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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54)] 결혼에 대한 고민과 아버지의 딸사랑, 영화 '매직 오브 오드너리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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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54)] 결혼에 대한 고민과 아버지의 딸사랑, 영화 '매직 오브 오드너리 데이즈'

영화 '매직 오브 오드너리 데이즈'.이미지 확대보기
영화 '매직 오브 오드너리 데이즈'.
결혼은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를 때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결혼은 인생의 큰 전환점이자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준비 없이 무작정 뛰어들기에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시기를 놓치게 되면 결혼하기 힘들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위의 결혼한 사람들로부터 결혼 생활의 단점에 대해 듣게 되기도 하고, 여러 이성들을 만나면서 보는 눈이 까다로워지기도 한다.

결혼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에 대한 답은 정답이 없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랑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아무리 많은 이성들과 만나고 데이트를 해도, 어느 순간 번개가 치듯이 찾아오는 사랑이 있다.
직장 동료로서 앙숙처럼 지내다가 결혼에 골인하는 커플도 있고, 선후배 사이로 오랜 시간 동안 이성으로 느끼지 못하다가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커플도 있다.

사랑은 삼신할머니가 갖고 오는 천둥번개처럼,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모른다. 어떤 사람에게는 처음 만난 순간에 찾아오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서 찾아오기도 한다.

영화 '매직 오브 오드너리 데이즈'는 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세련된 도시 여자 리비와 시골 농부 레이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리비는 자유분방한 도시 여자로, 레이는 순수한 시골 농부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배경과 성격을 지녔지만, 리비의 임신으로 인해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결혼하게 된다.

레이는 리비의 임신을 알고도 결혼을 결심한다. 그는 수줍고 어색한 성격이지만, 리비에게 항상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특히, 임신한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냐는 질문에는 항상 적극적으로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리비는 도시에서 자란 탓에 시골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전화나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1시간이나 걸리는 시골 마을에서, 리비는 외로움과 답답함을 느낀다.

하지만 레이는 리비를 위해 항상 곁에서 지켜준다. 그는 리비에게 사랑과 안정감을 주며,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리비는 자신의 아버지가 도피성 결혼을 시켰지만, 내심 임신시킨 연인이 자신을 찾아와서 이 끔찍한 시골생활에서 탈출시켜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살며, 신랑 몰래 구조 요청까지 했다.

그러던 중, 리비는 남편 누나의 생일 파티 후 집으로 가는 차 안 대화에서 남편이 자신과는 아주 다른 인생관을 가졌음을 알게 된다.

남편은 농장 너머 있을 넓은 세상보다 오지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자신만의 세계이고 전부라고 말해준다.

리비는 남편이 자신을 자신의 세계에 들어온 너무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남편 역시 리비에게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강요하지 않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리비는 아기 아버지가 자신을 찾지만, 그와 함께 살기로 결심한다.

MBC C&I의 김흥도 감독은 영화에서의 감동 포인트는 오히려 리비의 아버지의 사랑이라고 평한다.

그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결혼 생활에 불만을 갖거나 이미 혼자된 여성들은 "아버지가 있었더라면 이런 남자를 선택하게 놔두지 않았을 텐데"라는 하소연을 많이 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하소연이 단순한 푸념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진정성이 어린 고백들이어서, 곱씹으며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주위의 딸을 가진 아버지들의 사랑은 대단하다.

어느 날, 이기적이라 멀리하던 선배가 상가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자폐가 있는 딸아이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딸만 건강해질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대신 죽을 수 있다고 말하며 울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한다.

어제 만난 한 아버지는 평소에는 성정이 여렸지만, 혹시라도 딸이 시집가서 구박당하면 가서 뒤짚어 놓겠다고 말했다. 다음주에는 응급의학을 전공한 사위를 얻게 되는 선배의 결혼식에 가야 한다. 그 선배는 사위를 허락한 이유가 해당 의학과는 너무 바빠서 딸을 두고 바람피우지 못할 것 같아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영화는 이미 오래전 미국 배경이지만, 아버지의 결혼 지시에 따라 중매결혼을 강한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결혼하는 여주인공은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를 떠나서 아버지들의 유별난 딸사랑을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딸을 위해 아버지가 나서서 결혼시킨 사례는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

김흥도 감독이 앞서 이야기한 것과는 반대의 경우, 아버지가 없어서 결혼에 실패했다고 하는 경우가 더욱 마음이 아프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딸들은 결혼 적령기에 옆에 없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결혼하고서도 서러운 일만 있으면 아버지를 찾는다고 한다.

경제적인 문제나 부부 갈등으로 이혼의 아픔을 겪거나 어렵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아버지 탓은 더욱 가슴 아프고 진정성 있게 들린다. 우리는 살면서 이성을 사귀는 데 있어서도 인간이 각기 성향이 다름을 경험해왔다.

가장 좋아하는 이성은 처음 본 이성이라고 하는 바람둥이도 있고, 속된 말로 구관이 명관이라며 편안한 이성을 원하는 사람도 있다. 결혼의 시작은 유형별로 다양하겠지만, 사랑을 지속시키는 것은 이기심을 벗어나서 서로가 상대방을 인정해주고 맞춰주면서, 사랑하기 전의 나와는 조금은 다르게 서로의 반려자가 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남편들이여, 아내에게 아버지를 찾게 하지 말자.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