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09:54
춘천의 금병산을 다녀왔다. 금병산(652m)은 1930년대 한국소설의 축복으로 불리는 김유정의 고향이자 그의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되는 실레마을 뒷산 이름이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어도 한 번쯤은 올라볼 만하다. 김유정은 자신의 글 속에서 '빽빽하게 둘러싼 산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 옴팍한 떡시루 같다고 하여 실레'라고 부른다고 마을 이름의 유래에 대해 밝힌 바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춘천(春川)이란 한자식 지명보다는 순우리말인 '봄내'라는 말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봄내' 하고 소리 내어 부르면 금방이라도 계곡의 물소리 명랑하게 들려오고 산기슭 어딘가에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속의 점순이가 생강나무 노란 꽃그늘 아래 기다2024.03.26 05:00
어느 날 뚜봉이가 가출했다. 아침에 정신없이 출근하다가 따라나온 뚜봉이를 깜빡한 것이다. 오후에 반려견 인식표를 확인한 동물병원의 전화를 받고 뚜봉이를 찾을 수 있었다. 뚜봉이를 자기 집에 데리고 있던 같은 동네의 이웃에게서 전달 받았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웃에게서 자상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후 가끔 동네에서 반려견과 산책하는 그 이웃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항상 집게와 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것이었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산책하는 김에 청소를 하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할 것이다. 우리 집안에 한상현 사촌형이 있다. 당진 면2024.03.25 18:17
모스크바 근처의 콘서트홀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와 화재 테러로 130명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2000년 체첸 분리 독립주의자들이 벌인 테러 이후 최대 사건이다. 아이들을 포함한 무차별적 테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사건 발생 직후 이슬람국가(IS) 전투원이 범행을 자백한 상태다. 2015년 시리아 내전에 무력 개입해 IS를 공격한 러시아에 대한 보복일 가능성도 있다. 3년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선 집권 시기에 맞춘 테러란 점에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테러 근절은 어느 나라에도 예외일 수 없는 인류 공통 목표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당국도 범인 4명을 포함한 11명을 구속해 수사를 시작했다. 특히2024.03.25 18:14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자동차 배기가스 이행 목표를 확정했다. 전기차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 자동차 업계의 건의를 고려한 조치다. 핵심은 두 가지다.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낮춰 업계의 대응 시간을 늘려준 게 첫째다. 다음은 순 전기차(EV) 보급률을 2032년까지 전체 승용차의 70%에서 40%로 낮춘 것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나 하이브리드자동차(HV)의 이산화탄소 경감 기여도를 인정한 결과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전미자동차노조(UAW)를 의식한 조치다. 회원만 40만 명인 UAW를 대선에서 홀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경쟁 상대인 중국 전기차 업계를 견제하려는 취지도 강하다. 인플레감축법도 배터리와 전기차를 미2024.03.25 11:02
마이크론이 AI반도체 주도주로 우뚝 솟아나고 있다. 마이크론은 흔히 반도체 업계의 탄광 속 카나리아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재앙이나 위험을 예고하는 조기 경보를 뜻한다. 과거 광부들이 탄광의 유해가스를 감지하기 위해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에 유독 민감한 카나리아를 탄광에 놓아두고 카나리아의 이상 행동을 탈출 경고로 삼은 데서 유래한 것이다. 19세기 유럽의 광부들은 탄광 안에 들어갈 때 카나리아를 새장에 넣어 데려갔다. 호흡기가 약한 카나리아는 메탄 가스나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가스에 민감하다. 광부들은 작업을 하다가 카나리아가 울지 않거나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의 이상 징후를 보이면 즉각 갱2024.03.25 09:34
대선 이후, 한국 정치 주요 이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선 패배하고, 당 대표로 선출된 것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22대 총선 책임을 감당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선출과 한동훈 비대위 체제 출현은 한국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 양대 축의 경쟁과 협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치 상황과 미래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세계적 위기국면에서 한국의 정치적 대립이 자칫 경제 불안정과 민생 문제 악화로 이어져, 국가안보와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음에도 정치인들의 신중하고 포괄적인 대응 전략은 부족하다. 한동훈 위원장의 '운동권 청산론'과 이재명 대표의 '정권심판론 전략'에서, 한 위원장2024.03.25 06:00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지난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이었던 공화당 후보 조지 W. 부시를 꺾은 슬로건이다. 클린턴 선거 참모 제임스 카빌이 만든 이 구호는 그 이후 미국과 세계의 주요 선거에서 금과옥조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이것도 생명을 다한 것 같다. 이 말이 나온 미국에서 “문제는 경제가 아니야, 바보야!”라는 현실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아이러니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여 년이 지난 지금 민주당의 이 낡은 구호를 카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은 줄곧 “트럼프 정부 당시와 비교할 때 지금 경제 사정이 얼마나 비참하냐”고2024.03.24 16:36
