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7 13:19
북한산 둘레길을 걸었다. 북한산 둘레길은 기존의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서 북한산 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는 저지대 수평 산책로다. 북한산 자락을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는 둘레길은 전체 길이가 71.5㎞에 이르지만 21개의 다양한 코스가 있어 누구나 쉽게 자연과 벗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숲 모임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여서 송년 모임을 겸하다 보니 걷기에도 편하고 시간도 여유로운 둘레길을 택한 것이었다. 코스도 길지 않고 걷는 길도 편안하여 여느 때와 달리 시간도, 마음도 여유로웠다. 12월의 싸늘한 냉기는 걸음을 재촉하기에 좋은 조건이었지만 우리는 한껏 게으름을 피우며 사부작사부작 걸었다. 도봉산역 앞에2025.12.03 14:34
마침내 12월이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야말로 ‘마침내’란 부사가 가장 잘 어울리는 달이다. ‘마침내’란 말 속엔 지난 열한 달의 시간을 잘 견디고 통과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12월 달력 한 장의 무게가 지난 열한 달의 무게와 맞먹는다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새해를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속절없이 또 한 해가 덧없이 지나간다는 생각에 공연히 안절부절못하고 허투루 살아온 지난 삶을 반성하기도 하고, 때늦은 후회를 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이벤트가 송년회다. 직장을 비롯해 동창이나 친구 모임, 각종 동호회까지 송년회 모임도 다양하고 모임마다 송년회의 풍경도 제각각이고 천차만별2025.11.26 13:59
지난주엔 시제(時祭)를 지내느라 고향 선산을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음력 시월로 접어들며 시제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제는 시향제(時享祭)의 준말로, 해마다 지내는 5대조 이상의 조상님께 올리는 제사다. 조상의 묘를 찾아 제를 올리는 일은 매우 경건한 일이나 산을 오르내리며 일일이 제수를 차리고 준비하다 보면 번거롭고 힘든 것도 사실이다. 깔끔하게 단장된 봉분과 달리 산을 오르는 길은 온통 낙엽으로 덮여 있다. 떨어져 쌓인 낙엽을 보면 때가 되면 다시 뿌리로 돌아가는 자연의 섭리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일까. 푹푹 발이 빠지는 낙엽을 밟으며 산을 오르다 보면 허무함과 함께 인생에 대해 반추하게 된다. 여름내 초록2025.11.19 14:07
가을 끝자락을 밟아 평화누리길 8코스를 걸었다. 조선의 명재상 황희 정승이 노후를 보냈다는 반구정(伴鷗亭)에서 시작해 임진각까지 약 13㎞의 들길이다. 반구정은 갈매기와 벗하는 정자란 의미인데 반구정에 올랐을 때 내 눈길을 끈 것은 V자 형태로 하늘을 나는 기러기 떼였다. 구름 한 점 없는 쨍한 하늘을 배경으로 끼룩끼룩 소리를 내며 나는 모습이 신기해 자꾸만 고개가 젖혀진다. 찬 바람에 잎을 떨군 나무처럼 추수가 끝난 들판은 텅 비어 있다. 휑한 들판을 따라 걷자니 나도 모르게 노래 하나가 떠올랐다. 백창우 시인이 노랫말을 짓고 가수 임희숙이 부른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였다. …너를 보내는 들판에 마른 바람이 슬프고/2025.11.12 13:05
바야흐로 단풍이 절정이다. 일찍이 카뮈는 “낙엽이 꽃이라면,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산행’이란 시에서 봄꽃에 빗대어 ‘서리 맞은 단풍이 봄꽃보다 붉다’고 단풍을 예찬하기도 했다. 꽃과 단풍의 공통점은 매혹적인 아름다움의 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 곱게 물든 단풍은 곧 떨어져서 낙엽이 되고 결국은 썩어서 거름이 된다. 단풍도 꽃과 같아서 때를 놓치면 다시 꼬박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때를 잘 맞춰야 단풍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가을 왕릉 숲길이 개방됐다는 소식을 듣고 때를 놓치기 전에 마음속에 점찍어 두었던 광릉 복자기나무 숲길을2025.11.05 13:54
마침내 11월이다. 11이란 숫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차 레일을 닮아서일까, 11월은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달이다. 아직 달력 한 장이 더 남아있기는 하지만 한 해의 막바지에 가까워진 마음의 조급함과 헛되이 흘려버린 지난 시간에 대한 미련이 등을 떠미는 까닭이다. 단풍은 하루 최저 기온이 5℃ 아래로 내려가 쌀쌀해지면서 들기 시작한다. 쉽게 말해 나뭇잎이 광합성 활동을 멈추면서 단풍이 드는 것이다. 올해는 여름 늦게까지 더위가 극성을 부리다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고운 단풍을 보기가 쉽지 않다. 길가의 가로수들도 시퍼런 채로 잎이 마르고 낙엽 되어 도로 위에 뒹구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내가2025.10.30 13:34
사릉(思陵)으로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다. 얼마 전 국가유산청에서 오는 11월 30일까지 조선왕릉 숲길 9개소를 개방한다는 소식을 들은 터였다. 구리 동구릉과 남양주 광릉, 서울 태릉과 강릉 등 아름답고 걷기 좋은 9곳의 왕릉 숲길을 개방한다는 뉴스였다. 단풍 든 왕릉 숲길을 걸으며 조선왕릉의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치유와 휴식도 누리라는 취지란다. 조선시대 왕릉 주변은 금표(禁標) 지역으로 지정되어 일반 백성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좋은 경관과 함께 울창한 수목들이 잘 보존돼 있다. 국가유산청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나는 왕릉 산책을 즐기는 편이다. 왕릉이 품고 있는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와 함께 왕릉 숲에서2025.10.23 13:23
