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0 00:00
1959년의 일이다. 네덜란드 북부 흐로닝언(Groningen) 지하에서 유럽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전이 발견됐다. 전후 복구와 산업화로 에너지를 갈망한 서유럽 한복판에 거대한 자원 보고가 열린 셈이었다. 1960년대부터 국고로 천문학적인 가스 수출 대금이 유입되자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고 정부 재정은 풍족해졌으며 복지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팽창했다. 당대 관료와 언론은 이를 ‘네덜란드의 기적’이라 칭송했다.화려한 잔치는 10여 년 만에 파국으로 변했다. 가스 수출 대금의 대규모 유입은 외환시장에서 길더(Guilder)화의 급격한 실질 환율 절상을 불렀고, 이는 기계, 조선, 섬유, 정밀화학 등 전통 공산품 제조업의 가격 경2026.09.09 15:52
며칠 새 몸에 와 감기는 바람결이 달라졌다. 어느 시인은 ‘물소리 깊어지면 가을’이라고 했지만, 정작 우리에게 가을을 실감하게 해주는 것은 바람이 아닐까 싶다. 며칠 전만 해도 비지땀을 흘리게 하던 태양의 열기는 사라지고 새벽 산책길에 맨살에 와닿는 바람은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서늘하다. 하늘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만 가고, 물소리는 깊어질 대로 깊어져 유유히 흘러간다. 산책길에 골목 어귀에 떨어진 푸른 감에도 노을빛이 묻어나고, 산딸나무 열매도 하루가 다르게 분홍색으로 물들어 간다. 그래서 또 다른 누군가는 ‘가을은 색(色)으로 다가온다’라고 했나 보다. 요즘은 하늘이 너무 예뻐서 시간이 날 적마다 고개를2026.09.09 08:32
금융권에서 부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금융당국이 빠지지 않고 내놓는 설명이 있다. “금융회사 전반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말이다. 금융권 전체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전체가 안전하다고 해서 일부 저축은행과 차주에게 쌓이는 위험까지 작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 숫자를 보면 저축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는 제자리인데 연체액만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6월 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건설업·부동산업 대출 연체액은 2조6943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관련 대출잔액은 0.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6개월 만에 연체액만 약 3640억 원 불2026.09.09 00:00
[김대호 진단] 반도체 열전 (52) 추론형 혁명과 메모리 반도체 오픈AI가 차세대 모델 ‘GPT-6 아스트라(Astra)’를 시장에 선보였다. 이스트라 발표에 가장 흥분한 이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였다. 젠 슨황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챗GPT에서 o1을 거쳐 아스트라까지 4년이 걸렸다. AGI(범용인공지능)가 도래했다”며 축하를 건넸다. 그는 아스트라 학습에 엔비디아 그레이스 블랙웰 NVL72가 이미 10만 개 이상 투입되었고, 차기 단계로 40만 개의 GPU가 곧 가동될 것임을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과 서울 증시가 일제히 반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2026.09.08 17:44
한·미 양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1호 사업을 사실상 확정했다. 대미 투자 1호 사업은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총사업비는 223억 달러 규모다. 전체 설비용량은 6.3기가와트(GW)로 원전 6기 안팎에 해당한다. 사업 규모가 최초 예상액 168억 달러보다 33% 정도 늘어난 셈이다. 우선 가스터빈 발전 1.4GW를 1단계로 개발한 뒤 수요와 사업성을 확인한 후 설비를 추가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후속 대미 투자는 원전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의견 접근을 이룬 상태다. 물론 신규 원전 8기 건2026.09.08 17:39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7월 초 정전 합의 기대감으로 70달러대로 하락한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위협하고 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11월 인도분은 배럴당 98달러를 넘었다. 7월 말 이후 처음이다. 걸프 외곽에서 이란이 미국 전함을 공격하자 미국도 이란 유조선을 공격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국의 전략비축유(SPR) 재고는 전쟁 이후 4억 배럴 이상 감소한 상태다. 그동안 이란 전쟁에도 유가 인상을 억제할 수 있었던 것은 대규모 재고였다. 하지만 세계 원유 재고는 최근 빠르게 줄고 있다. 매주 7000만~8000만 배럴 규모의 재고가 줄고 있다는 게 시장의 추산이다. 미국의 경우 상2026.09.08 15:41
고물가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유통업계에서는 가성비 경쟁이 한창이다. 올 추석에도 1만 원 안팎의 실속형 선물세트가 잇따라 등장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100만 원을 넘어 수백만 원에 이르는 프리미엄 상품도 나온다. 올해 추석에도 백화점들은 고가 한우와 주류 등을 앞세워 큰손 고객 공략에 나섰다.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소비 방식은 갈린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1%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 매출은 7.3% 감소했다. 백화점 3사의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 비중도 지난 5월 40.0%까지 높아졌다. 여기에는 상품 자체의 가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소비심리가 있다. 사람들은 필요해2026.09.08 13:15
