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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설비투자 20% 담당했던 여전사... 車사업 편중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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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설비투자 20% 담당했던 여전사... 車사업 편중심화

카드·캐피털, 리스 18조5336억 중 자동차 비중 약 80%
정책자금 소멸·시설자금 대출 등장에 기계설비 리스 ‘외면’
미국·영국 등 주요국, 리스 통한 설비투자 비중 20% 이상

카드사와 캐피털사 등 여전사들의 리스 구조가 지나치게 자동차에 집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수출을 위해 선착장에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카드사와 캐피털사 등 여전사들의 리스 구조가 지나치게 자동차에 집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수출을 위해 선착장에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카드사와 캐피털사 등 우리나라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들 리스업 구조가 ‘자동차’에 지나치게 편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스업은 과거 공작기계나 건설기계, 의료기기 등 실물자산 공급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는데 최근 생산설비 등 가격 경쟁력 상실로 자동차 금융에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스업의 실물자산 공급 기능 약화가 설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6일 여신금융협회에 공시된 여전사의 ‘물건별 리스실행 현황’을 보면 재작년 말 기준 리스취급 규모는 18조533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자동차가 14조7548억 원으로 전체 약 80%다. 나머지 20%는 일반산업기계나 공작기계, 건설기계 등이 차지하고 있지만 비중은 미미하다.

최근에는 우리·KB국민·롯데·BC·삼성·신한카드 등 6개사도 리스 사업을 늘리는 추세다. 이들이 보유한 리스 자산만 작년 9월 말 기준 6조3232억 원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 2015년(2조2967억 원)대비 175%(4조264억 원) 급증한 수준이다. 다만 카드사의 리스 자산 역시 전체 90% 이상이 자동차에 몰려있다.

우리나라 리스업의 경우 원래 자동차가 주력이 아니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설비투자의 약 20% 이상이 리스업에서 발생했다. 당시에는 정책자금을 활용한 장기 저리 리스도 가능해 산업현장에서 리스의 활용도가 높았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부터 국내 설비투자액 대비 리스 실행액 비중이 10% 아래로 떨어졌다.

일반산업기계와 동력기계, 공작기계, 건설기계, 의료기기, 선박 사무기기 등 ‘기계설비리스’의 경우 영국(20%)과 미국(18%), 이탈리아(9%), 일본(6%)과 비교해 비중이 매우 낮다.

여전사들이 기계설비에 대한 리스를 외면하게 된 배경은 우선 정책자금 지원의 소멸이다. 과거 정책자금을 활용해 장기 저리의 리스 제공이 가능했다. 다만 현재는 정책자금 지원 중단으로 금리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 커지면서 기계설비에 대한 리스 활용이 줄었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 저렴한 ‘시설자금대출’을 통해 설비투자가 확산한 것도 설비 리스 위축에 영향을 줬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고착화로 리스 대비 소요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설자금대출의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이다. 여기에 반환 리스물건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중고시장이 부재하다는 것도 여전사들의 설비 리스 외면을 재촉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주요국에서는 사업자 대상의 설비리스를 원활하게 제공해 실물경제 발전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경기침체와 산업재 공급망 정체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리스가 효과적 자금조달 수단으로 부상 중이고, 디지털 채널을 통해 접근성도 개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실물공급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여전사들의 설비 리스 취급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신 기능이 없는 리스업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실물자산 공급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금융업은 리스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신금융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 현금흐름 생성 패턴에 특화된 맞춤식 리스상품과 이와 연계된 부가서비스 개발, 제도적 지원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이력 부족으로 은행 대출 등에서 소외된 성장잠재력이 높은 신생·중소기업과 미래 신산업 및 국가 주도로 육성되는 정책산업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한 리스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