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는 업계 관계자 등의 발언을 인용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고 반도체 기계를 시장에 내놓는 대신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조치는 해당 장비가 잘못된 곳으로 들어가 미국 정부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염두해 둔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차세대 반도체로 넘어가는 기간이 짧고 장비 회전율도 높기 때문에 중고 반도체 장비의 주요 공급원 역할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장비의 가장 큰 수요자로 지목되어 왔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대부분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에 사용되는 구세대 반도체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FT는 장비보관의 또다른 이유로 미국이 대중국 수출 통제를 더 강화할 때를 대비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서는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유예를 허용한 상태로 미국은 언제든 유예를 철폐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한국 등 동맹국을 상대로 대중 반도체 기술 수출 통제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가 네덜란드, 독일, 한국,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에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기술을 더 엄격히 통제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6일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반도체 생산과 반도체장비에 필요한 예비 부품 공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국과도 반도체 수출통제 대화를 진행해왔으며, 작년에 한국에 다자 수출통제 참여를 요청한 이후 지난 2월에 더 체계를 갖춘 대화를 했다고 소식통들이 블룸버그에 전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