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9 15:52
며칠 새 몸에 와 감기는 바람결이 달라졌다. 어느 시인은 ‘물소리 깊어지면 가을’이라고 했지만, 정작 우리에게 가을을 실감하게 해주는 것은 바람이 아닐까 싶다. 며칠 전만 해도 비지땀을 흘리게 하던 태양의 열기는 사라지고 새벽 산책길에 맨살에 와닿는 바람은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서늘하다. 하늘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만 가고, 물소리는 깊어질 대로 깊어져 유유히 흘러간다. 산책길에 골목 어귀에 떨어진 푸른 감에도 노을빛이 묻어나고, 산딸나무 열매도 하루가 다르게 분홍색으로 물들어 간다. 그래서 또 다른 누군가는 ‘가을은 색(色)으로 다가온다’라고 했나 보다. 요즘은 하늘이 너무 예뻐서 시간이 날 적마다 고개를2026.09.02 13:05
종일 비가 내리고 있다. 남녘에선 극한호우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겨우겨우 뜨거운 여름 더위를 벗어났나 했는데 이번엔 가을장마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그런가 하면 멀리 네팔에선 빙하홍수로 수천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재난을 겪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방송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먼 미래의 일로만 여기던 기후 위기가 우리가 마주한 뼈아픈 현실이란 걸 깨닫게 해준다.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낭만을 떠올리기엔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너무도 가혹하기만 하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던 폭염과 숨 막히는 열대야, 극한호우까지 얼마나 더 견디고 버텨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면 우울감이 습한 바람2026.08.19 14:07
입추가 지나면서 겨우 ‘극한폭염’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남녘에서 ‘극한호우’로 유례없는 물난리를 겪고 있다는 뉴스다. 극한(極限)이란 궁극의 한계, 사물이 진행해 도달할 수 있는 최후의 단계나 지점을 가리키는 말이니 날씨에 관한 한 이보다 센 표현은 없다. 뉴스에서 이런 표현을 접할 때마다 지구의 미래가 걱정되면서 지구 환경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오랜만에 북한산을 올랐다. 그동안 팔팔 끓는 폭염의 시간을 견디느라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산행이었다. 한동안 소원했음에도 산은 늘 그랬듯 말없이 나를 품어준다. 신발 끈을 조여 매고 천천히 오르는 산길, 숲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2026.08.12 13:00
입추가 지나며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는 해도 여전히 덥다. 하늘은 우리에게 견딜 수 있을 만큼만 시련을 준다는 바람에 떠온 말에 기대어 근근이 견디는 중이다. 염천의 하늘 아래서도 눈부시게 피어나는 꽃들처럼 환하게 웃을 순 없다 해도 슬기롭게 이 폭염의 계절을 무탈하게 건너가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백두산 여행을 다녀오면서 여행지의 인상적인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 간직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시작한 펜 드로잉이 새로운 취미로 자리 잡으면서 뜨거운 여름을 견디게 하니 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예전에 잠깐 취미로 민화를 그려본 적은 있으나 제대로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는 내게 펜 드로잉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다행히 요즘2026.08.05 13:32
세상이 온통 사우나로 변한 듯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이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노랫말도 있긴 하지만 이 여름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지난달 백두산에서 세찬 바람에 손이 시리던 기억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틈틈이 지난달 다녀온 백두산 기행 소감을 정리하고 그곳에서 찍어온 꽃 사진들을 정리하는 중인데 폭염 때문인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밤이 되어도 열대야로 깊은 잠을 못 자다 보니 머리도 맑지 않고 생각도 잘 정리되지 않는다. 요즘은 하루 중 가장 온도가 낮은 시간대인 새벽, 산책하는 게 유일한 낙이 되어가고 있다. 어제는 산책길에서 옥잠화를 보았다. 요즘 비비추는 아파트 화단이2026.07.29 14:05
“사막만년청풀은 첫 꽃을 피우기 위해/ 사막에서 몇십 년이나 견디는데/ 연꽃 씨앗은 첫 꽃을 피우기 위해/ 늪에서 몇천 년이나 견디는데/ 사람은 첫 꽃을 피우기 위해/ 어디서 몇 년이나 견뎌야 할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고/ 꽃은 세상이 궁금해서/첫 꽃을 피운다.” -천양희의 시 ‘첫 꽃’ 전문 백두산의 야생화 탐사를 하면서 같은 꽃이라도 지역에 따라 꽃 피는 시기와 열매 맺는 시기가 같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 식물들은 그 지역의 환경에 맞추어 꽃 피울 시기와 열매 맺는 시기를 조절하기도 한다. 백두산에선 하루에도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는 가이드의 허풍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으나 백두산 날씨는 변화무쌍해 종잡을2026.07.22 13:18
백두산(白頭山)은 가까이 있어 멀어 뵈고, 멀리 있어 늘 그리운 산이다. 우리 민족의 영산 백두산은 높이 2750m로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중국 길림성 안도현 이도백하와 국경을 이룬다. 광복 당시까지 최고봉은 병사봉(2744m)으로 측량됐으나 장군봉으로 이름이 바뀐 현재는 해발고도도 2750m로 다시 측량됐다. 고도가 높은 만큼 일기 변화가 심해 하늘이 허락해야만 볼 수 있다는 백두산 천지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속설까지 자아내기에 이르렀다. 백두산이란 명칭은 화산 폭발로 인해 표면이 회백색의 부석(또는 경석)으로 덮여 있고, 꼭대기는 1년 중 8개월 이상 눈에 덮여 있어 희게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2026.07.15 13:25
