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5 14:05
양주 나리공원으로 가을꽃 나들이를 다녀왔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양주 나리공원은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끝없이 펼쳐진 분홍빛·보랏빛 다채로운 색의 물결이 보는 이의 가슴마저 물들인다. 마치 사탕처럼 동글동글한 꽃송이들은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색 또한 쉽게 바래지도 않는 ‘천일홍 축제’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천일홍은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무색하게 천 일 동안 붉음을 간직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천일홍의 이름을 내세운 꽃 축제이긴 해도 축제장엔 천일홍 외에도 다양한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축구장 9개 크기만 한 넓은 땅에2025.10.01 13:19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배낭을 메고 북한산으로 향했다. 두 달 만의 산행이다. 초록 일색이던 나무들이 조금씩 오색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은 일 년 중 등산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붉게 익어가며 빛나는 열매들과 가을꽃들의 맑고 짙은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가을 산의 유혹도 유혹이지만 그동안 병원 입원과 수술과 치료를 받느라 떨어진 체력도 점검해 보고 가을이 오는 산의 풍광도 즐길 생각으로 나선 길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산을 오를 때마다 이 산을 몇 번이나 더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영원할 수 없는 목숨이니 언젠가는 끝이 있을 터, 오를 수 있을 때 열심히 오르자는 다짐과 함께. 가을로 접어들면2025.09.24 14:43
바다로 가는 길은 멀다. 산촌에서 나고 자란 탓에 바다는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그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은 내겐 언제나 신비롭고 아득히 멀어서 가닿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무의도 트레킹을 떠나기 전날엔 아이처럼 가슴이 설레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인천 영종도와 용유도를 매립하고 다리를 놓아 지금은 배를 타지 않고도 쉽게 갈 수 있는 인천의 '섬 아닌 섬'이 되어 버린 무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의도는 처음 가보는 섬이라서 내겐 여전히 신비롭고 아득히 먼 섬이다. 섬의 생김새가 장수가 관복을 입고 춤추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무의(舞衣)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는데, 서해의 여느 섬과 별다르지 않아 선뜻 수긍이 가지는2025.09.17 14:14
소공원 귀퉁이, 쪽빛 하늘을 배경으로 굵어진 푸른 모과 알이 도드라져 보인다. 끝이 보이지 않던 폭염의 여름도 며칠 새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기세가 꺾이는 모양새다. 우리가 헤아리지 않아도 계절은 자신만의 보폭으로 순환의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모과꽃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가을볕이 몇 번 더 다녀가면 푸른 모과도 익어 은근 달콤한 향이 날 것이다. 여름의 흔적을 지우듯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의 유혹은 나를 자꾸만 밖으로 불러낸다. 계절이 자리바꿈하는 요즘은 천변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실개천을 어슬렁거리는 백로나 물 위를 떠다니는 오리 떼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도 재2025.09.10 14:30
달이 밝다. 밤바람이 좋아서 산책을 나섰다가 허공에 걸린 보름을 갓 지난 둥근 달을 보았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아도 달밤이 있어 인류는 생각하게 됐다고 한 어느 시인의 말을 떠올렸다. 고향에서 보던 달처럼 낭만적이진 않아도 빌딩 사이로 떠오른 도회지의 달도 그 은은한 빛으로 나의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기엔 부족함이 없다. 은은한 달빛의 마술이랄까. 달을 바라보면 아득히 잊고 있었던 일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자전거를 타고 천변으로 나간 것도 콘크리트 빌딩 사이로 숨바꼭질하는 달이 아쉬워 온전히 달빛을 즐기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천변엔 산책과 밤 운동 나온 사람들로 제법 붐볐다.2025.09.03 14:09
9월로 접어들면서 바람의 기운이 사뭇 달라졌다.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맞이 채비를 한다는 처서가 지났음에도 폭염의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른다. 인생의 절반은 견디는 것이라고 하지만 올여름은 유난히도 길고 지루했다. 그런데 9월로 접어들면서 거짓말처럼 선선한 바람이 분다. 한결 맑아진 하늘과 또렷해진 산봉우리 위로 피어오르는 흰 뭉게구름이 탐스럽기만 하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고추잠자리가 맴을 돌고, 노랑 코스모스가 줄지어 핀 들길엔 밀물 들 듯 가을이 소리 없이 들어차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해 자연의 섭리마저 거스르는 건 아닌가 의심했던 마음이 부끄러워진다. 처서가 지나면 더위도 한풀 꺾이고 서늘한 바람2025.08.20 13:56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立秋)가 지났음에도 불볕더위는 여전하기만 하다. 아직은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도 지나지 않았으니 좀 더 참고 견디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그래도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 산책하기에 좋다. 여름내 햇살을 피해 나무 그늘 밑을 맴도는 사이 초록 숲은 더욱 짙어지고 꽃을 피웠던 자리에 열매를 내어 달고 햇볕을 쬐며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산을 오르기엔 너무 더운 탓에 산으로 가려던 마음을 접고 차를 타고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으로 향했다. 광릉은 학창 시절 자주 소풍을 다녔던 곳이기도 하고, 지금 사는 곳에서도 멀지 않아 자주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국립수목원과2025.08.13 14:10
