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5 13:32
세상이 온통 사우나로 변한 듯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이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노랫말도 있긴 하지만 이 여름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지난달 백두산에서 세찬 바람에 손이 시리던 기억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틈틈이 지난달 다녀온 백두산 기행 소감을 정리하고 그곳에서 찍어온 꽃 사진들을 정리하는 중인데 폭염 때문인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밤이 되어도 열대야로 깊은 잠을 못 자다 보니 머리도 맑지 않고 생각도 잘 정리되지 않는다. 요즘은 하루 중 가장 온도가 낮은 시간대인 새벽, 산책하는 게 유일한 낙이 되어가고 있다. 어제는 산책길에서 옥잠화를 보았다. 요즘 비비추는 아파트 화단이2026.07.29 14:05
“사막만년청풀은 첫 꽃을 피우기 위해/ 사막에서 몇십 년이나 견디는데/ 연꽃 씨앗은 첫 꽃을 피우기 위해/ 늪에서 몇천 년이나 견디는데/ 사람은 첫 꽃을 피우기 위해/ 어디서 몇 년이나 견뎌야 할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고/ 꽃은 세상이 궁금해서/첫 꽃을 피운다.” -천양희의 시 ‘첫 꽃’ 전문 백두산의 야생화 탐사를 하면서 같은 꽃이라도 지역에 따라 꽃 피는 시기와 열매 맺는 시기가 같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 식물들은 그 지역의 환경에 맞추어 꽃 피울 시기와 열매 맺는 시기를 조절하기도 한다. 백두산에선 하루에도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는 가이드의 허풍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으나 백두산 날씨는 변화무쌍해 종잡을2026.07.22 13:18
백두산(白頭山)은 가까이 있어 멀어 뵈고, 멀리 있어 늘 그리운 산이다. 우리 민족의 영산 백두산은 높이 2750m로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중국 길림성 안도현 이도백하와 국경을 이룬다. 광복 당시까지 최고봉은 병사봉(2744m)으로 측량됐으나 장군봉으로 이름이 바뀐 현재는 해발고도도 2750m로 다시 측량됐다. 고도가 높은 만큼 일기 변화가 심해 하늘이 허락해야만 볼 수 있다는 백두산 천지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속설까지 자아내기에 이르렀다. 백두산이란 명칭은 화산 폭발로 인해 표면이 회백색의 부석(또는 경석)으로 덮여 있고, 꼭대기는 1년 중 8개월 이상 눈에 덮여 있어 희게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2026.07.15 13:25
무더위가 극성이다. 낮에는 잠시만 몸을 움직여도 금세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더위 때문에 숲길 산책이 쉽지 않다 보니 새벽이나 밤중에 천변 산책을 하며 아쉬움을 달래는 요즘이다. 낮에는 주로 집 안에서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린다. 독학으로 어반스케치를 배우는 중인데 제법 재미있다. 좀 서툴긴 해도 그림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는지 지루할 틈도 없다.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나름의 성취감도 느낄 수 있어 뒤늦게 시작한 게 후회될 정도로 만족도도 꽤 높은 편이다. 나이 든 탓인가. 언제부터인가 가끔 통장 잔고를 확인하듯 내게 남은 시간을 헤아려보는 버릇이 생겼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작성하고 싶은 생2026.07.08 13:07
장마가 시작되었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세찬 소나기가 퍼붓는 일이 잦아졌다. 늦은 장마에 앞서 일찍 찾아든 무더위로 인해 심신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는데 이제 장마까지 시작되었으니 여름을 건너갈 일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무더위와 장맛비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특히 나처럼 마음속 울타리가 튼실하지 못한 사람에게 장마는 여간 견디기 힘든 고통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비 오고 바람 불면 내 안에도 비 들이치고 바람에 흔들리곤 한다. 한 번 뿌리내리면 그 자리에서 생을 마치는 나무처럼 그저 버티고 견디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장마라고 해서 날마다 비가 내리지는 않는다는 것2026.07.01 13:11
바야흐로 본격적인 여름이다. 일찍 찾아든 무더위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날이 갈수록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꽃들이 철을 잊지 않고 피어난다는 점이다. 주택가 골목길로 들어서면 담장을 타고 오른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가로변의 화단엔 왕원추리꽃·비비추·접시꽃도 피어나 나를 반긴다. 태양의 열기에 지레 겁을 먹고 아침부터 에어컨을 틀어대는 사람들과 달리 식물들은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저버리지 않고 때맞춰 꽃을 피운다. 올여름이 아무리 뜨거워도 남은 생애 중에선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란 말처럼 더위는 갈수록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2026.06.24 14:58
