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1 13:39
도봉산의 암봉(巖峰)들이 정겹게 말을 걸어오는 아침, 창가에 앉아 산을 한참 바라보며 ‘산멍’을 한다. 다리를 다친 후로 새로 생긴 습관이다, 거의 매일같이 산을 오르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다리를 다치고 보니 등산은커녕 입산(入山)조차 어려워졌다. 그렇다 보니 기껏해야 창가에 앉아 망산(望山)이나 하며 산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게 고작이다.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리움은 손끝에서 피어난다’라고 했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리움이 곧 손 닿지 않는 거리에 대한 간절함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산을 오를 수 있는 사람은 산을 좋아하긴 해도 그리워하지는 않는다. 창 너머 초등학교 담장에 선홍색 장미2025.06.04 13:28
어느새 유월이다. 새삼 세월의 속도를 실감한다. 봄은 기다리느라 더디 오지만 여름은 기다리지 않아도 빠르게 찾아온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발을 다치는 바람에 한동안 숲을 찾지 못했다. 숲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려 이따금 자전거를 타고 천변에 나가 꽃들의 안부를 묻곤 했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아카시아와 이팝나무꽃이 시들고 자전거 도로 옆 산딸나무들이 하얗게 꽃을 피워 오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노랑 코스모스와 선홍의 꽃양귀비가 물결을 이루며 피어 있는 모습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황홀하다. 그 원색의 꽃밭에 홀린 듯 자전거 페달을 밟아 찾아간 그곳에서 보리밭을 만났다. 구청에서 조성해 놓은 천변의 너른 밭에2025.05.28 13:23
오월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한낮의 태양은 후끈한 여름의 열기를 뿜어댄다. 숲은 신록을 지나 이제 초록 그늘로 짙어졌다. 일주일 전, 산에서 발을 헛디뎌 발이 삐끗하면서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발이 금세 퉁퉁 부어오르고 통증이 심했다. 병원에 가니 골절이란다. 깁스나 하면 되겠거니 했는데 의사는 입원해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꼼짝없이 병원에 발이 묶였다. 아침마다 하던 산책도 거르고 병원 침대에 누워 TV나 보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따분한 일상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옥상 정원에 올라가 바람을 쐬며 작은 정원의 꽃을 구경하는 게 전부였다. 짧은 입원 기간을 통해 건강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2025.05.21 13:12
올봄은 유난히 비가 잦다. 언제부턴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국지성 호우가 수시로 퍼붓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비가 자주 내린다고 시절을 탓하기도 어렵고, 찔레꽃 필 무렵인 모내기 철에 비가 오지 않아 농부들의 애를 태우는 통에 생겨난 ‘찔레꽃가뭄’이란 옛말을 언급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 한 번 내릴 때마다 숲의 초록은 한층 짙어지고, 초록이 짙어질수록 흰색 꽃이 자주 눈에 띈다. 둘레길에서 마주치는 쪽동백이나 때죽나무, 흔히 아카시아로 불리는 아까시나무꽃이라든가, 이팝나무꽃·산딸나무꽃 등 흰 꽃들이 초록 위에 순백의 수를 놓고 있다. 그중에도 흰 찔레꽃2025.05.14 13:21
봄이 무르익으면서 아침마다 숲길을 산책한다. 3㎞ 남짓,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며 집 가까이에 산이 있음에 감사한다. 집을 나서 5분만 걸으면 울울창창한 초록 숲의 품에 안길 수 있으니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숲으로 가는 길에는 날마다 새로운 꽃들이 피어나서 나를 반긴다. 매번 꽃들과 눈 맞추느라 나의 발걸음은 자꾸 느려지곤 하지만 나 홀로 산책이라 남의 눈치 볼 일도 없으니 나는 그 느림을 즐긴다. 일찍이 영국의 시인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는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그런 인생은 불쌍한 인생’이라고 했다. 산책하며 마주치는 꽃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취해보는 그 시2025.05.07 13:29
오월이다. 신록은 푸르르고 온갖 꽃들이 만발해 생기로 충만해 있는 계절, 도심의 소공원을 산책하다가 운 좋게도 은방울꽃을 만났다. 넓은 초록 잎 사이로 마치 수줍음 타는 아가씨처럼 숨은 듯 피어 있었다. 꽃대에 매달린 작은 꽃송이를 자세히 보면 통꽃인데 여섯 갈래의 잎끝이 뒤로 살짝 말려 있다. 순백의 은방울꽃들이 올망졸망 매달려 피어 있는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은은하게 번지는 감미롭고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고 은빛 방울 소리가 들릴 듯한 착각마저 인다. ‘좋은 술은 깊은 골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중국 속담처럼 감미롭고 환상적인 은방울꽃의 향기는 넓고 푸른 잎 사이에 숨다시피 고개2025.04.30 13:56
