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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냉전시대 군사동맹 넘어 전략적 동맹으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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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냉전시대 군사동맹 넘어 전략적 동맹으로 발전"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창설자 겸 회장 인터뷰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창설자 및 회장이 8일(현지시간) 글로벌 이코노믹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냉전 시대의 정치 군사 동맹을 뛰어넘는 진정한 동맹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창설자 및 회장이 8일(현지시간) 글로벌 이코노믹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냉전 시대의 정치 군사 동맹을 뛰어넘는 진정한 동맹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중국과 러시아는 냉전 시대의 정치, 군사적 동맹 단계를 뛰어넘는 진정한 전략적 동맹 관계로 발전해가고 있고, 두 나라가 힘을 합해 미국 및 그 동맹국들에 강력히 맞대응하려고 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과 그 이후의 국제 정세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위협 문제 등에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유럽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를 통해 러시아를 견제하는 '현상 유지(status quo)'를 타파하려 하고, 시 주석은 미국이 '쿼드(Quad, 미국 일본 인도 호주 간 안보 협의체)'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는 데 맞서려고 합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이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서로가 필요해 결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제정치학계에서 '21세기의 키신저'라는 평가받는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창설자 겸 회장은 8일(현지시간) 세계 안보와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우크라이나 사태를 심층 진단하기 위한 '글로벌이코노믹'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유라시아그룹은 미국 뉴욕에 본부가 있고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브라질 브라질리아상파울루, 싱가포르, 일본 도쿄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세계 90개국에서 전문가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글로벌 싱크탱크 및 위기관리 컨설팅업체다.

브레머 회장은 국제정치학계에서 '제이커브(J-Curve, 국가의 개방성과 안정성 상관관계 이론)', '국가자본주의(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자본주의)', 'G제로(미·중 양국이 G2가 아니고 국제질서를 선도하는 국가가 아예 없는 세계)', '금융 무기(Weaponization of Finance, 금융자산을 이용한 당근과 채찍의 대외정책)', '피벗 국가(Pivot State,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중심축을 유지하는 나라)', '지정학적 침체(Geopolitical recession, 미국의 지도력 붕괴에 따른 지정학적 퇴보)' 등의 개념과 이론을 정립한 학자다. 현재는 '세계데이터기구(WDO)' 창설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등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했지만
푸틴 개막식 참석·시진핑과 정상회담 결속력 과시

브레머 회장은 "미국과 일부 국가들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했지만, 중국 정부 입장에서 이번 올림픽이 큰 정치적 문제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어떤 선수나 기업도 이번 올림픽에 불참을 선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냉전 시대의 중러 동맹을 뛰어넘는 결속을 과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지난 4일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1000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 합의, 향후 30년에 걸친 새로운 가스 분야 협력을 약속하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고, 특히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나토 확장에 따른 러시아의 안보 요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브레머 회장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이번 회담이 지난 몇 년 사이에 국제 사회에서 이뤄진 정상회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적 위협 사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 이번 회담이 중국과 러시아가 전술적 수준을 넘어 전략적 동맹을 지향하면서 진정한 동맹 관계를 구축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발표한 '새 시대 국제관계와 글로벌 지속적 발전에 관한 공동 성명'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공통 인접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훼손하려는 외부 세력의 시도에 반대한다"면서 "나토의 추가 확장에 반대하고, 나토가 냉전 시절의 이데올로기화 된 접근법을 포기하길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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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회장


다음은 브레머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동북아 지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무엇보다 시 주석은 대외 문제에 강력하고, 독단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런 시 주석은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 문제에 대처하듯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협을 '하나의 러시아' 시각으로 바라본다. 중국이 대만 인근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미국이 차단하려는 것처럼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려는 러시아를 미국이 차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끝내 침공할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제한적인 군사 작전을 전개했을 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유례없는 경제 제재로 그 파장이 아시아에 미칠 것이다."

-러시아가 경제 제재에 직면하면 중국이 어떻게 러시아를 지원하나?

"미국 등의 제재로 러시아의 유럽 가스 공급선이 차단될 수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공급받는 파이프라인이 구축돼 있지 않다. 중국은 또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러시아 제재로 자국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 관리들은 지금 내밀하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어느 분야를 경제 제재 대상으로 선정할지 탐문하고 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천연가스 공급 합의 의미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100억㎥ 규모의 천연가스를 매년 극동지역에서 중국에 공급할 새로운 계약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계약 30년짜리로 러시아 가즈프롬은 러시아 극동지역과 중국 북동부 지역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2년에서 3년 안에 개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간에 가스 운송 파이프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유럽에 팔지 못하는 가스를 중국에 당장 공급하기는 어렵다.

중국이 지난 몇 년 동안 경제적 목적으로 러시아에 대해 투자를 하지도 않았다. 미국 등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침몰할지, 아니면 회생할지 중국의 결정에 달려 있지 않다. 다만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합의는 외교적인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크라 군사작전 전개 땐 경제제재 파장 亞 '직격탄'
러측과 외교 협상 진행되겠지만 타결 전망은 암울

-베이징 올림픽과 우크라이나 사태의 상관관계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공동 성명을 보면 두 나라의 핵심 안보 이슈를 잘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서 동계 올림픽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악화하지 않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중국이 올림픽 기간 중 '휴전'을 지지했다기보다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공동으로 입안했다고 봐야 한다. 베이징 올림픽은 오는 20일에 끝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를 외교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몇 주일 남아 있는 셈이다.

러시아가 베이징 올림픽 일정에 맞춰 우크라이나 인접 지역에서 군사 훈련 계획을 수립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러시아는 오는 10일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 근처에서 벨라루스와 합동 군사 훈련을 시작하고,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이 열리는 오는 20일에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 훈련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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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회장


-러시아와 향후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되나?

"앞으로 2~3주 동안 러시아 측과 외교적인 협상이 진행되겠지만, 타결 전망은 어둡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전면 철군을 단행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고, 이번에 쉽게 러시아에 양보하기 어렵다.

협상이 최종 결렬될 때도 러시아가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다. 또 미국을 포함한 나토가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해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충돌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제한적인 군사 작전이 전개되면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투입돼 미국인 구출 작전을 할 것이다. 이때 러시아군이 미군을 방해하는 행동을 극구 자제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는 러시아에 대한 대대적인 경제 제재를 단행하면서 미국과 나토 병력을 우크라이나 인접 지역에 증강 배치하는 대치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회장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회장


브레머 회장 약력 △미 툴레인대 졸업 스탠퍼드대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후버연구소 연구원 컬럼비아대 및 뉴욕대 교수 △'내셔널 인터레스트' 편집장, '타임' 편집위원 글로벌 싱크탱크 유라시아 그룹 창설자 및 회장 월스트리트의 '글로벌 정치위험지수(GPRI)' 개발 G제로 미디어 그룹 CEO G제로, J-커브 등 국제정치 이론 정립 저서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우리와 그들(Us vs. Them)' 등 10권, 신간 '위기의 파워(The Power of Crisis)' 출간 예정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