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 만하임 중고차 가치 지수에 따르면, 지난 6월 평균 도매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8.9% 급락한 1만7934달러(약 2472만 원)를 기록했다. 특히 '미래차'로 각광받던 전기차(EV) 시장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 중고 EV 가격은 1년 만에 16.6%나 폭락했고, 테슬라의 대표 모델인 모델 3(2023년형)는 무려 40%나 가격이 반토막 났다.
이러한 중고차 가격 급락은 팬데믹 이후 급등했던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고차 시장의 침체가 단순한 시장 조정을 넘어 경제 전반에 암운을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히 전기차 가격의 폭락은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제동을 걸고, 관련 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고차 시장 '쇼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중고차 가격 하락은 신차 판매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생산량 조절과 마케팅 전략 수정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은 경제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중고차 가격 급락은 소비 심리 위축과 경기 둔화의 전조 현상일 수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침체는 관련 투자와 미래 성장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며 경제 전반에 대한 비관론을 부추길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낮은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게 돼 '내 차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는 자동차 소유를 망설였던 이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자동차 업계와 경제 전체에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고차 시장, 앞으로 어디로?
중고차 가격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팬데믹 이후 급변하는 소비 패턴,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앞으로 몇 달간의 추이를 지켜봐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자동차는 연준의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새 차와 중고차를 포함한 자동차 관련 항목은 CPI 바스켓에서 약 8%를 차지하며, 자동차 보험, 연료, 유지보수 등 관련 서비스까지 더하면 그 비중은 더욱 커진다. 특히 중고차 가격은 CPI 내 변동성이 큰 항목 중 하나로,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중요한 잣대로 활용된다.
미국 중고차 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단순한 시장 현상을 넘어 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자동차 업계와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예의주시하며, 정부의 정책 대응과 기업들의 전략 수정 등 향후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