오랜만에 천변을 걸었다. 너무 일찍 찾아든 무더위 때문에 천변 걷기는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해 뜨기 전의 희붐한 새벽이나 한밤중에 가끔 자전거를 타고 천변을 달리기도 하지만 운동이 주목적이다 보니 그저 스쳐 지날 뿐이라서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의 풍경에 눈길을 주고 감상하는 여유와는 거리가 멀다. 날마다 오가는 길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 길가에 무슨 꽃이 피어 있는지 알아채기 쉽지 않다. 오래도록 꽃에 매료되어 지내다 보니 어딜 가나 내 시선은 꽃을 향해 있다. 산길이나 들길, 천변을 가리지 않고 걸으면서 꽃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곤 한다. 눈에 띄는 꽃들을 보고 사진을 찍고 관찰하며 걷다 보면 나의 산책은 늘2026.06.17 14:13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오세영의 시 ‘6월’ 일부 자연은 향기로 시절을 일러준다. 아침마다 창문을 열면 산을 내려온 알싸한 밤꽃 향기가 코를 찌른다. 유월은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이자 밤꽃 향기의 계절이다. 시인의 말처럼 바람에 실려 온 꽃향기는 그리움을 자아낸다. 특히 밤꽃 향기는 한 번 맡으면 머리에 어질병이 일 만큼 짙고 강해 향기라는 말보다는 냄새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조선 시대 유학자 서거정이 ‘동국여지승람’에서 6월 전국의2026.06.10 13:32
대마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부산 금정산을 올랐다. 늘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기도 하지만 금정산을 오른 것은 전혀 뜻밖의 산행이었다. 서울로 가는 KTX 열차가 매진되어 지인의 집에서 1박을 했는데 기왕 부산에 왔으니 금정산이나 함께 가자고 했다. 지인의 청이 아니었다 해도 금정산은 한 번은 올라보고 싶었던 산이어서 선뜻 그러겠다고 했다. 금정산은 서울의 북한산처럼 부산을 대표하는 산이다. 부산의 금정구에서 북구, 경남 양산시까지 넓은 지역에 걸쳐 있는 금정산은 한국에서 가장 긴 산성인 금정산성과 영남 3대 사찰로 꼽히는 범어사를 품고 있는 산이다. 워낙 넓게 자리하고 있는 산이라서 부산 도심은 물론이고 외2026.06.03 16:22
대마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성 아우구스투스는 "이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한 페이지만 계속 보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대마도는 부산에서 바닷길로 49.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까운 외국이다. 그야말로 ‘내 땅인 듯, 내 땅 아닌, 내 땅 같은’ 일본 땅이다. 일본의 다른 가장 가까운 섬과의 거리가 73km, 후쿠오카까지는 138km 떨어져 있는 만큼 일본보다는 우리나라에 훨씬 가까운 섬이다. 그러한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예로부터 우리나라와는 관계가 깊었다. 고려 말부터 조공을 바치고 쌀. 콩 등을 답례로 받아 갔으며 조선에 일러서는 대마도를 근거지로 왜구들이 조선의 해안에 출몰하여 그2026.05.27 13:17
어느덧 싱그럽던 신록은 짙어질 대로 짙어져 초록 그늘이 그리운 계절이 된 듯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숲을 보면 무궁무진한 자연의 힘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꽃은 야위고 초록은 살이 찌는 시절이지만 그렇다고 숲에서 모든 꽃이 자취를 감춘 건 아니다. 초록이 대세인 요즘 숲에서 꽃을 보면 더 반갑다. 특히 요즘 산길에서 어쩌다 마주치는 함박꽃나무의 흰 꽃을 보면 그 맑고 밝은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곤 한다. 흔히 산목련이라고 부르는 함박꽃나무는 북한에서는 목란(木蘭)이라고 하며 나라꽃으로 지정되어 있다. 목련과 한 집안이면서도 잎이 핀 뒤에 뒤늦게 꽃을 피우는 함박꽃나무는 오월의 숲에서 만날 수 있는2026.05.20 13:39
성큼 다가선 여름, 석모도를 다녀왔다. 내 기억 속의 석모도는 이름보다 먼저 ‘풍경’으로 기억되는 섬이다. 인천 강화군 삼산면에 속하는 이 섬은 강화도 서쪽 끝에 자리해 과거에는 배를 타야 닿을 수 있었지만, 2017년 석모대교가 놓이면서 차를 타고도 갈 수 있는 ‘섬 속의 섬’이 되었다. 한국의 ‘3대 낙조’와 ‘3대 관음 성지’ 중 하나인 석모도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연인들의 단골 데이트 명소였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데다 강화도 외포항에서 배로 5∼10분이면 닿을 수 있었기 때문에 기상 조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낭만의 섬 여행지였다. 내게도 배를 타고 가며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던져2026.05.13 13:52
소공원 못가에 노랑꽃창포가 피었다. 노랑꽃창포는 이름과는 달리 창포와 무관한 붓꽃과에 속하는 유럽과 중동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진한 자색 꽃이 피는 자생종 꽃창포나 붓꽃과 달리 선명한 노란 꽃이 매혹적이다. 봄의 끝자락인 5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노랑꽃창포가 만개한 걸 보니 봄이 이울고 여름이 시작된 듯하다. 굳이 노랑꽃창포가 아니더라도 여름의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보라색 등꽃이 지기도 전에 산자락의 아까시나무 숲에선 벌써 꽃들이 만발해 아침저녁으로 달콤한 향기를 마을로 마구마구 내려보낸다. 둘레길을 걷다 벌들의 날갯짓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하얀 찔레꽃이 눈을 찔러 온다. 꽃들이 진 자리를 재빠르게 메우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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