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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꿈' 덮친 치명적 바이러스... MV 혼디우스호 3명 사망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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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꿈' 덮친 치명적 바이러스... MV 혼디우스호 3명 사망 '비상'

아르헨티나발 33일 '아틀란틱 오디세이' 크루즈서 한타바이러스 창궐... 감염 경로 추적 중
희귀 조류 탐사선이 '죽음의 항해'로... 인수공통 전염병의 이례적 인간 간 전파 가능성 제기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발생한 크루즈선 'MV 혼디우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발생한 크루즈선 'MV 혼디우스'. 사진=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7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우슈아이아를 출발해 대서양을 횡단하던 호화 탐사 크루즈선 ‘MV 혼디우스(Hondius)’호에서 치명적인 한타바이러스가 발생해 승객 3명이 숨지고 최소 5명이 감염되는 참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일(현지시각) 출항 당시만 해도 ‘아틀란틱 오디세이’라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이번 여정은, 쥐 등 설치류를 통해 감염되는 한타바이러스가 선내에서 인간 간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 보건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1인당 4240만 원 '꿈의 항해'가 부른 참극... 초기 대응 실패 논란
지난달 1일 아르헨티나 우슈아이아에서 승객 114명을 태우고 출항한 오션와이드 익스페디션(Oceanwide Expeditions) 소속 MV 혼디우스호는 남극과 북극 크루즈 시즌을 잇는 6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1인당 요금이 최대 2만 9000달러(약 4240만 원)에 이르는 이 고가 상품은 희귀 조류와 해양 생물을 관찰하려는 전 세계 자연 애호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항해 11일째인 지난달 11일,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하며 비극이 시작됐다. 당시 선장은 "선박은 안전하며 감염병 징후는 없다"라고 공지하며 승객들을 안심시켰다.

이에 승객들은 공동 식사와 운동 수업을 지속했으며, 심지어 대서양의 고립된 섬인 '트리스탄다쿠냐'에 상륙해 현지 주민 및 학생들과 접촉하기까지 했다.

당시 승객이었던 유튜버 루히 체네트(Ruhi Çenet)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선사가 초기부터 사태를 엄중하게 다뤘어야 했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선사 측은 첫 사망 사례를 단순 개별 질환으로 치부했으나, 이후 사망자의 부인이 세인트헬레나 섬을 거쳐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하던 중 추가로 숨지면서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음이 드러났다.

이례적인 '인간 간 전파' 의혹... WHO "전 세계적 감시 필요"


이번 사건이 보건당국을 긴장시키는 이유는 한타바이러스의 전파 특성 때문이다. 한타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설치류의 배설물을 통해 감염되며 인간 사이의 전파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혼디우스호 사례는 한정된 공간에서 다국적 승객들 사이에 확산했다는 점에서 변종 가능성이나 이례적인 전파 경로에 무게가 실린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바이러스성 출혈열 기술 책임자인 아나이스 레강(Anaïs Legand) 박사는 최근 브리핑을 통해 "서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모인 크루즈선에서 이런 규모의 한타바이러스 확산이 일어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WHO 분석에 따르면, 최초 감염자는 승선 전 칠레와 우루과이 등지에서 조류 관찰 여행을 하던 중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선박에는 미국, 영국, 스페인 등 23개국 출신 승객 149명이 탑승 중이며, 선내 의사마저 감염되어 긴급 투입된 의료진이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상태가 위중한 승객이 남아공으로 긴급 후송된 이후에야 선사는 최고 단계인 '레벨 3'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고립된 섬 공동체 전염 우려... 향후 국제 크루즈 방역 강화 '분수령'


사태는 선내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혼디우스호가 중간 기착지로 방문했던 트리스탄다쿠냐 섬은 인구 220명의 폐쇄적인 공동체로, 승객들과 접합한 주민들의 2차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지 보건당국은 섬에 상륙했던 승객들과 접촉한 이들을 대상으로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 중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크루즈 산업의 방역 지침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 코로나19 당시 크루즈선이 ‘거대한 배양 접시’ 역할을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희귀 감염병의 국제적 이동 통로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 MV 혼디우스호는 카나리아 제도를 향해 항해 중이며, 추가 증상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잠복기를 고려할 때 안심하기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제 의료계 관계자는 "인수공통 전염병이 크루즈라는 특수 환경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전파되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라며 "향후 오지 탐사 크루즈에 대한 검역 절차가 대폭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