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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중국간 전쟁 위협 제거하는 ‘디리스킹’이 대세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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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중국간 전쟁 위협 제거하는 ‘디리스킹’이 대세될까?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전쟁이 디커플링을 넘어서 디리스킹으로 변화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전쟁이 디커플링을 넘어서 디리스킹으로 변화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 노선을 두고 주변 우방국과 기업들이 불만과 우려, 비판을 내놓자 탈세계화가 아닌 재세계화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정책에 대해 미국이 적극 개입하는 것이 전쟁을 초래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주변국들이 전쟁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중국과 전쟁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우방국을 전쟁에 몰아넣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히로시마 G7 회의에서 자유 진영의 지도자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 분리하지 않고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영국이나 일본, 캐나다 등의 강경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타협적인 상황 정리가 있었다.

이는 독일의 숄츠 총리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한 때문이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월 연설에서 이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제이크 설리반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4월 주요연설에서 비슷한 발언을 했고 지난달 말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도 이 원칙을 제도화했다.

디커플링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았음을 말해준다. 지난 1년 동안 강하게 달려온 결과 세상이 좀 더 좋아졌는지에 대한 도전과 의문이 있었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침공을 더 빨리 해결하려고 하면 역시 중국의 개입, 시진핑이 푸틴을 좀 더 설득하는 것이 필요했다.

기업들의 하소연도 작용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정치적 격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위험 제거를 정의하면서 미국 재무부는 “고객과 비즈니스 관계를 무차별적으로 종료하거나 제한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는 서방과 중국 간의 관계 형성을 하는 과정에 필요한 조언이다.

넓은 의미에서 위험 제거는 중국에 대한 G7의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설리반은 “효과적 공급망”과 원자재, 핵심 구성 요소ㆍ기술에 대한 여러 출처를 갖는 접근 방식을 “효과적 공급망”으로 이해했다. 그 추진력은 또한 국가안보 우선순위와 얽혀 있다. 라이벌에 대한 극단적인 의존은 적이 보복하고 양보를 강요하도록 유혹할 수 있어 여기서 탈피하는 것이다.

위험을 제거하면 서양과 중국은 관계가 멀어져도 여전히 서로 비즈니스를 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서로 제한적이나마 이익을 누릴 수가 있어서 지정학적 긴장은 완화되고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책에서도 갈등 완화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협력할 부분에서 대화가 가능한 것이다. 서로 극단적 상황 대치까지는 가질 않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리스크를 판정하는 최종 결정자와 그 규율을 따라야 하는 국가와 많은 기업들의 생각이다. 똑같을 수 없고 차이가 있다. 또한, 위협을 하는 국가로 지정된 중국에서 이를 어떻게 인식할지도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을 확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리셔 스레이네마허르 네덜란드 무역부 장관은 바로 이 모호성을 지적했다. 그녀는 EU가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연료를 공급하려면 중국의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경제를 보다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녹색 전환을 하려면 서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이나 EU, 일본 혹은 우방국에 경제적이나 안보적으로 필요하면 리스크 범주에서 제외되고 도움이 되지 않으면 리스크 범주에 들어간다면, 우방국 사이에 간극이 발생할 때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하는데 그것이 얼마나 용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이 지난 10월 중국이 칩을 사용해 국방 능력 발전을 가속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에 부과한 제한을 시행하는 방식에서 볼 수 있다.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대중 무역 금지에서 일부 면제가 되었다. 실제 중국 사업 허가 요청의 약 3분의 2는 미 상무부가 승인한다. 그들이 중국에 판매하는 칩이 미국에 의해 저기술로 간주하더라도 여전히 국방 방어 능력을 향상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은 물론 우방국의 사정을 감안해 이를 허용했다.

중국의 기술 발전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미국 투자은행, 연기금 및 기타 투자자들도 위험 제거 추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위험 제거를 시행하는 데 있어 공백, 면제 및 타협은 원칙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완화하는 데 완전한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위험 제거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우회로처럼 보인다.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해제된 후 급등세가 덜한 것으로 판명되면서 둔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서방의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과 서방도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 중국의 시장, 공장 및 연구 성과가 필요하다. 상호 이익을 활용하는 것이 긴장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격과 접합이 이슈별로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고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도 한다. 복합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칼로 무를 자르듯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최근 미국이 칩 전쟁을 계속 확대할 경우 “엄청난 피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과연 중국을 분리하는 것이 성공적 대책인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불필요한 비용을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JP모건 체이스 CEO 제이미 다이먼은 최근 상하이에서 “우리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약 3000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프렌드 쇼어링과 신흥 시장에서의 확장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면서도 세계 2위 경제 대국에서 떠날 수 없는 이유를 잘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중국에 9000개의 새로운 매장을 열겠다는 대담한 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 에어팟, 맥, 아이패드의 최소 80%를 생산하는 동시에 매출의 약 20%를 중국에서 창출한다.

정치가 제기한 탈세계화가 재세계화로 진행되면서, 다시 디리스킹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서방의 지도자들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세계질서를 유지하려면 다수의 지지가 필요하고 공감이 요구되는 데 지금 이런 담론의 작업이 정치, 경제, 국제외교의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