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7 14:38
온라인 브랜드의 오프라인 귀환과 플래그십 전략의 진화 역설이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된 시대, 오프라인 매장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지금, 온라인에서 태어나 성장한 브랜드들이 수백억을 들여 오프라인 공간을 짓고 있다. 단순한 회귀가 아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쌓아 올린 데이터와 관계를, 물리적 공간에서 완성하려는 계산된 진화다. 20년 넘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지켜보며 다양한 변화를 목격했지만, 이만큼 흥미로운 반전은 손에 꼽힌다.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에 왜 브랜드들은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며 오프라인으로 돌아오는가. '체험'이라는, 디지털로는 구현할 수 없는 감각의 영역 때2025.11.17 05:56
노자는 밖에 나가지 않고 집 안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천하 만물을 다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일체 번뇌를 여읜 오직 한마음(一心)에 이르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말이다. 큰 바윗돌에 하늘의 별을 자세하게 그려 놓은 천문도를 보면 고대 선각자들 역시 방 안에 가만히 앉아서 천상천하를 다 보았을 것 같다.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아도 마음의 눈(心眼)으로 다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대도(大道)에 이른 자의 마법 같은 초월적 능력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같이 번거로운 세상에 몸담고 사는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하긴 세속을 멀리하고 수도에 전념하는 도인이라면 혹 천상천하를 다 볼 수도 있을 테지만 웬만해서2025.11.14 06:30
국세청은 지난 6일 사립학교 교사부터 전문 암표 기업까지 총 17개 업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이로써 암표상들의 천태만상(千態萬象)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공공기관 근무자는 물론, 사립학교 교사, 전문조직 등 기업형 암표 업자 등 다종 다양하다. 이 업계에서도 승자독식의 법칙이 적용돼 상위 1%가 전체 거래의 절반을 독식하고 정규직 대졸 초임을 훌쩍 뛰어넘는 거액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우리 국민 모두가 누려야할 문화적 기본권을 빼앗은 대가로 세무조사를 받을 만큼 큰 이익을 보고 있다.국세청 세무조사 대상자들은 주요 티켓 거래 플랫폼의 판매 인원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단 400여 명이 전체의 절2025.11.13 13:22
민주노총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는 약 5만 명이 참가해 전태일 열사 55주기와 민노총 결성 30주년을 기념했다. 참가자들은 하청·특수고용 노동자 권리 보장, 플랫폼 노동자 인정, 공공기관 임금·안전 보장 등을 요구하며 한국 노동 구조의 문제와 정책 공백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이 선언적 구호와 재정 지원에 머물러 현장 권리 보장과 괴리가 크다고 평가한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행정지침 한 줄에 임금과 근로 조건이 좌우된다고 호소하며 정책의 한계를 지적한다. 이러한 간극은 노동자 불신과 사회적 갈등을 키운다. 한국은 압축적 경제성장 과정에서 독특한 노동체제를 형성했다. 이2025.11.12 13:05
바야흐로 단풍이 절정이다. 일찍이 카뮈는 “낙엽이 꽃이라면,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산행’이란 시에서 봄꽃에 빗대어 ‘서리 맞은 단풍이 봄꽃보다 붉다’고 단풍을 예찬하기도 했다. 꽃과 단풍의 공통점은 매혹적인 아름다움의 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 곱게 물든 단풍은 곧 떨어져서 낙엽이 되고 결국은 썩어서 거름이 된다. 단풍도 꽃과 같아서 때를 놓치면 다시 꼬박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때를 잘 맞춰야 단풍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가을 왕릉 숲길이 개방됐다는 소식을 듣고 때를 놓치기 전에 마음속에 점찍어 두었던 광릉 복자기나무 숲길을2025.11.10 08:04
길이 330m, 무게 10만 톤이 넘는 니미츠급 항공모함은 최고 속도로 항해 중일 때 키를 최대한 꺾어도 회전 반경이 3㎞, 완전히 방향을 바꾸려면 30분 이상이 걸린다. 방향을 선회할 때 함장은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관실, 항해사, 레이더실, 함교, 수십 명의 승조원이 동시에 반응해야 하며, 항로 위의 모든 배는 항모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국가의 에너지정책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니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건 불가피하지만, 시간이 걸린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전력망, 발전소, 연료공급, 연구개발, 산업 인력까지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정책 방향은 자전거 핸들2025.11.10 05:54
