불이 난 것처럼 열이 나온다는 뜻으로 ‘곳불’이라 부르던 것이 후대에 소리변화를 일으켜 고뿔이라 부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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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뿔’은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감기(感氣)’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올라있는 표준어입니다. 한방에서는 ‘감기(感氣)’를 ‘기(氣)가 감염(感染)됐다’고도 해석합니다. 연세대 홍윤표 전 교수는 감기(感氣)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자어로 感氣의 한자음 ‘감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말부터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감기를 ‘감모(感冒)’라 하고, 일본에서는 ‘풍사(風邪)’라고 합니다.

영국 속담에 ‘감기는 의사에게 가면 7일 만에 낫고, 집에서 푹 쉬고 몸조리를 잘하면 일주일 만에 낫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속담의 의미는 감기 치료의 필요성을 부정한다기보다는 치료와 함께 환자 자신의 일상생활부터 건실해져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환절기에 '고뿔' 걸리지 말고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재경 기자 bubmu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