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독일 방산 거인 라인메탈, 파산 위기 루마니아 조선소 품고 해군력 건조 전진기지 만든다

글로벌이코노믹

독일 방산 거인 라인메탈, 파산 위기 루마니아 조선소 품고 해군력 건조 전진기지 만든다

- 파산 선고 반년 만에 거머쥔 현지 생산 거점
- 네 차례 유찰 딛고 시작가의 75퍼센트로 낮아진 낙찰가
- 유럽연합 방위 프로그램 이행 위한 승부수
독일 방산 기업 라인메탈이 파산 선고를 받은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를 1억 3800만 유로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사진=페이스북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방산 기업 라인메탈이 파산 선고를 받은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를 1억 3800만 유로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사진=페이스북

독일 방산 기업 라인메탈이 파산 선고를 받은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를 1억 3800만 유로(약 1853억 원)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번 인수는 유럽연합의 SAFE 프로그램에 따라 루마니아 해군 함정 건조 계약을 원활히 이행하기 위한 현지 생산 거점 확보 차원에서 단행됐다.

합작 법인의 갈등이 부른 파산의 문턱


해운·조선 전문 매체 더 마리타임 익제큐티브가 2026년 10월 9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법원이 지정한 파산 관리인이 매각 계약을 공식 확인했다.
망갈리아 조선소는 한때 유럽 최대 규모 조선소를 자랑하며 최전성기에는 2000명이 넘는 고용을 창출했던 핵심 산업 기지였다. 다멘 그룹은 지난 2018년 루마니아 정부와 손을 잡고 합작 법인을 설립해 지분 49퍼센트를 쥐고 조선소 운영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 2023년 루마니아 정부가 민간기업 경영 관련 규정을 전격 변경하면서 양측 간 깊은 갈등의 골이 파였다. 다멘 그룹은 이를 명백한 계약 위반으로 규정했고, 결국 2024년 지급불능 절차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채권단이 경영 정상화 계획을 최종 거부함에 따라 법원은 2026년 4월 조선소 파산을 선고했다. 당시 조선소가 짊어진 총부채 규모는 1억 9000만 유로(약 2557억 원)에 달했다.

네 차례 유찰 딛고 성사된 1850억 원대 낙찰


법원이 선임한 파산 관리인은 조선소의 자산 가치를 8400만 유로로 평가했고, 채권단은 1억8400만 유로를 경매 시작가로 제시했다. 하지만 초기 세 차례 경매는 입찰자 부재로 줄줄이 유찰됐다. 규정에 따라 가격이 시작가의 75퍼센트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는 국면에 접어들자 라인메탈이 인수의 손을 내밀었다.

루마니아 현 국방부 장관은 매각 초기 제시된 1000만 유로의 헐값 제안을 거부하고 협상을 이어간 끝에 조선소 재가동과 고용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라인메탈은 올해 3월 독일 함정 건조사 NVL(Naval Vessels Lürssen) 인수를 매듭지으며 본격적으로 조선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5월에는 루마니아 해군을 위한 연안순찰함 2척과 지원함 2척 건조를 골자로 하는 약 9억 2000만 유로(약 1조 2356억 원) 규모의 계약을 거머쥐었다. 라인메탈은 이 거대한 물량을 소화할 현지 생산 기지로 망갈리아 조선소를 점찍고 물밑 협상을 벌여왔다.

유럽 방산 재편이 던지는 공급망 파장


유럽 주요국이 핵심 방산 및 조선 인프라를 속속 내재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지도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유럽연합 차원의 자급자족형 방위 프로그램이 강화될수록 현지 로컬 기업 중심의 수주 집중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한국의 주요 조선·방산 기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해군력 증강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고, 국내 기업들이 독보적인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수는 유럽 현지 조선소들이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건조 납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는 상황이며, 이 경우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의 경쟁 압력은 한층 거세질 수 있다.

라인메탈이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조선소 시설 재가동을 위한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거액의 해군함 건조 계약을 차질 없이 완수해 내느냐가 향후 라인메탈의 조선업 안착 여부를 가를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