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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모나리자 미소 효과와 연준 FOMC 금리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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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모나리자 미소 효과와 연준 FOMC 금리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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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주필 겸 연구소장
모나리자는 르네상스 시대 미술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초상화다. 지금은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동서고금 역대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 전 세계에 걸쳐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아오는 작품이다. 가장 많이 언급되고, 가장 많이 노래되고, 가장 많이 패러디된 예술 작품이다. 수수께끼 같은 미소의 표정 때문에 말도 많고 사연도 많다.

모나리자(Mona Lisa)의 앞 대목 모나(Mona)는 유부녀 이름 앞에 붙이는 이탈리아어 경칭이다. 뒷부분 리자(Lisa)는 초상화의 모델이 된 여인의 이름이다. 모나리자는 우리말로 "리자 여사"인 셈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이탈리아에 살고 있던 1503년경으로 추정된다. 레오나르도는 그림을 그리던 중 프랑수아 1세의 초청으로 프랑스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계속 그려 1517년에 완성했다. 이 작품은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가 소장하고 있다가 1797년부터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상설 전시된다.
그러던 중 1911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일하던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빈첸조 페루자가 훔쳐서 레오나르도의 고국 이탈리아로 반출했다. 피렌체의 골동품상에게 넘기려고 하다가 현장에서 발각돼 체포됐다. 결국 1914년 1월 프랑스에 반환되어 다시 루브르 박물관으로 돌아왔다. 모나리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 '동방박사의 경배', '광야의 성 히에로니무스'와 함께 인류 미술 역사상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나리자는 특히 미소로 유명하다. 초상화 속 여인이 웃음을 머금었는지, 애잔한 모습인지 아니면 무표정한 것인지 좀체 종잡을 수가 없다. 언뜻 보면 미소를 짓지만 또다시 보면 우울한 표정 같기도 하다. 미술 과학자들은 모나리자의 미소에 83%의 행복, 9%의 혐오감, 6%의 두려움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른바 ‘스푸마토’ 기법을 통해 윤곽을 30번 이상 덧칠해 연기처럼 수시로 변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 신비의 모나리자 미소가 최근 경제학 영역으로 들어와 주목을 끈다. 영국의 저명한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포스트(코로나19) 팬데믹 경제는 모나리자 같다(The post-pandemic economy is like the Mona Lisa)”고 진단하면서 경제학에 '모나리자 효과'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요즘 세계 경제가 ‘모나리자 효과’로 헷갈린다고 한다. 전미실물경제협회가 전문가들에게 물어본 올해 미국 성장률 예상치는 -1.8%~+2.9%까지 퍼져 있다. 국제 투자은행들의 한국 경제 올해 전망치도 -1.3%~+2.0%로 벌어져 있다. 어떤 전문가는 경제 쇼크가 올 것이라고 보는데, 또 다른 기관은 견조한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마다 경제 진단이 크게 다른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올 초까지만 해도 인플레가 잡히고 있다면서 곧 금리인하를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다가 돌연 금리를 인하할 때가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모나리자의 미소가 다시 보니 저주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IMF의 최근 경제 전망 보고서엔 ‘불확실성’이라는 단어가 기존 보고서보다 60배나 많이 등장했다. 경착륙·연착륙을 넘어 아예 경제 침체가 없는 무착륙(no landing)이 올 수도 있다고 낙관하다가 제2의 리먼 쇼크를 우려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변화무쌍이자 조변석개다.

경제 분석에 모나리자 미소 효과가 생겨난 것은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쇼크 그리고 급격한 금리인상 등을 거치면서 기존의 경제지표 관계에 큰 교란이 일어난 때문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인플레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았다가 뒤늦게 급발진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앙은행들이 사용하는 경제 예측 모델이 노후화한 탓에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영국은행(BOE)에 제출한 경제 리뷰에서 Fed가 경제 현황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시간이 갈수록 경제 예측이 어렵고 일련의 대규모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사용하는 경제 모델이 노후화됐다며 예측 방법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일정한 금리를 상정한 시나리오 모델링 결과를 정기적으로 발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증시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을 넘어 인상을 예상하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22일(이하 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자산관리업체 컬럼비아스레드니들 투자의 에드 알후사이니 전략가는 미 국채를 담보로 하는 환매조건부채권 1일물 금리(SOFR) 관련 옵션시장에서 올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20%가량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의 글로벌정책 및 자산배분 부문장 벤슨 더럼은 자체 분석 결과 향후 12개월 안에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25% 정도로 봤고, PGIM은 옵션 데이터 분석을 근거로 해당 확률을 29%로 예상했다. 이는 10% 미만이었던 연초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연초까지만 해도 시장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며 금리인하 횟수에 주목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뉴욕증시 선물시장에서도 연초에는 올해 0.25%포인트씩 6∼7회 금리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였지만, 지금은 1∼2회 수준으로 내려간 상태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12월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인 5.25∼5.50%로 동결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14.3%로 늘어났고, 1회(35.2%)나 2회(32.9%)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과반이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의 3월 비농업 일자리가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은 데 이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5%를 기록해 3개월 연속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강화됐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금리인상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으며, PGIM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그레그 피터스는 "(금리인상을) 고려하는 것이 완전히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도 요동치고 있다. 한 치 앞을 예단하기 어려운 혼돈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나리자 표정이 미소인지 저주인지 알기 어려운 것처럼 세계 경제도 호황인지 불황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연준 FOMC의 기준금리 인하가 언제 시작될 것인지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럴 때일수록 최악의 사태를 가정한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