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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확산에 유럽~아시아 항공로 위기…우회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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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확산에 유럽~아시아 항공로 위기…우회 부담 가중

후티 공격에 사우디 영공까지 위험지역 부상…항공편 1000편 이상 취소·방공망 부족도 우려
지난달 19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의 연료 저장시설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19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의 연료 저장시설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동 전쟁이 확산하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주요 국제항공로가 잇따라 위험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영공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공항과 민간 항공시설을 집중 공격하면서 항공사들의 우회 운항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핵심 통로였던 사우디 영공마저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국제항공망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각지의 무력 충돌이 민간 항공시설과 여객기를 직접 위협하면서 상업 항공운송이 국제 분쟁의 새로운 위험 지역으로 변하고 있다고 1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WSJ는 지난 10일 이후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에 대한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이 이러한 위협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 12명이 숨지고 300명 이상이 다쳤다. 항공사들은 리야드로 향하던 항공편을 긴급히 우회시키고 1000편 이상의 항공편을 취소했다.

◇사우디 영공도 위험지역…유럽~아시아 항공 통로 축소

WSJ에 따르면 사우디 영공은 중동 전쟁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몇 안 되는 주요 항공 통로 가운데 하나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후티 반군이 사우디의 민간 공항을 직접 공격하면서 항공사들은 기존 운항 경로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후티 반군은 지난 5일 사우디 영공이 자신들의 군사작전 지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사우디 주요 공항을 겨냥한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이 이어지면서 항공 안전에 대한 우려가 확산했다.

유럽연합(EU)의 항공안전 규제기관은 지난주 사우디 영공 일부 구역의 비행 위험에 관해 경고했다.

독립 항공안전단체 옵스그룹도 사우디 영공 전역에서 모든 고도의 항공편 운항을 피할 것을 항공사들에 권고했다.

사우디를 통과하는 항공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이후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주요 통로로 활용돼 왔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영공이 폐쇄되고 러시아가 유럽과 미국 등 일부 국가의 항공사에 자국 영공 이용을 금지하면서 항공사들은 기존 운항 경로를 변경해야 했다.

올해 2월 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에는 이라크 상공의 핵심 항공로도 폐쇄되면서 사우디 영공을 이용하는 항공편이 늘어났다.

그러나 사우디에서도 민간 항공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계속되면서 항공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경로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중앙아시아로 우회…콴타스 일부 노선 운항시간 최대 4시간 증가

항공사들은 사우디 영공의 위험을 피해 중앙아시아를 통과하는 항공로의 이용을 늘리고 있다.

WSJ에 따르면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상공을 통과하는 좁은 항공 통로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주요 대체 경로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항공로에도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일부 구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미칠 수 있는 지역과 인접해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통과하는 경우도 있다.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가니스탄은 적극적인 항공교통관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 국경 인근의 무력 충돌 지역과도 가까워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항공사들은 운항 경로를 변경할 때 비행시간뿐 아니라 승무원 근무시간 제한과 환승편 연결, 연료 소모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은 지난 9월 말부터 인도 뭄바이와 영국 런던을 연결하는 하루 두 차례의 항공편을 중앙아시아 경유 노선으로 운항하고 있다.

이전에는 이집트와 사우디 영공을 자주 이용했다.

에어인디아와 터키항공도 후티 반군의 공격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일부 항공편을 사우디·이라크 국경 인근으로 우회시켰다.

그러나 이 경로는 여전히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을 통과하는 문제가 있다.

호주 콴타스항공은 올해 퍼스~런던 직항편을 중단했다.

중동을 통과하지 않고 약 17시간의 직항편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싱가포르에서 급유하는 방식으로 운항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동시간이 최대 4시간 늘어났다.

WSJ는 “이러한 우회 운항이 항공사들의 복잡한 운항 계획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유 가격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약 두 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상황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리야드 공항 공격에 항공편 1000편 이상 취소

후티 반군의 리야드 국제공항 공격은 민간 항공시설이 전쟁의 직접적인 표적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지난 10일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12명이 숨지고 300명 이상이 다쳤다.

WSJ는 “이번 공격은 최근 10여년 동안 사우디에서 발생한 공격 가운데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사건이며 민간 공항에 대한 직접적인 미사일 공격으로도 피해 규모가 매우 큰 사례”라고 보도했다.

공격 이후 수십 대의 항공기가 다른 공항으로 우회했으며 10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사우디 당국은 공항을 폐쇄하고 피해 상황을 조사했다.

11일에도 추가 공격이 이어졌다.

사우디 당국에 따르면 발사체가 제4터미널에 화재를 일으켜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인근에서는 순항미사일 1발이 요격됐다.

킹칼리드 국제공항뿐 아니라 사우디의 다른 주요 공항들도 공격을 받으면서 항공망 전반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호주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리야드 공항 이용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프랑스와 캐나다, 독일도 사우디 영공 전체 또는 상당 부분을 통과하는 항공편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항공사들에 경고했다.

항공보안 전문업체 오스프리 플라이트 솔루션스의 맷 보리 최고정보책임자는 “각국 영공을 관리하는 정부와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위험을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승객들이 항공사의 운항 결정만으로 안전을 확신하기보다 자국 정부의 여행경보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간 여객기까지 직접 공격…방공미사일 부족이 위험 키워

민간 항공에 대한 위협은 사우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한 이후 중동 각국의 공항과 항공시설이 반복적으로 공격받았다.

이란의 공격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등 주요 공항에서는 연료 저장시설과 주기 중인 항공기, 활주로, 항공교통관제 시설 등이 피해를 봤다.

지난 3월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에 주기 중이던 민간 제트기 3대가 이란 미사일 파편에 맞아 이스라엘이 일시적으로 영공을 폐쇄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 주변 목표물을 공격했으며 사우디는 지난 7월 예멘 사나 공항을 폭격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달부터 사우디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리야드 공항의 연료 저장시설과 창고를 타격했다.

주기 중이던 에어버스 A320 항공기 1대가 파괴되고 다른 항공기 최소 5대가 피해를 봤으며 항공사 기장을 포함한 항공업계 종사자들도 목숨을 잃었다.

WSJ는 기존 미사일과 장거리 무인기를 이용한 민간 항공시설 공격이 빈도와 피해 규모 측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방공 요격미사일 재고가 줄어드는 점이 항공시설의 위험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지난달 회원국들에 민간 항공이 무력 충돌에 휘말리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ICAO는 항공업계가 운항 경로를 변경하면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더라도 이것이 근본적인 안보 위협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WSJ는 항공사들이 우회 운항을 통해 일부 위험을 피할 수 있지만 이용 가능한 영공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국제항공망의 운영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