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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기 은행 핵심예금 줄어… 모임·선불결제 통장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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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기 은행 핵심예금 줄어… 모임·선불결제 통장 ‘경쟁’

5대銀 요구불예금 2개월 연속↓
'1거래소-1은행 규제 완화'
수익성 방어 돌파구로 주목
당국은 아직 묵묵부답
서울 시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고객이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고객이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리 인하기가 이어지자 시중은행의 핵심예금인 ‘요구불예금(예금자가 언제든지 찾아 쓸 수 있는 예금)’ 잔액이 축소되고 있다. 요구불예금은 낮은 금리의 급여 통장이나 투자하기 전 임시 거처로 쓰이는데 저금리 추세로 투자처를 찾아 떠나고 있다.

추가 금리 인하가 예고된 만큼, 은행은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모임통장, 선불결제 통장 등으로 먹거리를 강화하고 있다. 또 은행권의 ‘1가상자산거래소 1은행’ 규제 완화시 투자자 예치금이 확대될 수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2개월 연속 빠졌다. 요구불예금은 대표적인 저원가예금 중 하나로, 은행이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한국은행의 연내 첫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된 후 이듬달인 지난 3월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총 650조1241억원으로 집계됐는데, 4월 말 629조3489억원, 5월 말 626조7489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이는 기준금리가 내리며 시장금리도 동반 하락한 탓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이들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2.50~2.85% 수준으로 형성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적절한 수익성 방어가 필요한 가운데, 금리 인하기인 현재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긴 어려운 상황이라 여타 금융상품을 확보·강화해 저원가예금을 조절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저원가예금 확보를 위해 금융상품 활성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먹거리인 모임통장의 경우, 국민은행은 연 2% 금리의 ‘KB모임금고’를 지난해 하반기 선보였으며 신한은행은 최고 연 4.1% 금리의 ‘신한 SOL모임통장’을 서비스 중지 3년 만에 재출시했다.

우리은행은 ‘뉴원뱅킹’ 애플리케이션(앱) 내, 하나은행 역시 ‘하나원큐’ 앱 내 각각 모임통장 서비스를 탑재해 운영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권도 해당 서비스를 연내 출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시중은행의 고객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수시입출금 통장에 비은행 업권의 선불액을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통장’ 출시도 요즘 은행들의 트렌드다. 국민은행과 스타벅스, 하나은행과 당근 등과 같은 합작 사례로 저원가예금과 고객 두 마리 토끼를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이런 가운데 은행권의 ‘1가상자산거래소 1은행’ 규제 완화가 하나의 돌파구로 주목됐다. 가상자산거래소에 은행 계좌를 연동하면 투자자 고객의 예치금이 들어오는데, 이는 은행의 저원가예금으로 분류돼 수익성 도모에 유리하다.

현재는 거래소 한 곳당 한 개의 은행만 연동할 수 있어 은행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이날 기준으로 국민은행은 빗썸, 신한은행은 코빗, 전북은행은 고팍스, 카카오뱅크는 코인원,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일대일 계좌 연동을 맺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런 규제가 풀어질지 기대감은 증폭됐다. 마침 금융위원회가 일정 조건의 비영리법인이 이달부터 암호화폐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당국의 가상자산 거래 관련 행보에 시선이 더욱 쏠리고 있다. 다만 당국 관계자는 “현재 결정된 부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1거래소 1은행 규제 완화 시 거래소와 제휴가 없는 하나은행, 우리은행을 비롯해 빗썸과의 거래 전적이 있는 농협은행에 이점이 생길 전망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이를 의식한 듯 대선 전 국민의힘 정무위원회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거래소와 다자 은행 간 제휴 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