허물은 잘못해서 저지른 고의성 또는 실수를 일컫는다. 세상 어느 누가 허물없는 삶을 살 수 있으랴마는 허물 중에서도 욕심이 가장 무섭고 두려운 재앙의 근원이다. 욕심 하면 권력욕·재물욕이 먼저 생각날 테고 그로 인한 허물이 가장 두려운 재앙의 근원이라 할 수 있지만, 허물은 비단 탐욕만을 뜻하지 않는다. 가족 혹은 타인과 오해로 인한 다툼이라든지 사랑·우정·의리 등등 일상에서 짓는 허물은 모래알같이 많다. 그런데 그 숱한 허물을 곰곰이 따져보면 하나같이 나와 너를 분별해 생각하고 판단하는 이기적 속성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초월적인 성자를 제외한 모든 인간은 어차피 이기적 속성이 불변의 천성처럼 마음에 깊이2025.11.07 15:21
최근 들어 캄보디아의 악명 높은 스캠(사기) 범죄로 온나라가 시끄럽다. 로맨스 스캠, 보이스 피싱 등 속임수를 이용해 우리 국민의 돈이나 정보를 가로채는 사기 범죄(스캠)이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납치와 감금, 실종 사건 건수도 늘고 있어 정부가 다각도의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캄보디아 범죄의 배후로 알려진 법인들의 국내 관련 업체에서 탈세 혐의를 확인하고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은 해외에 숨긴 범죄 수익의 환수는 물론,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라는 점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는 대상은 스캠 배후 업체로 알려진 유명 외국 A 법인2025.11.06 13:40
젠슨 황의 방한은 한국 기업에 큰 이익을 안긴 전략적 행보다. 삼성전자·SK·현대차·네이버 등은 인공지능(AI) 칩과 자율주행, 로봇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를 얻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단순 거래가 아니라 기술 혁신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네트워크 구축의 의미를 지닌다. 현대차와 네이버는 과기정통부·엔비디아와 함께 피지컬AI 기술 고도화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로 3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삼성과 SK는 AI를 반도체 공정에 접목해 생산 효율과 품질을 높이고 있다. 이는 제조 중심 산업구조를 AI 기반 산업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다. 한국과 엔비디아는 AI 랜(AI 기지국) 기술을 공동 연구하며 스타2025.11.05 13:54
마침내 11월이다. 11이란 숫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차 레일을 닮아서일까, 11월은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달이다. 아직 달력 한 장이 더 남아있기는 하지만 한 해의 막바지에 가까워진 마음의 조급함과 헛되이 흘려버린 지난 시간에 대한 미련이 등을 떠미는 까닭이다. 단풍은 하루 최저 기온이 5℃ 아래로 내려가 쌀쌀해지면서 들기 시작한다. 쉽게 말해 나뭇잎이 광합성 활동을 멈추면서 단풍이 드는 것이다. 올해는 여름 늦게까지 더위가 극성을 부리다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고운 단풍을 보기가 쉽지 않다. 길가의 가로수들도 시퍼런 채로 잎이 마르고 낙엽 되어 도로 위에 뒹구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내가2025.11.03 15:15
새벽 6시, 한 건설 현장에 일용직 노동자 김 씨가 출근한다. 전날 급하게 연락받고 처음 오는 현장이다. 간단한 서류 작성 후 15분짜리 안전교육 영상을 본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동료는 영상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인다. 오전 9시, 작업이 시작된다. 김 씨는 20m 높이 비계 위에서 용접 작업을 한다. 안전난간은 곳곳이 헐겁고, 안전모는 낡아 턱끈이 헐거워졌지만 교체해 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2025년 대한민국, 어느 건설 현장의 평범한 풍경이다. 올해는 우리 산업 현장에 안전관리의 전환점이자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해였다.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가 선정한 '2025 중대재해·안전 7대 뉴스'는 단순한 사건의2025.11.03 06:38
지식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은 똑똑해 보이지 않는다. 아는 체하지 않아서 어리석어 보인다. 하지만 앎을 비웠다 해도 부족함이 없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지식과 지혜를 무위로 면면히 냄으로써 그 쓰임새는 무한하다. 그러나 지식과 지혜가 부족한 사람이 많이 알고 잘난 체한다. 그런 유의 사람은 정작 지식과 지혜가 필요할 때 불의한 꾀를 내어 타인을 현혹할 뿐 대지를 적셔 무위로 덕을 베푸는 샘의 쓰임새를 교묘히 험담하고, 저 자신을 위할 뿐 마른 샘처럼 베풀 줄을 몰라 쓰임새가 없다. 이런 비유는 어떨까? 꽃병에 예쁜 꽃을 빈틈없이 수북이 꽂아 놓은 것보다 몇 개의 꽃가지를 공간을 두고 여유롭게 꽂아 놓은 모양이 더 아름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