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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고금리 시대, 유가·금리·환율, 코스피를 동시에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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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고금리 시대, 유가·금리·환율, 코스피를 동시에 누른다

유가 105달러·PPI 6% 쇼크에 블룸버그 "워시의 연준, 인하 전에 인상 베팅"…BofA "2027년까지 인하 없다"
코스피 PBR 0.9배, 금융위기·코로나 저점 수준…외인 이달 7거래일 30조 매도에도 "조건부 반등" 시나리오 살아있다
기름값이 한 달 새 15% 뛰었다. 변동금리 대출 이자 통보도 연달아 날아왔다. 코스피는 반도체 수출이 149% 급증하는 날에도 8000선을 건드리고 주저앉았다. 좋은 뉴스가 주가를 못 올리는 이유, 그 답이 채권시장 도미노에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기름값이 한 달 새 15% 뛰었다. 변동금리 대출 이자 통보도 연달아 날아왔다. 코스피는 반도체 수출이 149% 급증하는 날에도 8000선을 건드리고 주저앉았다. 좋은 뉴스가 주가를 못 올리는 이유, 그 답이 채권시장 도미노에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기름값이 한 달 새 15% 뛰었다. 변동금리 대출 이자 통보도 연달아 날아왔다. 코스피는 반도체 수출이 149% 급증하는 날에도 8000선을 건드리고 주저앉았다. 좋은 뉴스가 주가를 못 올리는 이유, 그 답이 채권시장 도미노에 있다.

유가·채권·환율 세 전선에서 동시 경보


서부텍사스산원유(WTI)15(현지시각) 배럴당 105달러(157500) 선에 올라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넉 달째 이어진 결과다. 세계 석유 물동량의 21%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막힌 채 여름 냉방 수요 성수기가 겹치면 에너지 공급 부족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같은 날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127%로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2007년 금융위기 직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도 4.60%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달러 환율은 1500원 문턱에 서 있다.

PPI 6%가 예고하는 2차 충격…왜 좋은 뉴스도 주가를 못 올리나


미 노동부가 1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8% 올라 2023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부문이 17.9% 급등했고, 이란 전쟁 개시 이후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50% 가까이 뛰어 갤런당 4달러를 돌파했다.

더 위험한 숫자는 하루 뒤 나온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전년 동기 대비 6.0% 올라 시장 예상치(4.9%)를 크게 웃돌았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인과 고리 때문이다. 유가 상승이 PPI를 끌어올리고 → PPI 급등이 CPI 추가 상승을 예고하며 → 연준 긴축 장기화로 이어진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성장주의 미래 이익 현재가치가 쪼그라들고, 달러 강세는 외국인 이탈을 가속시킨다. 코스피 하락은 이 연쇄의 최종 결과물이다.

현재 10년물 4.60%는 역사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 14~15배 구간에 해당하는 금리 수준이다. 코스피 대형 기술주 평균 PER20배를 웃도는 상황에서, 금리가 이 레벨에 고착되면 밸류에이션 재조정 압력이 구조적으로 지속된다.

블룸버그는 지난 5"투자자들이 워시의 연준이 금리 인하 전에 오히려 올릴 수 있다는 쪽으로 베팅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8 4로 분열됐고, 199210월 이후 처음으로 네 명의 위원이 한 결정에 동시에 반대표를 던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을 2027년 하반기로 연기하며 올해 인하를 사실상 배제했다.

이 국면이 단순한 경기 사이클이 아닌 이유는 구조적 배경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포춘(Fortune)'채권시장이 소리치고 있다'는 분석에서 미국 연간 재정 적자가 약 2조 달러(3000조 원), 이자 비용만 1조 달러(1500조 원)에 이른다고 짚었다.

미 의회예산처(CBO)'One Big Beautiful Bill' 감세법안이 10년간 연방부채를 41000억 달러(6150조 원) 늘릴 것으로 추산했다.

시버트파이낸셜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는 "과거 2024년 중반부터 단행된 완화 사이클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총 1.75%포인트나 내렸음에도, 당시 장기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고작 0.35%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장의 구조적 장기화(Higher for longer)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음을 지적했다. 에너지 공급망 탈세계화에 따른 비용 구조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금리 상단이 구조적으로 높아졌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달 30조 매도에도 살아 있는 '조건부 반등' 시나리오


한국 반도체 수출은 51~10일에만 전년 동기 대비 149.8% 급증했다. 그러나 외국인은 이달 들어 7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팔아 치웠다. KB증권에 따르면 같은 기간 누적 순매도 규모가 30조 원에 이른다. JP모건은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미국 CPI2027년 초 이전에 연준 목표치 2%로 돌아오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반전 근거는 숫자 안에 있다.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재 약 0.9배다. 2008년 금융위기 저점(0.88), 2020년 코로나 충격 저점(0.63)과 비슷한 구간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한국 주식이 저평가 상태에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차례 저점 모두 이후 12개월 안에 코스피는 30~60% 반등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는 AI 투자 사이클 속에서 단순 수량이 아닌 평균 판매 단가(ASP) 상승을 동반하고 있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이익 질이 2023~2024년 수준보다 구조적으로 개선됐다는 점도 완충 요인이다.

4월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6% 올라 20247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석유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5월 물가 상승 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HSBC6월 중순부터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점진적으로 풀릴 것으로 내다봤고, 한국은 약 117일 치 원유 비축분을 확보하고 있다.

지금 챙겨야 할 임계값은 세 쌍이다. ①미국 10년물 금리다. 4.5% 위에서 고착되면 성장주 밸류에이션 재조정이 구조화되고, 4.3% 아래로 내려오면 낙폭 회복 신호다. ②유가다.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면 인플레이션 재점화 확인이고, 95달러로 안정되면 에너지 충격 완화의 시작이다. ③한국은행 528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결과다. '긴축 시사' 발언이 나오면 국내 유동성 환경이 급변하고, '동결 유지'로 마무리되면 코스피 수급에 숨통이 트인다.

세 쌍의 임계값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확인하기 전에 현금을 소진하는 것은 가장 비싼 실수가 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