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9 14:36
나이와 무관하게 무엇인가 허전한 시간이다.날씨도 어둑어둑한 것이 눈이 내릴 것 같은 시간이다. 그렇다고 딱히, 뭐라 말할 수 없는 그 무엇들로 채워지지 않는 시간들이다. 그 시간들 속에서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아이들과 나는 한 단계 더 성장하려 한다. 정말 여유를 가지고 커피 한 잔을 나누고 싶은 계절이다.창가에 반가운 얼굴이 불쑥 다가온다. 3학년 양혜현 학생이다. 두툼한 점퍼에 교실을 안식처 삼던 혜현이가 모처럼 교무실 창가로 나들이를 나온 것이다.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하트를 연신 남발하며, “선생님, 사랑해요.”를 외쳐댄다.교무실을 휙 둘러본다. 딱히 알 수 없는 이유로 바쁜 하루. 교무실은 어느 선생님 하나도 바2014.12.22 09:13
12월의 매서운 칼바람.드디어 용북의 겨울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들은 두툼한 복장으로 몸을 움츠리고 교실에만 머무르려고 한다. 이런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껏 멋을 부리고 얇은 옷으로 ‘콜록콜록’을 연신 하늘을 향해 날리는 아이들이 있다.“1학년 후배 야그들아, 옷을 따뜻하게 챙겨 입어야지. 울 학교 겨울은 장난이 아녀. 다른 학교랑 비교하면 안된다니까. 보거라, 산과 산 사이에 위치한 울 학교, 그렇다고 여름에 시원하냐 그것도 아녀, 겨울은 뒤지게 춥고, 길게 느껴진단 말이야.”3학년 사승미와 박수아 학생의 말이다. 두 여학생 선배가 그래도 학교생활의 고참(?)답게 후배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전달되기에 충2014.12.15 10:48
우리학교는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실질적 전인교육(영성, 인성, 사회성, 건강, 자연친화, 교육)과 학력신장을 통한 공교육 내실화를 학교경영의 목표로 삼고 있는 기독교 학교다.이러한 교육 신념의 중심은 단연 대한예수교장로회 한국기독교회의 박창영 목사다.(월요일 채플 담당) 늘 미소로 아이들을 맞이하고, 친절하게 인류와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성경을 통한 바른 인성교육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목사님, 박창영 목사님, 오늘 말씀 정말 좋았어요. 성경 말씀만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설교 형식의 채플은 정말 졸리거든요. 근디, 목사님 말씀은 성경과 이 시대에 우리들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아이돌이나 10대 문화를 중심으로 전2014.12.08 08:45
목요일, 웹소설 창작 방과후 수업1학년 조호희, 김서영, 김은혜가 노트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손가락은 연신 자판을 두드린다. 웹소설 전개가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고 짜증내던 호희가 먼저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노트북 자판이 부서져라 웹소설 창작에 열중이다.“자신의 웹소설을 써 내려가는 것도 좋지만, 다른 친구나 선후배가 써 놓은 작품들도 읽어주는 센스를 부탁한다. 야그들아.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댓글을 통해 전달하고 오타나 문장의 어색함이나 맞춤법 등도 신경 써 주기 바란다. 글구, 하나 더, 별점 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자 오늘도 파이팅.”민초 쌤의 수업 진행에 대한 설명이 마무리 되자, 아이들은 컴퓨터2014.12.01 09:51
교무실을 들어서며 다짐한다. 나는 ‘오늘은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학교현장에는 힘든 자리가 있다. 물론 학교현장의 어느 자리인들 힘들고 지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 조심스럽게 입장을 정리해보면 교감 선생님이 아닐까 한다.교장선생님, 교무부장, 연구부장, 인성인권부장, 담임, 비담임, 전담강사, 시간강사 등 학교 구성원 어느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겠는가?나는 기간제 교사 시절, 고성이 오가는 교무실을 경험했다. 정말, 교직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부풀어 있던 시절이라 ‘고성이 오가는 교무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알게 되었다. 개인차에 따른 진급의 기쁨을 누린 계급과2014.11.24 08:43
우리 학교에는 유명한(?) 닉네임 3인방이 있다. 웃음대장 김영주, 피부미인 박수아, 착한심성 심한샘이 그 주인공이다.이들 3인방이 오늘도 3학년 교실을 한바탕 웃음바다로 만든다. 웃음바다의 중심은 단연 영주다, 군산에서 유학 온 영주는 웃음에 이유가 없다. 학교생활 그 자체가 웃음이다.“영주요, 영주만 보면 그냥 웃음이 나서 미치겠어요. 기냥, 웃음이 나요. 그건 하나님이 영주에게 주신 달란트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근디, 넘 좋아요. 이런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행운이지요. 그래서 감사하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요?”피부미인 수아의 말이다. 평상시 말이 없기로 유명한 수아의 입에서 영주를 칭찬하는 말을 듣기는2014.11.05 09:58
“쌤, 저 고구마 언제 캐요? 고구마 알이 들긴 들었을까요? 그냥, 지금 캐서 먹으련 안되나염? 궁금한디? 고구마가 얼마나 열렸는지 말예요?”기억해 보니, 2주전의 일이다.점심식사를 마친 1학년 희연이, 지우, 총명이가 고구마 텃밭 옆, 수돗가에서 양치를 하며, 학교 숲을 산책하던 나에게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응, 긍게 고구마 맛을 보고 싶다는 거구먼, 야그들아 조금만 더 기다려, 그리고 무농약, 비료 없이 키우는 교장 선생님의 깊은 뜻에 부응해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어. 그리고 저 고구마 밭에는 뱀도 있어, 함부로 들어가지 말거라 잉. 조금만, 조금만 참으면 많은 고구마가 너희들을 반갑게 초대 할 거야.”5교시 수업을 마치2014.10.30 06:11
요즘 사람들은 걱정이 하나 늘었다. 그것은 매 끼니가 되면, “오늘은 무얼 먹어야 하나?”가 그 고민이다. 어찌 보면, 행복한 고민 같다. 하지만, 결코 행복한 고민이 아니다.일제강점기와 6‧25 그리고 해방, 정말 입에 풀칠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사람들의 고민은 “오늘을 굶지 않으면 다행?”이었다.물질문명의 발달과 산업화에 따른 농산물의 대량 생산, 인스턴트 식품, 패스트푸드가 만연한 시대다. 그 결과로, 사람들의 입맛은 천차만별로 바뀌었다. 더 짜고, 더 달고, 더 맵고, 더 짜릿한 음식을 찾게 된다.그래서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어야 키가 큰다’, ‘콩은 밭에서 난 고기’, ‘부추 한 잎이 피 한 방울이다’는2014.10.27 11:15
10월은 바쁘다개천절, 2학기 1차 고사, 한글날, 테마식 현장학습(소풍), 추계 체육대회로 이어지는 학사일정이 우리들을 하는 일 없이 바쁘게 만든다.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던 것은, 테마식 현장학습이다. 일단, 아이들이 즐거운 것은, 학교 현장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돌아보고, 자연을 벗하며, 친구들과 우정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쌤, 쌤도 이번 소풍 같이 가시는 거죠. 울반 부담임 쌤이시니, 당근, 함께 가셔야죠? 안 가시면 지들이 서운하구먼유. 글구 장소두 대전이래유, 쌤, 고향 옥천 옆에 위치한 대전이래유, 같이가셔유?”“알았당, 쌤두, 이쁜 니들하고 같이 가려고 준비하고 있단다. 대신, 담임 양송이 쌤 말씀 잘 듣고, 친구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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