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1 13:20
살갗을 에는 바람이 맵차다. ‘입춘 추위에 장독 깨진다’는 속담이 헛말이 아니듯 봄의 문턱이라는 입춘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한파에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것 같다. 오전 내내 집안에 들어앉아 있다가 콧바람이라도 쐴 생각으로 볕 좋은 오후에 천변 산책에 나섰다. 솜털 외투로 꽁꽁 싸맨 백목련 꽃눈이나 담장의 개나리 가지를 살펴봐도 봄의 기미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나마 볕바른 양지쪽 마른 풀 사이로 겨울을 잘 견딘 로제트 식물들이 푸른 빛을 찾아가고, 흐르는 물속에 초록 기운을 머금고 있는 한 뼘쯤 자라난 물풀들이 봄이 오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흰 물보라를 일으키며 폭포처럼 쏟아지는 방류구의2026.02.09 18:08
외형상 성범죄처럼 보이지만, 사안의 본질이 재산범죄인 경우가 있다. 이른바 성범죄를 빙자한 공갈이다. 공갈죄는 사기죄와 마찬가지로 제정형법부터 있어왔지만, 대중에게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공갈은 피해자를 협박하여 공포심을 유발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범죄이다. 사기가 속임수로 돈을 받아내는 범죄라면 공갈은 두려움을 이용하여 돈을 갈취하는 범죄이다.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남성 29명을 상대로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며 합의금 명목으로 4억 5천여만 원을 갈취한 여성 2명이 공갈 및 무고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사건은 더 이상 이례적이지 않다.성범죄 피해2026.02.09 17:36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부동산 중개 사무소. 에이전트 A는 오전 9시부터 매물 사진을 정리하고, 고객 문의에 답하고, 계약서를 검토한다. 점심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오후 3시까지 몰두하면 3건의 매물 설명과 고객 응대 5건, 계약서 검토 2건을 처리한다. 이 시각, 같은 동네의 에이전트 B는 같은 시간에 매물 설명 10건, 고객 응대 15건, 계약서 검토 5건을 끝낸다. 차이는 단 하나, 인공지능(AI)을 쓰느냐 안 쓰느냐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중요한 건 AI가 부동산 중개인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일하는 틀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식당에서 주방장은 요리에만 집중하고, 서빙은 직원에게 맡기듯이 말이다. 중2026.02.09 10:12
미국의 가장 큰 힘은 뭐니뭐니 해도 달러 기축통화이다. 기축 통화란 전세계 어디서나 널리 통용되는 글로벌 화폐를 뜻한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달러화를 중심 통화로 사용하고 있다. 수출이나 수입등 무역을 할 때에는 물론이고 돈을 주고받는 이전 거래나 주식 채권 등 금융 거래에 있어서도 대부분 달러화로 결제한다. 글로벌 세계에서는 달러가 바로 생명줄이다. 달러 보유량이 부족해지면 다른 나라와 거래를 할 수가 없다. 원유나 식량을 사올 길도 막힌다.국가부도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그 귀한 달러를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다. 이것이 미국의 막강한 힘이다. 무역과 서비스 거래에서 오랫동안 적자를 보아왔던2026.02.08 15:25
최근 공개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움직임은 실로 경이롭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인간의 신체 능력을 모방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환경을 인식하고 복잡한 공구와 부품을 다루며 물리적 노동의 주체로 우뚝 섰다. 이제 공장과 물류 현장에서 사람의 팔다리를 대신할 로봇은 미래 공상이 아닌, 지금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화려한 기술적 진격의 이면에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등골 서늘한 현실들이 도사리고 있다. 합계출산율 0.7명대라는 전대미문의 ‘인구절벽’이다.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보다 사람이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빨라질 이 기묘한 교차점에서 사람이 떠난 빈 공장에 로봇만 들여놓2026.02.08 13:49
최홍규 미디어학 박사 / EBS AI교육팀장요즘 학부모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숙제를 뚝딱 끝내버리는 자녀를 보며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한다. “이렇게 공부해도 정말 괜찮은 걸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기술에만 의존하다 사고력이 뒤처질지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정답을 복사해 붙이는 아이들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우리가 진짜 고민해봐야 할 지점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질문의 격차’다. 어떤 아이들은 질문에 명확한 조건과 맥락을 설계해 넣어 AI로부터 전문가 수준의 정교한 통찰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AI 시대의 결과물이란 사용자가 던진 질문의 질에 수렴하기 마련이며, 미래의 핵심 경2026.02.07 05:00
