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3 13:20
정정수 작가와 몇몇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 젊은 한의사 한 명이 참석했다. 이 사람 저 사람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은 뒤,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본의 아니게 독설을 뿜어내고 말았다."제가 어쩔 수 없이 이 자리에 있지만, 좀처럼 상종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한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입니다."이 도발적인 발언은 결국 나에게서 장황한 연설을 이끌어냈다.어느 사회나 비슷하겠지만, 의사라는 부류가 그렇다. 최고의 위치에 있는 의사는 누구에게도 친절할 이유가 없다. 그에게 부여된 임무는, 자기보다 서열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일이다. 그것으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2026.08.12 13:00
입추가 지나며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는 해도 여전히 덥다. 하늘은 우리에게 견딜 수 있을 만큼만 시련을 준다는 바람에 떠온 말에 기대어 근근이 견디는 중이다. 염천의 하늘 아래서도 눈부시게 피어나는 꽃들처럼 환하게 웃을 순 없다 해도 슬기롭게 이 폭염의 계절을 무탈하게 건너가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백두산 여행을 다녀오면서 여행지의 인상적인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 간직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시작한 펜 드로잉이 새로운 취미로 자리 잡으면서 뜨거운 여름을 견디게 하니 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예전에 잠깐 취미로 민화를 그려본 적은 있으나 제대로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는 내게 펜 드로잉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다행히 요즘2026.08.11 13:30
농협은 약 206만 명의 조합원과 1100여 명의 조합장으로 구성된 거대한 협동조합이다. 그러나 주인·경영인·감독자가 분리되지 않은 구조 속에서 중앙회에 권력이 집중되며 비리 논란이 반복되어 왔다. 국정감사에서도 중앙회와 계열사의 부실 관리 문제가 지적되며 조직 전반의 신뢰 위기가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닌 구조적 한계가 누적된 결과로 해석된다. 협동조합의 특수성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조합원은 모두 1인 1표의 권리를 가지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이해관계가 크게 갈린다. 영세 농가와 대규모 농가, 지역별 조합 간 요구가 상충하면서 조정이 쉽지 않다. 중앙회는 이를 조율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권한이2026.08.10 17:50
등산을 잘하는 사람은 비싼 등산화를 신은 사람이 아니다. 어느 길이 위험한지, 어디에서 쉬어야 하는지, 정상까지 가장 안전하게 오르는 길이 어디인지 아는 사람이다.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다. 좋은 모델을 쓰는 것과 AI를 잘 활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같은 툴을 써도 누구는 업무 시간을 줄이고, 누구는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모델 자체가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연결하고 업무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생성형 AI 등장 이후 부동산 산업에서도 활용 시도가 이어졌다. 계약서를 분석하고, 시장 정보를 요약하고, 투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잇따라 나왔다. 의미 있는 디지털 전환이었다. 그러나 시간2026.08.10 17:50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상반기 기준 3.3㎡당 2143만 원이다. 지난해 평균 분양가 2096만 원과 비교하면 2.2% 오른 액수다. 이 중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5897만 원이다. 지난해 5131만 원보다 14.9% 상승한 셈이다. 전용 면적 84㎡ 규모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평균 20억 원 정도가 필요한 셈이다. 물론 인기 지역의 84㎡ 분양가는 20억 원 후반까지 치솟은 상태다. 정부의 2026년 세제 개편안 기준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20억 원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현금 부자는 한정돼 있다. 정부의 아파트 공급 대책이 실제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실수요자의 구매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2026.08.09 14:50
아내의 말에 따르면 나는 참 힘든 사람이다. 금방 들은 것은 금방 잊어버리면서도, 어떤 것은 아내가 질릴 정도로 끝까지 붙들고 산단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운전 경력이 30년에 이르는 내가 정작 길눈은 유독 어둡다는 사실이다. 땅이 그리 크지 않은 울산에서도 툭하면 길을 잃어버리고, 걸어서 5분이면 갈 거리를 차로는 10분 가까이 헤매기 일쑤다. 놀라지 마시라. 이런 내가 군 시절 보병대대 중화기중대에서 작전 지도를 만들었다. 물론 창의적인 작업이라기보다는 상급 부대에서 보내온 지도의 복사판을 그리는 일이었고, 더구나 나의 군대 시절은 전쟁이 나지 않은 태평성대였다. 고참들 중에는 원래 제대일보다 보름 가까이 일찍 나간 이2026.08.09 12:00
