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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지·반값 보험' 경쟁과열… '단기실적 뻥튀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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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지·반값 보험' 경쟁과열… '단기실적 뻥튀기' 우려

당장은 실적에 반영돼 개선… 중·장기 재무 건정성 악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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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반값보험으로 불리는 '무해지 보험'을 잇달아 선보인데 이어 최근 생보사들도 건강보험 ‘반값 할인’을 시행하는 등 출혈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환급금이 없더라도 저렴한 보험을 선호하는 최근의 보험가입 트렌드와 보험계약마진(CSM) 산출에 유리한 무해지 보험 판매에 집중하는 보험업계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일부 손보사들이 보험료를 확 낮춰 박리다매식 영업에 나서는 등 무해지 보험 영역에서 ‘치킨 게임’이 일어나면서 업계에선 단기실적을 위해 재무 리스크를 뒤로 미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업계 전체의 신규 계약(인보험 기준) 매출 중 무해지 보험의 매출은 911억원으로 47.4%를 차지했다. 2022년 1분기에 21.6%를 기록했던 무해지 보험 매출은 1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무해지보험, 저해지보험은 납입 기간(통상 20~30년) 내 해지할 경우 환급금이 적거나 없고 납입 기간 후 해지하면 50% 정도만 돌려주는 상품으로, 일반 보험보다 10∼40% 저렴하기 때문에 반값보험으로 이라고도 불린다.

일부 손보사들이 무해지 보험 판매에서 해지율을 임의로 추정해 보험료를 인위적으로 낮춘 보험을 박리다매로 판매하고 있다. 무해지 보험의 경우 해지율 예상치를 높이면 보험사가 장래에 지급할 보험금 추정액을 낮출 수 있다. 즉, 리스크를 뒤로 미루면서 현재 실적을 일부 뻥튀기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단기 실적에서는 무해지 보험이 실적 개선에 유리하지만 중·장기로 갈수록 무해지 보험 판매가 재무 건정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험사가 예상한 해지율보다 많은 가입자가 계약을 오래 유지하면 지급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손보사들에 이어 생명보험사들도 '저렴한 보험' 경쟁에 뛰어들면서 업계에서는 이는 어쩔 수 없는 추세라는 말도 나온다.
건강보험 등 제 3보험 영역에서 손보사들이 저렴한 보험으로 앞서나가자 생보사들도 최근 ‘반값 건강보험’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생보사 최초로 반값 건강보험을 출시해 치열한 ‘저렴한 보험’ 경쟁에 참여했다. 올해 1월 출시한 한화생명의 'The H 건강보험’은 출시 한달 간 약 3만7000건의 가입자들을 유치하며 선방하고 있다.

이 보험은 지난해 말 보험개발원에서 생보업계에 제공한 뇌·심장 질환의 신(新) 위험율을 개발 과정에 반영한 보험으로 보험료가 기존 보험 대비 50~60% 대폭 절감됐다. 해당 보험 역시 무해지보험으로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3~4월부터 삼성생명·신한라이프·동양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도 기존보다 대폭 저렴해진 건강보험을 속속들이 출시할 계획이다.

이전까지는 손보업계보다 높은 보험료로 건강보험을 포함한 제 3보험 영역에서 손보사들에 밀렸던 생보사들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해지 보험 판매 증가가 단순히 “매출 증가가 아닌 시장 트렌드의 변화”라면서 “고객들이 환급금이 쌓이는 것보다 더 저렴한 보험료를 내고 보장을 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