최근 국회에서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의 온라인·새벽배송 허용 법안이 발의되면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전국 소상공인의 45%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으며, 대출 연체율은 12%에 달한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한 달에 이틀 의무휴업을 규정한다. 이는 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하지만 민주당 김동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온라인 주문에 한해 영업시간 규제를 제외, 대형마트도 새벽배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발의 취지는 쿠팡 등 초대형 플랫폼 독점 부작용을 해소2026.02.06 14:41
박영범 세무사 YB세무컨설팅 대표수도권의 베이커리와 대형 카페가 떨고 있다고 한다. 가업상속공제를 악용하는 '탈세 루트'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수도권 일대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대형 베이커리·카페가 부유층의 ‘편법 상속·증여’ 수단으로 악용되는 실태를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국세청에 지시한 게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맹점이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통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도의 취지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업상속공제는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소·중견기업의 지속 성장을 지원하기2026.02.05 13:19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는 배추·사과·돼지고기 등 16대 성수품을 대량 공급하고 할인 지원에 나섰다. 역대 최대 물량과 예산으로 민생 안정 의지를 강조했지만, 이 대책은 단기적 체감 물가 관리에 치중됐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구조 개혁보다 즉각적 효과에 초점이 맞춰졌다. 공급 확대와 할인은 명절 기간에 가격 급등을 완화하는 데는 일정한 효과가 있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 불안은 기후 변화와 인건비 상승, 유통 비효율 같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이런 문제를 외면한 채 물량 투입만 반복하면 명절 이후 가격 변동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910억 원 규모의 할인 재정은 소비자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2026.02.04 13:38
아침 산책길에 흰 눈에 반쯤 덮인 남천의 빨간 열매가 눈을 찔러왔다. 남아시아와 중국이 원산지인 남천은 상록관목이다. 한겨울에도 선홍색의 열매를 달고 있어 ‘겨울 정원의 보석’으로 불린다. 예로부터 화재나 액운을 막아준다고 여겨 집 정원이나 사찰 주변에 많이 심어온 나무다. 입춘을 코앞에 두고 밤새 눈이 내렸다. 눈 구경이나 할 요량으로 집을 나섰다가 우연히 남천 열매를 보았으니 새봄엔 왠지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하지만 봄은 아직 멀기만 하다. 해마다 입춘이 되면 사람들은 건강과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길 기원하는 입춘첩을 써서 대문이나 기둥에 붙인다. 입춘첩을 붙이는 것은 우리 고2026.02.02 17:53
인테리어 현장에서 나온 폐기물이 어디로 가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발주처도, 시공사도, 심지어 처리업체조차 정확한 최종 행선지를 확언하기 어렵다. 전화 한 통, 사진 몇 장, 도장 찍힌 서류가 전부였던 이 시장은 오랫동안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 일부 현장에서 시도된 변화는 이 깜깜한 시장에 처음으로 불을 밝힌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상업용 건축, 인테리어 전문기업 알스퀘어디자인에 따르면 1200t 규모의 폐기물을 매립이나 소각 없이 전량 재자원화했고, 그 결과 서울 여의도공원 4배 면적에 17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것과 같은 탄소 감축 효과가 나왔다. 선언이 아닌 증명으로 얻어낸 성과다2026.02.02 16:26
공탁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하여 법원에 금전을 위탁하는 제도이다.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487조에 따른 변제공탁을 할 수 있고,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공탁법 제5조의2에 따른 특례공탁이 가능하다. 이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선택되는 차선책으로,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가 전제되지 않으므로 합의와 동일한 효과를 갖지는 않지만, 일정한 범위 내에서 감형 사유로 참작된다.공탁된 금전은 피해자가 수령할 수도 있고 끝까지 수령을 거부할 수도 있다. 다만 적정한 금액이 공탁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가해자가 피해 회복을 위해 일정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 인정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