4월의 산과 들은 생명의 빛으로 가득 차 있다. 온통 꽃이고 푸른 잎이다. 꽃들의 화려한 색과 어우러진 연두와 초록의 잎들, 햇빛이 비친 나뭇잎들은 보석처럼 빛난다. 소리 없는 생명의 아우성이라고나 할까. 이제 천지간이 초록으로 가득하니 생명의 호흡이 느껴지며 가슴이 설레어 숲으로 가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북한산 둘레길의 한 자락인 왕실묘역길은 내가 자주 찾는 아침 산책 코스 중 하나다. 길가의 석축 사이에 만개한 영산홍과 철쭉들의 꽃에 취해 숲길로 들어서면 찰랑거리는 초록의 나뭇잎들이 마치 나를 향해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산새들의 지저귐과 계곡물 소리, 초록의 잎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에 발걸음이 가벼워진2025.04.23 13:41
봄이 깊다. 비바람에 꽃잎을 내주고 허룩해진 벚나무 가지를 초록의 잎들이 채우고 있다. 초록은 살찌고 꽃의 붉은색은 야위어 가는 녹비홍수(綠肥紅瘦)의 시절이다. 이즈음의 숲은 이제 막 새잎이 돋기 시작해 연두와 초록이 어우러져 마치 춘몽에 취한 것만 같다. 연두란 제대로 여물지 않은 풋완두콩의 콩꼬투리 속 여리디여린 완두콩이 내는 연한 푸른색을 이르는 말이다. 도종환 시인은 연두의 아름다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노래하기도 했다. “초록은 연두가 얼마나 예쁠까?/ 모든 새끼들이 예쁜 크기와 보드라운 솜털과/ 동그란 머리와 반짝이는 눈/ 쉼 없이 재잘대는 부리를 지니고 있듯/ 갓 태어난 연두들도 그런 것을 지니고 있다2025.04.16 14:23
세상이 온통 벚꽃 세상이다. 아침에 창을 열 때마다 맞은편 초등학교 운동장의 벚나무 한 그루가 가지 가득 환한 벚꽃을 피워 달고 나를 반긴다. 며칠 새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린 벚꽃으로 눈길 닿는 곳마다 눈이 부실 지경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꽃은 장미, 제일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라고 하지만 벚꽃만큼 많은 사람이 환호하며 사랑을 몰아주는 꽃도 없지 싶다. 봄이 되면 기상청과 모든 매스컴이 지역별 벚꽃의 개화 시기를 알려주며 수선을 떨고, 사람들은 축제를 준비하기도 한다. 굳이 꽃에 관심 없는 사람조차도 눈부시게 피어난 벚꽃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자아내며 벚꽃의 화사함에 매료되어 가던 발걸음을 멈2025.04.09 13:36
어제는 종일 고운 봄비가 내렸다. 바싹 마른 숲에 산불이 번져 시커멓게 타버린 경북의 산야를 생각하면 늦게 오는 비가 원망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라도 내리는 비가 산천에 초록 물감을 풀어놓을 것을 생각하니 오는 비가 고맙기만 하다. 시절이 어수선해도 봄은 오고, 팍팍하기만 한 나의 삶과 무관하게 꽃은 핀다. 이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나의 투정은 엄살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사는 그렇게 모든 것이 이성적이고 똑 부러지지 않는다. 흐린 봄 하늘처럼 담담해진 마음을 달래려고 집을 나선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겠다는 일기예보도 뒤로한 채 거리에 나섰다. 비에 씻긴 하늘에서 쏟아지는 투명한 햇빛이2025.04.02 13:32
4월이다. 성가신 꽃샘바람과 폭설 속에서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와 차가운 땅속에서 긴 시간을 견딘 새싹들이 하나둘 얼굴을 내민다. 산수유가 피고 생강나무꽃이 피고, 청매화·홍매화가 새초롬히 피어나 이 땅에도 봄이 왔음을 조용히 일깨워주고,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꽃나무 가지마다 어여쁜 꽃들이 피어나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여리디여린 초록의 새싹들이 언 땅을 비집고 지상으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은 바라만 봐도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하지만 이번 봄은 무연히 맞이할 수가 없다. 열흘 동안에 걸쳐 경북 지역의 산과 들을 까맣게 태워버린 대형 산불 때문이다. 산의 초목들뿐만 아니라 마을과 농작물까지 태워버려 삶의 터전을2025.03.26 15:03
북한산을 찾았다. 부실한 건강도 챙길 겸 산중의 봄소식이 궁금하기도 했다. 기왕이면 정상에 올라 일출을 보겠다는 욕심이었는데 시계를 보니 서둘러도 시간을 맞추긴 어려울 듯싶어 마음을 접었다. 등산로가 시작되는 계단을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이내 숨이 차고 다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수분지족(守分知足)이란 말이 생각났다. 내가 좋아하는 사자성어 중 하나인데 분수를 지켜 스스로 만족할 줄 안다는 뜻이다. 자신의 분수를 알고 스스로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안다면 헛된 욕심을 부릴 까닭이 없다. 새해 들어 자주 산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건강한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아야겠단 생각에서였다.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조금2025.03.19 13:41
아파트 화단의 산수유 한 그루가 노란 꽃망울을 곧 터뜨릴 것만 같더니 다시 몰아치는 꽃샘바람에 떨고 있다. 남녘에는 햇살의 간질임에 이미 매화가 만개했다는 소문인데, 사납게 불어대는 꽃샘바람을 어찌 견딜까 싶어 못내 걱정스럽다. 하지만 꽃샘바람이 제아무리 맵차다 해도 피는 꽃을 막아서지는 못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오히려 시샘하는 바람도 없이 꽃이 핀다면 봄이 심심할지도 모를 일이다. 손끝이 시려 오는 꽃샘바람 속을 걸으며 시경(詩經)에 나오는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 인봉간난현기절(人逢艱難顯其節)’이라는 구절을 떠올렸다. 매화는 혹한의 추위를 견딘 후에야 맑은 향기를 발산하고, 사람은 고난을 만나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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