홍콩 경제 추락은 5년째 진행 중이다. 세계 거래소 연맹(WFE)이 집계한 홍콩의 시가총액 순위는 8위로 인도에도 밀린 상태다. 홍콩 항셍지수가 대만의 자취안지수에 추월당한 게 지난해 말이다. 글로벌 금융중심지인 홍콩의 지위가 31년 만에 대만에도 밀린 셈이다.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지난 2년간 문을 닫은 홍콩 증권사만 80여 곳이다. 홍콩 상장 지수 펀드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때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리던 홍콩 경제 추락의 배후에 홍콩 기본법 23조가 있다. 홍콩판 국가안보법으로 불리는 이 조항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지로 빠져나간 결과다. 국가 기밀을 보호하고2024.03.24 16:31
미국 연준이 3월 FOMC에서 5.5%인 고금리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견고한 경기와 고용지표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에 따른 물가 재상승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사실 경기와 물가의 연착륙은 쉽지 않다. 금리 인하 시기가 빠르면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늦으면 경기 침체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금리하에서 지난해 말까지 빠르게 하락하던 미국 물가는 올해 이후 하락 폭을 줄인 상태다.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율이 2%를 향해 서서히 낮아지는 추세”라는 발언과 올해 3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한 점도표를 본 자본시장은 환호하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 증시는 3대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다. 연준의 정책 방2024.03.23 17:44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칼국수와 수제비는 천국 같은 맛이었고, 그 기억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환상적인 추억으로 남아 있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아버지에 의해 9살에 친가에 맡겨진 후 아버지의 돌아오겠다는 말은 공허한 약속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고아가 되어 학교 대신 무임금 머슴살이를 하게 되었고, 어느 날 소여물을 먹이다가 내 처지가 소만도 못하다는 생각에 서울로 상경했다.10세의 고아에게 서울은 차가움과 공포로 가득 찬 곳이었다. 1971년의 영등포는 제빵 및 제과 공장들로 북적였다. 현재 양화인공폭포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은 당시 영등포 쓰레기 처리장이었2024.03.21 09:12
최근 MBTI와 관련하여, SNS에서 화제가 된 글이 있다. 직관형(N)인 사람들은 머리를 감을 때 흑역사부터 시작하여 기후변화까지 걱정하는 반면, 감각형(S)인 사람들은 그저 머리만 감을 뿐이라는 내용이었다. 나 또한 만만치 않은 N으로서, 머리를 감을 때면 내 인생의 모든 흑역사를 계속해서 끄집어낸다. 노력해서 떠올리는 것도 아닌데, 샤워기의 미지근한 물을 머리에 대는 순간 파블로프의 개처럼 온갖 흑역사가 내 머릿속을 지배한다. 그 중의 80% 정도는 사회생활 초년생일때의 일화이다. 모 대기업 재직 시절, 퇴사할 때까지 대리님을 ‘ㅇㅇ이 언니'라고 불렀던 일. 자리에 앉아서 팀장님께 내 자리까지 ‘오라고' 호출했던 일. 사수, 대2024.03.21 03:05
골드만삭스의 솔로몬 CEO가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 한 통이 주목을 끌고 있다.골드만삭스는 미국 뉴욕증시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투자은행(IB)이다. 투자업무와 증권업무, 투자관리, 그리고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기관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JP모건과 함께 흔히 "월가의 황제"로 불린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수많은 경제 거물들을 키워낸 인재 사관학교로도 유명하다. 빌 클린턴 행정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과 헨리 폴슨,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총재를 맡았던 마리오 드라기, 그리고 캐나다은행(BOC) 총재와 잉글랜드은행 총재를 모두 역임한 마크 카니 등이 모두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고시 제도가 따로2024.03.20 18:11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 등 통화정책 정상화를 선언했다. 기준금리를 0-0.1%로 올리는 한편 채권 수익률 곡선 통제(YCC)나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등 3대 정책을 동시에 중단한 의미는 각별하다. 복잡한 통화정책 대신 단기 기준금리 조절을 통한 정책으로의 회귀를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플러스 금리로의 전환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YCC 철폐 이후에도 장기 국채 매입을 계속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에다 일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추세를 봐가며 단기 금리를 조절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지난 2000년과 2006년 금리를 인상한 후 경제 위축을 경험한 점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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