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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IRA·칩스법 벌써 파열음…EU "지나친 자국 우선주의" 불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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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IRA·칩스법 벌써 파열음…EU "지나친 자국 우선주의" 불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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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FT)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안팎의 기업들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수백억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행정부 보조금을 활용함에 따라 미국은 제조업 붐을 일으킬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칩스법 이후 미국 제조업에 신규로 2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약속되었다. 이는 근래에 보기 드문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외국인직접투자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바이든의 제조 보조금은 미국의 청정에너지 및 반도체 산업을 재구축하고 중국의 산업력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이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 자국의 노동 비용이 급상승하면서 제조업 기반을 전 세계로 내보냈다. 미국이 패권을 차지하고 세계화 흐름이 확산되자 흐름은 더 확산되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 이후 미국은 자신들이 소비 대국이며,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조 기반은 전체 생산의 11%에 불과한, 상대적으로 제조업을 타국에 의존하는 국가임을 알게 되었다.

이에 경제안보 개념을 정립하고 최첨단 제조업을 미국 안으로 불러들이는 작업을 전개했다. 바로 온쇼어링(onshoring)이었다. 이를 강제하는 법적 기반이 IRA와 칩스법이었다.

지난 8월 며칠 사이에 통과된 IRA와 칩스법에는 미국 내 반도체 산업과 청정기술 제조 기반을 육성하기 위해 고안된 세액 공제, 보조금 및 대출금이 4000억 달러 이상 포함되어 있다. 이 패키지는 전기자동차와 같은 전략적 부문에서 중국의 지배력에 맞서고 해외에서 일자리를 되찾는 것을 목표로 했다.

FT에 따르면 이 두 가지 산업정책이 통과된 이후 미국에서 75개 이상의 대규모 제조업이 발표되었다. 제조업 부흥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이런 투자 유치를 통해 2025년 미국 제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까지 확대될 수 있다.

◇ 반도체 및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미국 안팎의 기업들은 4월 현재 미국 반도체 및 청정기술 생산을 늘리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에 약 2040억 달러를 투입했으며, 최소 8만2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모든 프로젝트가 이러한 법안 통과의 직접적인 결과는 아니나 이 금액은 2021년 동일 부문에서 이루어진 자본 투자의 거의 두 배, 2019년 금액의 거의 20배에 달한다.

FT는 2019년 반도체 및 청정기술 부문에서 각각 최소 1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4개를 확인했지만, 2022년 8월 이후 31개의 프로젝트가 추가로 발표되었다. 투자의 대부분은 반도체, 전기자동차 및 배터리가 차지했다.

우선 TSMC가 피닉스에 280억 달러를 투자한 것은 지금까지 가장 큰 투자이며, 애리조나 제조 공장에 대한 회사의 총투자액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외국인직접투자 프로젝트인 400억 달러에 이른다.

IRA에는 청정기술 개발을 위한 3690억 달러 상당의 세금 공제, 보조금 및 대출이 포함되어 있다.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비용의 약 50%를, 칩스법은 반도체 제조에 390억 달러의 자금을 제공하고 240억 달러 상당의 세액을 공제받는다.

미국제조연맹(Alliance for American Manufacturing)은 “적용되고 있는 산업정책은 수 세대 동안 본 적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이후 발표된 모든 투자의 약 3분의 1은 외국인 투자자와 관련되어 있다. 일본, 한국, 대만에 본사를 둔 회사에서 약 24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 3월 발표한 애리조나주에 LG에너지솔루션이 제안한 55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포함되며, 이는 미국 사상 최대 규모의 배터리 투자다.

분석가들은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로부터의 이런 투자가 중국의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에서 벗어나 다각화하려는 시도의 결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 투자자들도 미국 공급망의 지분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IRA와 칩스법에는 반(反)중국 조항이 있으나 미국 정부는 아직 중국 기업이 미국 시설 건설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결정하지 않고 있다.

8월 이후 미시간에서 발표된 다른 두 개의 대형 거래는 모두 중국 배터리 대기업인 CATL의 기술을 사용하는 포드의 35억 달러 배터리 공장과 중국 고션 배터리의 자회사가 건설 중인 24억 달러 배터리 공장이다. 두 중국 회사는 일부 공화당원들로부터 중국 공산당의 위장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이 이슈는 미국의 세계화 수정이 중국을 원천 배제하는 탈세계화가 아니라 중국을 중진국 수준에서 머물게 하며 세계 경제와 연결의 끈을 두게 하는 재세계화 흐름과 연결된다.

미국은 중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어떤 식으로는 미국과 연결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중국 본토에서 미국 기업들도 영업을 해서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믿는다.

한편, 글로벌 투자는 어떻게 보면 제로섬 게임 같다. 한정적 재원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좋은 곳을 향해 돈이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보호무역 방식을 도입해 보조금을 주면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불공정한 조치이다.

미국으로의 외국인직접투자의 급속한 쏠림은 신흥국과 그간 투자의 혜택 지역으로부터 돈이 빠져나감을 의미한다. 돈의 재배치다. 재세계화의 결과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고 좋은 일자리도 미국에서 가장 많이 생겨나고 나머지 세계는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질 수 있다. 이는 브릭스(BRICS)의 연합을 더 확대하는 자극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확실한 견제에도 중국이 올해 미국 GDP의 73%에서 2030년에 80%를 넘고 90%에 도달한다면 미국의 우방을 활용한 보호무역 흐름은 중단될 수 있다.

벌써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연합(EU)에서는 미국 최우선주의에 대해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