무더위가 극성이다. 낮에는 잠시만 몸을 움직여도 금세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더위 때문에 숲길 산책이 쉽지 않다 보니 새벽이나 밤중에 천변 산책을 하며 아쉬움을 달래는 요즘이다. 낮에는 주로 집 안에서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린다. 독학으로 어반스케치를 배우는 중인데 제법 재미있다. 좀 서툴긴 해도 그림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는지 지루할 틈도 없다.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나름의 성취감도 느낄 수 있어 뒤늦게 시작한 게 후회될 정도로 만족도도 꽤 높은 편이다. 나이 든 탓인가. 언제부터인가 가끔 통장 잔고를 확인하듯 내게 남은 시간을 헤아려보는 버릇이 생겼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작성하고 싶은 생2026.07.08 13:07
장마가 시작되었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세찬 소나기가 퍼붓는 일이 잦아졌다. 늦은 장마에 앞서 일찍 찾아든 무더위로 인해 심신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는데 이제 장마까지 시작되었으니 여름을 건너갈 일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무더위와 장맛비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특히 나처럼 마음속 울타리가 튼실하지 못한 사람에게 장마는 여간 견디기 힘든 고통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비 오고 바람 불면 내 안에도 비 들이치고 바람에 흔들리곤 한다. 한 번 뿌리내리면 그 자리에서 생을 마치는 나무처럼 그저 버티고 견디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장마라고 해서 날마다 비가 내리지는 않는다는 것2026.07.01 13:11
바야흐로 본격적인 여름이다. 일찍 찾아든 무더위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날이 갈수록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꽃들이 철을 잊지 않고 피어난다는 점이다. 주택가 골목길로 들어서면 담장을 타고 오른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가로변의 화단엔 왕원추리꽃·비비추·접시꽃도 피어나 나를 반긴다. 태양의 열기에 지레 겁을 먹고 아침부터 에어컨을 틀어대는 사람들과 달리 식물들은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저버리지 않고 때맞춰 꽃을 피운다. 올여름이 아무리 뜨거워도 남은 생애 중에선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란 말처럼 더위는 갈수록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2026.06.24 14:58
오랜만에 천변을 걸었다. 너무 일찍 찾아든 무더위 때문에 천변 걷기는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해 뜨기 전의 희붐한 새벽이나 한밤중에 가끔 자전거를 타고 천변을 달리기도 하지만 운동이 주목적이다 보니 그저 스쳐 지날 뿐이라서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의 풍경에 눈길을 주고 감상하는 여유와는 거리가 멀다. 날마다 오가는 길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 길가에 무슨 꽃이 피어 있는지 알아채기 쉽지 않다. 오래도록 꽃에 매료되어 지내다 보니 어딜 가나 내 시선은 꽃을 향해 있다. 산길이나 들길, 천변을 가리지 않고 걸으면서 꽃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곤 한다. 눈에 띄는 꽃들을 보고 사진을 찍고 관찰하며 걷다 보면 나의 산책은 늘2026.06.17 14:13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오세영의 시 ‘6월’ 일부 자연은 향기로 시절을 일러준다. 아침마다 창문을 열면 산을 내려온 알싸한 밤꽃 향기가 코를 찌른다. 유월은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이자 밤꽃 향기의 계절이다. 시인의 말처럼 바람에 실려 온 꽃향기는 그리움을 자아낸다. 특히 밤꽃 향기는 한 번 맡으면 머리에 어질병이 일 만큼 짙고 강해 향기라는 말보다는 냄새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조선 시대 유학자 서거정이 ‘동국여지승람’에서 6월 전국의2026.06.10 13:32
대마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부산 금정산을 올랐다. 늘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기도 하지만 금정산을 오른 것은 전혀 뜻밖의 산행이었다. 서울로 가는 KTX 열차가 매진되어 지인의 집에서 1박을 했는데 기왕 부산에 왔으니 금정산이나 함께 가자고 했다. 지인의 청이 아니었다 해도 금정산은 한 번은 올라보고 싶었던 산이어서 선뜻 그러겠다고 했다. 금정산은 서울의 북한산처럼 부산을 대표하는 산이다. 부산의 금정구에서 북구, 경남 양산시까지 넓은 지역에 걸쳐 있는 금정산은 한국에서 가장 긴 산성인 금정산성과 영남 3대 사찰로 꼽히는 범어사를 품고 있는 산이다. 워낙 넓게 자리하고 있는 산이라서 부산 도심은 물론이고 외1
경기도, 평화경제특구 첫 카드 '파주'…208만평 복합거점 구상
2
아제르바이잔 국기 품은 중국 전투기 모형, 파키스탄산 40대 틈새 비집고 신흥 하늘길 노린다
3
美 공군 'F-15EX 이글 II', 미사일 경보 시스템 탑재 검토 착수
4
메모리값 상승에 아이폰 이어 갤럭시S26도…최대 27만원↑
5
XRP, 연말 3달러선 재도전… 비트코인·금리 완화 관건
6
코스모로보틱스 압수수색 사태…로봇株 '옥석 가리기' 본격화되나
7
엔화, 달러당 156엔대로 반등… G10 통화 상승률 1위
8
마이크론이 쏘아 올린 AI 메모리 질주… 예상을 깬 615억 달러의 경고장
9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비서 구속…‘고가 기념품 공금 구매’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