부산의 핵심 사업들이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됐다. 가덕도신공항 4,311억 원을 비롯해 신형연구로와 항만 AI 전환, 교통망 등에 모두 7,468억 6,000만 원이 편성됐다. 지역 발전을 위한 투자라는 평가이지만, 대규모 재정 투입에 따른 필요성과 효율성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특히 가덕신공항은 건설비만 따져서는 안 된다. 도로·철도와 기반시설 확충, 장기적인 유지관리 비용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한정된 국가 예산의 우선순위는 부산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재정 효율성과 미래 경쟁력을 기준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초기엔 10조 5,300억 원, 84개월 조건으로 추진2026.09.08 09:20
올해 국내 증시는 그 어느 때보다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상반기 불과 6개월 만에 두 배 이상 뛰며 ‘꿈의 지수’를 잇달아 갈아치우던 코스피는 9000선을 넘어선 뒤, 하반기 초입부터 급격한 조정을 받으며 5000선을 위협받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레버리지 투자와 특정 대형주 쏠림, 급격한 변동성 확대 등 역대급 불장의 이면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너도나도 만스피를 외치던 ‘9000피 축제’가 막을 내리자 시장에서는 책임론이 고개를 들었다. 곳곳에서 개인투자자들의 곡소리가 터져 나왔으니 정부와 금융당국을 향한 책임론으로 번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정치권까지2026.09.08 00:05
놀이에는 원래 완성이 없다. 블록은 쌓다가 무너지고, 이야기는 짓다가 방향이 바뀌고, 인형과의 대화는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간다. 그 미완성 상태를 아이가 스스로 채워나가는 것, 그것이 놀이의 본체다. 그런데 요즘 아이 곁의 AI는 이 미완성을 견디지 못한다. 아이가 방향을 정하기도 전에 다음 장면을 완성하고, 아이가 헤매기도 전에 결말을 내려버린다. 블록 놀이 앱은 아이가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기 전에 설계도를 제안하고, 이야기 챗봇은 아이가 다음 장면을 떠올리기 전에 결말을 그려준다. 그림을 그리는 AI, 노래를 만드는 AI, 캐릭터를 완성해주는 AI까지, 지금의 놀이용 AI는 아이가 심심해할 틈을 주지 않는다. 부모 입2026.09.08 00:00
[김대호 진단 반도체열전] (52) 빚으로 쏘아 올린 AI 요새: 오라클은 왜 위험천만한 하이퍼스케일러로 변신했는가잘 나가던 오라클에 비상이 걸렸다. 신용평가 회사가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대폭 하향조정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26년 7월 9일 목요일 오후 1시 57분(미 동부 시각), 뉴욕 채권시장의 트레이더 단말기 화면에 일제히 붉은색 긴급 속보가 번쩍였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발간한 평정 보고서였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세계 소프트웨어 제국의 상징이자 한때 월가에서 가장 윤택한 현금을 쥐고 흔들던 오라클(Oracle)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투자적격 등급의 맨2026.09.07 17:51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이 이상하다. 어딘가에서 물이 새고, 거슬리는 소음이 난다. 사무실에서 이런 연락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안다. 진짜 스트레스는 그다음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누구한테 연락하지. 접수는 제대로 된 걸까. 오늘 오나, 내일 오나. 직원들한테는 뭐라고 설명하지. 시설 담당자 머릿속에는 순식간에 질문이 쌓인다. 그리고 정작 본인도 답을 모른 채로, 위에서는 '도대체 언제 해결되느냐'는 날 선 질문이 꽂힌다. 집이라면 며칠 참으면 그만이다. 사무실은 다르다. 그 공간에서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함께 일한다. 공조 하나가 이상해도 문의 전화가 여러 군데서 쏟아진다. 누수가 생기면 경영지원팀이 움직인2026.09.07 17:50
구글·MS·메타·아마존 등 글로벌 4대 클라우드 기업의 올해 인공지능(AI) 투자 예상금액은 1000조 원 이상이다. 글로벌 차원의 투자 액수는 추산조차 힘들다. 이처럼 대형 투자가 짧은 시간에 이뤄진 사례는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조차 AI 투자 효과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클라우드 업계도 막대한 투자에 부응하는 사업 성과를 내야 할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블룸버그의 보도를 보면 오라클까지 포함한 글로벌 5개 빅테크의 그림자 부채 총액은 1조6500억 달러 규모다. 대차대조표에 나타난 부채 1조3500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5년간 늘어난 부채만 3500억 달러다. 대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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