어디서 날아왔을까. 창 너머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고추잠자리가 날고 있다. 고추잠자리의 출현은 길고 지루했던 극한의 폭우와 혹서로 얼룩진 여름도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반가운 시그널이다. 빨간색이 인상적인 고추잠자리는 가을의 전형적인 풍경을 그리는 곤충 중 하나다. 그래서일까. 떼를 지어 허공을 맴도는 고추잠자리를 보면 자연스레 잠자리채 들고 바지랑대 끝에 앉은 고추잠자리를 잡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함께 고향의 가을을 떠올리게 된다. 고추잠자리가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이기도 하지만, 그 특유의 붉은색이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는 가을의 정취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입추와 말복이 지2025.08.06 13:26
며칠 전 새벽 산책을 하다가 배롱나무꽃이 핀 것을 처음 보았다. 초등학교 담장 아래 자잘한 붉은 꽃잎들이 떨어져 있었다. 고개를 젖히니 담장을 넘어온 배롱나무 가지들이 붉은 꽃숭어리들을 가득 달고 있었다. 폭우와 폭염을 견디고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찬란한 꽃을 피워 단 배롱나무가 문득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산책 시간을 새벽으로 바꾼 이유는 찜통더위 때문이었다. 해가 뜨면 볕이 너무 뜨거워 산책을 한다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나무 그늘조차도 후끈한 열기로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도 배롱나무는 어김없이 꽃을 피워 달고 여름의 한 귀퉁이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던 게다. 배롱나무꽃을 보고 있자니2025.07.30 13:12
연일 역대급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날마다 키를 키우는 수은주와 거기에 비례해 무쇠라도 녹일 듯한 땡볕이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계절을 살뜰히 살아내자는 게 평소의 지론이지만 이번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워서 이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싶다. 그렇다고 집 안에서 에어컨 바람이나 쐬며 마냥 이 계절이 지나가길 기다리기엔 여름이 품고 있는 자연의 보석들이 너무 많다. 그중에도 천년 침향처럼 그윽하게 온몸을 싸고 도는 연꽃 향에 취해 어여쁜 연꽃을 완상(玩賞)하는 것은 이 여름이 아니면 즐길 수 없는 풍류(風流)라서 벗과 함께 봉선사로 연꽃 구경을 다녀왔다. 풍류란 말을 사전에서2025.07.23 13:13
비 예보가 있었지만 아침 일찍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섰다. 구파발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북한산성 입구에서 내렸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으나 비는 내리지 않았고, 비안개가 서서히 산허리를 휘감으며 위로 말려 올라가고 있었다. 기온은 그리 높지 않았으나 습도가 높아 후텁지근한 전형적인 장마철 날씨였다. 운무에 싸인 북한산은 마치 한 폭의 산수화처럼 정적이면서도 신비롭다. 수량이 풍부해 물소리가 요란하던 계곡은 그간의 가뭄 탓인지 가늘어진 물줄기가 숨죽여 흐르고, 한껏 짙어진 녹음 속에 꽃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나는 길섶에 개망초와 자주꿩의다리, 각시원추리 정도가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2025.07.16 13:38
이른 새벽 배낭을 메고 새 등산화를 신고 도봉산으로 향했다. 도봉산은 평생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처럼 날마다 바라보아도 늘 새로운 모습으로 내게 말을 걸어오는 산이다. 단 한순간도 머물러 있는 법이 없이 구름과 바람과 빛과 함께 시간 속을 흐르며 볼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한없이 깊고 너른 품 안에 숱한 생명을 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전모를 드러낸 적 없는 신비에 싸인 도봉산은 늘 나를 향해 손짓하곤 한다. 봄에는 벚꽃과 진달래가 만발하고 여름엔 시원한 숲과 계곡의 물소리가 더위를 잊게 한다. 가을에는 산 전체가 단풍으로 물들고, 겨울에는 흰 눈 덮인 바위와 고요한 풍경이 도드라지는 도봉산은 계절마다 색다른2025.07.09 13:21
7월로 접어들면서 연일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낮게 드리워진 먹구름 낀 하늘처럼 우울해지기 쉬운 요즘 천변을 걷다 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나무가 있다. 초록색 잎을 배경으로 노란 황금색 꽃이 풍성하게 피어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띄는 모감주나무다. 초록의 기운이 절정에 달해 꽃이 귀한 시기에 샛노란 꽃을 가득 달고 선 모감주나무는 여러 나무 사이에서 도드라지게 존재감을 뽐내기에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장마로 지친 우리의 심신을 단박에 환하게 해준다. 모감주나무는 동북아시아에서 자생하는 세계적인 희귀종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선 주로 섬이나 바닷가에 군락을 이루어 분포하고 있어 중국에서 모감주나무 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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