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처럼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에서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는 조직도 시도하지 못한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거대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지구촌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스페이스X가 도전장을 내민 것과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즉 인류가 현재 지닌 기술로 머지않은 미래에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과학계 내에서도 스페이스X의 화성 식민지 건설 계획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 섞인 전망도 있고 회의적인 전망도 있는 등 다양하다. 특히 실현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아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유력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스페이스X의 화성 식민지 건설 계획에 대해 지금까지 과학계에서 나온 몇 가지 주요한 물음표를 정리했다.
머스크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 명 보낼 것”
머스크가 지금까지 밝힌 바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원대한 계획은 오는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 명 정도가 거주할 수 있는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이 그대로 실현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일인데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등장했던 화성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것, 희망 수준에서 언급됐던 일을 실제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노던애리조나대에서 행성 과학을 가르치는 크리스토퍼 에드워즈 교수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미지의 영역에 속해온 화성을 탐사하겠다는 계획은 인간이 타고난 본능과 비슷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실현 가능성과 무관하게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려는 것 자체는 인간이 타고난 열망에 가깝다는 얘기다.
그러나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그럼에도 머스크의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면 문제는 조금 달라질 것”이라면서 스페이스X의 화성 식민지 건설 계획이 과학적으로 안고 있는 허점과 관련한 일부 과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했다.
테라포밍의 문제
머스크의 화성 식민지 건설 구상에 의문을 표시하는 과학자들이 가장 먼저 제기하는 문제는 화성을 ‘테라포밍(terraforming·지구화)’하는 것이 인류의 현재 기술로 가능한지 여부다.
테라포밍이란 화성을 비롯한 외계 행성의 환경을 인위적으로 지구처럼 바꿔 인간과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말한다.
이산화탄소(CO₂)는 지구에서는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로 지구촌 입장에서는 극복 대상이 됐지만, 화성의 경우 오히려 CO₂가 대기 중에 두텁게 형성되면 강력한 태양 광선을 차단해 인간이 살 수 없는 차가운 행성을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따뜻한 행성으로 바꿀 수 있는 테라포밍의 핵심 기제다.
화성이 태양계 안에서 인간이 그나마 살 수 있는 가능성이 큰 행성으로 꼽히지만, 영하 70℃에 달하는 평균 기온에 산소가 없는 대기 때문에 테라포밍이라는 작업 없이는 인간이 화성에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데 과학자들이 모두 공감한다.
머스크도 화성 식민지 건설의 전제 조건으로 테라포밍이 필수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테라포밍을 하는 데 필수적인 자원, 즉 이산화탄소가 화성의 지표면에 매우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이는 지금까지 CO₂가 매우 풍부한 행성으로 알려져온 것과 배치된다. 비록 매우 옅지만 화성의 대기가 대부분 CO₂로 이뤄졌다는 것이 진작에 확인된 바 있어서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추가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화성의 테라포밍에 필요한 CO₂가 절대적인 양의 측면에서 화성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에드워즈 교수는 “테라포밍 작업에 필수적인 CO₂가 화성에 충분하지 않다는 결정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나 기술을 인류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주방사선 피폭의 문제
테라포밍에 비해서는 단기적인 문제지만 식민지 건설에 앞서 유인 탐사선을 몰고 가는 우주인을 포함해 인간을 화성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의 우주선 기술로 지구에서 화성까지 편도로만 7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예상된다. 그 오랜 시간 내내 치명적인 ‘태양발 우주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태양발 우주방사선은 태양의 활동이 활발해질 때 막대한 양으로 뿜어져 나오는 ‘태양 플레어’나 ‘태양 질량 방출(CME)’ 등 태양의 대기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되는 현상이다.
지구에 사는 인간에게는 이 우주방사선이 지구 대기권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지구 자기장 덕에 차단돼 피해를 주지 않지만 화성으로 우주여행을 하는 인간 입장에서는 고스란히 이 방사선에 피폭돼 화성 근처에 가기도 전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지적이다.
나사 산하 고더드우주비행센터(GSFC)에서 과학 국장을 맡고 있는 미셸 살러 박사는 “태양 우주방사선에서 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화성까지 여행 과정에서 우주선에 탄 인간이 목숨을 잃지 않는 방법부터 기술적으로 확보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 밖에 화성까지 가는 동안 우주선이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또는 화성에 도달해 인공 거주시설에서 장기간 인간이 함께 생활하는 것도 기술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쉽지 않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화성에 인간이 착륙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식민지 건설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초기 단계에서는 영화에서 흔히 보는 것처럼 돔 형태의 인공시설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는 것도 머스크를 포함해 과학자들이 공감하는 시나리오지만,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모의실험이 진행된 결과에 따르면 회의적이라는 것이 상당수 과학자의 시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