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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사우디, 석유를 넘어 경제·안보로 밀착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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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사우디, 석유를 넘어 경제·안보로 밀착되나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가 경제와 안보를 중심으로 더욱 밀착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가 경제와 안보를 중심으로 더욱 밀착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동은 석유 시대 이후를 대비한 산업 구조 개편과 종교와 가치관 차이로 발생한 갈등과 긴장을 조율할 수 있는 유력자를 찾고 있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관여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자국의 안전과 발전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중동으로 진입하면서 상호 필요에 따라 과거 볼 수 없었던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학계와 분석가들은 이런 구조에서 중동을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사이의 협력이 최근 강화되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의 발전을 지원할 ‘이상적인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 중국과 전통적 석유 및 가스 협력에 더해 녹색 에너지, 금융, 인프라 및 정보 기술 분야로 협력을 키워가고 있다.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중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대륙에 고립되지 않고 중동을 통해 육로로 유럽과 아프리카로 진출하기 위한 전략적 목적에 따른 것이다.

서로 필요가 맞물리기 때문에 미국이나 서방의 개입이 이를 차단할 정도가 아니라면 관계 증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석유 자원과 석유 이후를 바라보는 만남

지난해 중국과 중동, 특히 사우디 사이에는 관계 개선에 큰 진전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시진핑 주석은 사우디를 비롯 중동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계속했고, 올해 3월 베이징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평화 협정을 중재했다. 리페이 상무부 차관은 석유 및 가스 거대 기업인 아람코의 경영진을 만나 상호 투자를 협의했다.
중국은 안정적인 석유 공급처가 필요했고, 아람코는 석유 시대 이후를 대비하여 중국 시장에서 투자기회를 모색했다.

세관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해 중국 최대 원유 공급국으로 중국 원유 수입량의 17.2%인 8750만톤(약 6억4100만 배럴)을 선적했다.

아람코는 지난 3월 중국 동북부에 정유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중국 파트너들과 계약을 체결했으며 선전에 상장된 룽성 석유화학의 지분 10%를 매입할 계획도 발표했다.

이들의 협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사우디에 석유 시대 이후에 대비하여 중국이 강점을 가진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제안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수력에서 중국은 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많은 재생 에너지를 포함하는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데 중동이 선택할 대안이 중국이 될 수 있음을 설득하고 있다.

중동이 석유 시대 이후 발전을 위해서는 필요한 AI, 디지털 경제, 신에너지, 우주 탐사 등에서 중국이 강점이 있음을 설명하면서 관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기술을 제공하고 자본은 중동의 석유 자본이 투입되는 구조를 모색한다. 서방의 직접투자가 줄고 있는 상황, 지방정부의 부채 등을 타개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중동의 석유 자본 유치를 모색한다.

베이징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발전, 특히 중동 외교를 우선시한 이후 중국과 아랍 국가 및 걸프협력회의(GCC)와의 관계는 ‘전략적 관계’로 점차 나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아람코와 바오우스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최초의 통합 철강 제조 공장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항구도시 라스알카이르(Ras al-Khair)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합작투자단지는 지난 5월 석유ㆍ천연가스 국영기업,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중국 국영 철강기업 간에 체결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에 대한 배려로 위안화 사용 요청을 일부 수용했다. 양자간 에너지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상하이에 본사를 둔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에 합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개발은행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및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브릭스 국가가 공동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사우디는 브릭스 회원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8월 남아공에서 개최하는 브릭스 회의에서 사우디가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과의 관계는 또다른 차원으로 나갈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올해 빈살만 왕세자의 가장 큰 목표 가운데 하나인 2030 엑스포 유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지지를 선언했다. 11월에 실시할 투표를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해 득표활동을 간접 지원할 수도 있다.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2013년 9월 시진핑 주석이 공개한 일대일로 구상과도 연결되어 있다. 올해는 일대일로 10주년이다.

시진핑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보는 미국과 EU의 봉쇄전략에 맞서 아랍 세계와 협력을 더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지난해 체결한 에너지와 금융의 발전을 결합하는 협력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중동 지역에 경제를 앞세운 더 많은 관계 체결과 교류를 시작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눈치는 보면서도 실리를 더 키우기 위해 중국을 발판으로 중동은 물론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더 키워가려고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