물소리 깊어지면 가을이라고 했던가. 유난히 덥고 길었던 여름을 보낸 터라 청아한 계곡 물소리에 귀를 씻고 새 계절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 가평 용추구곡으로 트레킹을 떠났다. 올해는 비가 자주 내려 차고 맑은 물이 흘러넘치니 그곳에 가면 몸도 마음도 가을 물처럼 맑고 깊어질 것 같았다. 용추구곡은 오래 걷기보다는 햇빛을 가릴 수 있는 나무 그늘에 앉아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폭포를 바라보면서 물멍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가평에는 주민들의 추천으로 고르고 정한 ‘가평팔경’이 있다. ‘용추구곡(龍湫九曲)’은 가평을 대표하는 여덟 곳의 명소 중에 제3경에 속한다. 연인산도2025.10.15 14:05
양주 나리공원으로 가을꽃 나들이를 다녀왔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양주 나리공원은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끝없이 펼쳐진 분홍빛·보랏빛 다채로운 색의 물결이 보는 이의 가슴마저 물들인다. 마치 사탕처럼 동글동글한 꽃송이들은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색 또한 쉽게 바래지도 않는 ‘천일홍 축제’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천일홍은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무색하게 천 일 동안 붉음을 간직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천일홍의 이름을 내세운 꽃 축제이긴 해도 축제장엔 천일홍 외에도 다양한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축구장 9개 크기만 한 넓은 땅에2025.10.01 13:19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배낭을 메고 북한산으로 향했다. 두 달 만의 산행이다. 초록 일색이던 나무들이 조금씩 오색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은 일 년 중 등산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붉게 익어가며 빛나는 열매들과 가을꽃들의 맑고 짙은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가을 산의 유혹도 유혹이지만 그동안 병원 입원과 수술과 치료를 받느라 떨어진 체력도 점검해 보고 가을이 오는 산의 풍광도 즐길 생각으로 나선 길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산을 오를 때마다 이 산을 몇 번이나 더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영원할 수 없는 목숨이니 언젠가는 끝이 있을 터, 오를 수 있을 때 열심히 오르자는 다짐과 함께. 가을로 접어들면2025.09.24 14:43
바다로 가는 길은 멀다. 산촌에서 나고 자란 탓에 바다는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그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은 내겐 언제나 신비롭고 아득히 멀어서 가닿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무의도 트레킹을 떠나기 전날엔 아이처럼 가슴이 설레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인천 영종도와 용유도를 매립하고 다리를 놓아 지금은 배를 타지 않고도 쉽게 갈 수 있는 인천의 '섬 아닌 섬'이 되어 버린 무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의도는 처음 가보는 섬이라서 내겐 여전히 신비롭고 아득히 먼 섬이다. 섬의 생김새가 장수가 관복을 입고 춤추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무의(舞衣)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는데, 서해의 여느 섬과 별다르지 않아 선뜻 수긍이 가지는2025.09.17 14:14
소공원 귀퉁이, 쪽빛 하늘을 배경으로 굵어진 푸른 모과 알이 도드라져 보인다. 끝이 보이지 않던 폭염의 여름도 며칠 새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기세가 꺾이는 모양새다. 우리가 헤아리지 않아도 계절은 자신만의 보폭으로 순환의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모과꽃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가을볕이 몇 번 더 다녀가면 푸른 모과도 익어 은근 달콤한 향이 날 것이다. 여름의 흔적을 지우듯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의 유혹은 나를 자꾸만 밖으로 불러낸다. 계절이 자리바꿈하는 요즘은 천변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실개천을 어슬렁거리는 백로나 물 위를 떠다니는 오리 떼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도 재2025.09.10 14:30
달이 밝다. 밤바람이 좋아서 산책을 나섰다가 허공에 걸린 보름을 갓 지난 둥근 달을 보았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아도 달밤이 있어 인류는 생각하게 됐다고 한 어느 시인의 말을 떠올렸다. 고향에서 보던 달처럼 낭만적이진 않아도 빌딩 사이로 떠오른 도회지의 달도 그 은은한 빛으로 나의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기엔 부족함이 없다. 은은한 달빛의 마술이랄까. 달을 바라보면 아득히 잊고 있었던 일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자전거를 타고 천변으로 나간 것도 콘크리트 빌딩 사이로 숨바꼭질하는 달이 아쉬워 온전히 달빛을 즐기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천변엔 산책과 밤 운동 나온 사람들로 제법 붐볐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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