최홍규 미디어학 박사 / EBS 연구위원그림책을 다 외운 아이가 매일 밤 다시 펼치는 이유는, 결말이 아니라 목소리 때문이다. 오늘 밤 그 목소리의 주인이 부모가 아니라면, 아이의 세계에서는 무엇이 조용히 사라지는가.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 실험이 있다. 중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다섯 살에서 여덟 살 아이들이 태블릿으로영어 그림책을 읽는다. 화면 속에는 챗지피티(GPT-4) 기반의 노란 캐릭터 '미아(Mia)'가 등장해 중국어와영어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들려주고, 중간중간 묻는다. "작은 오크는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왜 실망했을까?" 다른 아이는 같은 책을, 같은 질문을, 부모의 목소리로 영어로 듣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2026.08.07 11:25
박영범 세무사·YB세무컨설팅 대표무더위가 절정에 이른 8월은 12월 결산 법인들에 다른 의미로 매우 중요한 달이다. 바로 법인세 중간 예납 달이기 때문이다. 상반기(1월 1일~6월 30일) 사업실적에 대한 법인세 중간예납 세액을 8월 31일까지 신고하고 납부해야 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8월 중간예납 대상 법인은 약 54만 5000개로, 지난해보다 1만 7000개 증가했다. 기업의 자금 부담을 분산하고 조세 수입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대상 기업은 기한 내에 정확히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중간예납 세액을 계산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직전 사업연도 산출 세액의 50%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2026.08.06 13:36
모처럼 찾아온 더위를 즐기려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오전부터 외출 채비를 한다. 아침은 아내가 보내준 곡물생식으로 때우고 전철에 오른다. 김포에서 타는 골드라인의 협궤는 고향 인천에서 타던 수인선 협궤, 그리고 옥수동을 지나 이촌동으로 가던 협궤의 기억을 불러온다. 아련한 추억이라 좋다.오늘의 행선지는 강남의 교보문고가 아니라 고속터미널의 영풍문고다. 책방 외출이란 대개 배고픈 김에 찾은 뷔페처럼, 여러 가지를 골고루 맛보려고 이 책 저 책 관심 가는 구석을 뒤져보기 위한 것이지만 - 나는 난독증이 심했는데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 같이 공부하는 최준규 박사 덕분이다 - 오늘은 딱 한 권만 필요해서 터미널의 영2026.08.05 13:32
세상이 온통 사우나로 변한 듯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이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노랫말도 있긴 하지만 이 여름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지난달 백두산에서 세찬 바람에 손이 시리던 기억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틈틈이 지난달 다녀온 백두산 기행 소감을 정리하고 그곳에서 찍어온 꽃 사진들을 정리하는 중인데 폭염 때문인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밤이 되어도 열대야로 깊은 잠을 못 자다 보니 머리도 맑지 않고 생각도 잘 정리되지 않는다. 요즘은 하루 중 가장 온도가 낮은 시간대인 새벽, 산책하는 게 유일한 낙이 되어가고 있다. 어제는 산책길에서 옥잠화를 보았다. 요즘 비비추는 아파트 화단이2026.08.04 13:52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순자산은 약 1470억 달러, 우리돈으로 217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오는 30일 96세를 맞는 이 노거부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공 비결로 내세운 것은 뛰어난 두뇌도, 정교한 투자 기법도 아니었다. 뜻밖에도 그것은 '운(運)'이었다. 버핏은 "전 세계 인구 80억 명 가운데 내가 가장 운 좋은 열 사람 안에 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20세기 최강대국 미국에서, 그것도 기득권을 쥔 백인 남성으로 태어난 것, 주식 중개인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투자에 눈을 뜬 것, 자신의 재능이 유난히 높은 보상을 받는 시대와 사회를 살아온 것, 건강하게 장수2026.08.03 17:33
오피스나 상업공간의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면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뜯어낸 벽지, 부서진 가구, 나무 조각과 콘크리트 덩어리가 트럭에 실려 나간다. 공사비 10억 원 안팎의 현장이라면 규모는 더 커진다. 새 건물에 들어가는 인테리어라면 폐기물이 10~20t 나오고, 기존 인테리어를 철거하는 작업까지 더해지면 50t에 육박한다. 그런데 그 폐기물,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거의 없다. 공사 업체는 그냥 처리 업체에 전화를 건다. "가져가 주세요." 그러면 트럭이 와서 다 실어 간다. 종이 한 장, 사진 한 장 받으면 그걸로 끝이다. 그 폐기물이 어느 처리장으로 갔는지, 진짜로 재활용이 됐는지, 아니면 그냥 땅에 묻혔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