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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내년 상반기 이후 회생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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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내년 상반기 이후 회생 가능성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이 코로나가 종료된 후에도 불구하고 높은 공실률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이 코로나가 종료된 후에도 불구하고 높은 공실률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로이터
2022년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 총액은 약 49조 원, 최고치였던 전년 57조 원 대비 약 15% 감소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의 90% 이상을 차지한 기관 투자자들이 고금리 상황을 맞아 안정적 대체 투자처로 이동하고 대출 심사 강화와 수익률 감소로 자금이 시장에서 회전하기 어렵게 된 때문이었다.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 감소와 가치 하락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양상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으며 회복 여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대체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자기 자본 투자보다 대출 투자로 진행된 후에 임대료 수입과 지가 상승 등을 통해 대출 원금과 이자를 충당하고 수익을 내는 구조로 운영된다.

대출 이자가 저렴하면 임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확산으로 사무실 공간이 줄고, 전자상거래로 상가의 공실률이 확대된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를 유지하자 대출을 일으켜 상업용 부동산을 운영하던 개인이나 법인은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특히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에 상업용 모기지가 많은 지역은행들이 대출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면서 세계적으로 신규 대출을 줄이고 대출 상환을 늘릴 수 있어 냉각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 흐름


대부분의 상업용 부동산은 대출을 통해 사업이 전개된다. 따라서 금리가 이 사업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연준은 지난 해부터 금리를 빠르게 인상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에 입주하는 사무공간이나 백화점, 쇼핑몰, 오피스텔은 공실이 채워지지 않았다.

금융권의 금리 인상과 이를 상환해야 할 법인이나 개인의 수익의 차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한 상당수 법인과 개인들은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 했고, 일부는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금융권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위기 대비 자금이 비축되어 있지만 비상 시나리오보다 큰 충격이 오면 감당할 수 없다.

연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율은 중소형 은행에서 전체의 대략 70%, 대형은행이 약 30%를 차지한다. 중소 은행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전체 대출로 확대해도 비슷한데 미국 전체 은행권 대출에서 상업용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중소 은행이 43%, 대형은행은 13%에 불과하다.

부동산 정보업체 트렙(Trepp)에 따르면 작년 말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5조6000억 달러였다. 이 가운데 은행 비중이 50.6%이고 여기서 또 중소 은행이 67.3%이다. 올해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부동산 담보증권(CMBS)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어 큰 불안 요소로 남아있다. 내년까지 도래하는 대출 만기 규모가 1조 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경기 둔화에다 은행의 대출 심사 강화로 자금 흐름이 악화된 상업용 부동산들이 매각이나 가격 급락이 발생하고 있어 대출을 해준 은행에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들은 경기 둔화, 원격 근무, 해고, 전자상거래 증가 등 공실률급증으로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비율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향후 5년 동안 약 5만 개의 소매점이 폐점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공실률이 높아지고 폐점이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의 폭도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쇼핑몰 가격의 경우 2022년 초 이후 19%, 2016년 이후 44% 떨어졌다. 인플레이션도 상업용 부동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종 비용이 많이 올랐다. 건설 비용, 에너지 비용, 임금 상승은 자연스럽게 부동산 개발 및 임대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주요 대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냉각 실태


지역별로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 침체를 확인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건물 하나 하나가 디폴트 상태에 빠지면서 하락 추세가 잇따르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은 지난 10년 동안 에어비앤비, 트위터, 우버 테크놀로지와 같은 스타트업과 세일즈포스와 같은 거대 기업 수요가 늘면서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코로나 발생으로 사람들이 원격 근무나 일자리를 떠나면서 사무실 공간이나 오피스텔이 텅 비었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으로 도심을 떠난 근로자들은 긴 통근 시간을 감내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나 소득이 없는 사람들은 도심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고 심지어 널리 알려진 소매 절도도 일삼는다.

공실률 및 가용성 비율이 코로나 이전보다 3배나 악화되어 부동산 거래 등에서 나오는 세수가 줄어 도시의 재정 수입이 2년 동안 7억8000만 달러나 줄었다.

동부의 중심도시 뉴욕도 마찬가지이다. 관광객과 주민들로 붐비지만, 이제 직장인의 약 절반만 사무공간으로 복귀했다. 세계 금융 수도의 상징적 건물조차 공실에 고통을 받고 있다.

올해 22.7%의 기록적 공실률이 예상되는 가운데 뉴욕시는 사무실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은 시 재산세 수입의 약 20%이다. 원격 근무 영향으로 도시의 사무실은 2029년까지 코로나 이전 가치의 44%를 잃을 것이라는 충격적 조사도 있다. 시장 회복이 앞으로 5~6년 걸린다는 말이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상업용 부동산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으로 알려진 런던은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으로 가장 번화한 소매점과 유흥업소가 있는 런던 웨스트엔드의 사무실 공실률은 거의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기업들은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 임대료가 더 저렴한 곳을 찾고 있다.

런던 부동산 시장에 다가오는 또 다른 이슈는 환경 규정 강화이다. 에너지 성능에 따라 A에서 G까지 등급이 매겨지는데 2030년까지 B 등급 이하를 임대하는 것은 불법이다.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사무실을 비워두어야 한다. 영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 공실률, 환경규제라는 세 가지 장애물 앞에 놓여 있다. 단기적으로는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홍콩과 중국도 마찬가지다. 홍콩은 해외 기업들이 떠나고 있고 새로운 기업들이 이를 만회할 수 있을 정도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 중국도 상하이, 선전 등 최고의 번화가를 가진 도심지에서 상업용 부동산들의 공실률이 높다.

코로나 봉쇄기간 동안 경제활동이 중단된 여파가 아직 이어지고 있다. 과거 시세 대비 30% 이상 저렴한 상업용 부동산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중국은 현재 상업용 부동산만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1억 채에 달하는 빈집이 해소되어야 한다.

◇내년 상반기 이후 회생 시작


당분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경기가 2024년 이후에나 회복될 것이고 금리의 인상도 내년부터는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서 하향세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회생이 시작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코로나 이후 일상이 회복되고 있는 뉴욕 등 동부 지역은 대면 근무가 늘자 상업용 부동산 수요도 늘고 있으나, 최근에 기술 기업들을 중심으로 해고가 늘기 시작하면서 공간을 줄이는 기업들이 다시 많아지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이 고임금ㆍ고숙련 사무직 노동자들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형성되면서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앞으로도 개선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주 4일제 확산도 이런 우려를 더한다.

다만, AI 붐에 따른 데이터센터와 전자상거래 증가에 따른 창고 수요 등을 고려하면 분야별로 상업용 부동산의 회생 속도가 다를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