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2 06:00
백악관의 한 방에서는 승리 연설문이 작성되고, 다른 방에서는 양보 문안이 수정된다. 연설문에는 '미국이 호르무즈를 열었다', '이란은 핵무기를 포기했다', '미국의 힘이 평화를 만들었다'는 문장이 들어간다. 협상문에는 이란산 원유수출 면제, 금융·보험 거래 허용, 동결 자산의 단계적 사용, 미군 증강 중단과 해상 봉쇄 완화가 들어간다. 두 문서는 서로 모순돼보인다. 그러나 정치 협상에서는 자주 같은 합의의 앞면과 뒷면이 된다.미국과 이란은 이미 이 구조를 한 번 문서로 만들었다. 지난 6월 17일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는 60일 안에 최종 합의를 협상하도록 했다. 미국은 서명 즉시 해상 봉쇄 철수를 시작하고 30일 안에 완전히 끝2026.09.12 00:00
제본스의 역설과 역사의 교훈1865년 영국, 대영제국 전역의 탄광촌에는 짙은 패배감과 공포가 감돌고 있었다. 기술자 제임스 와트가 개발한 개량형 증기기관이 산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 새로운 증기기관은 과거의 기계에 비해 석탄을 고작 4분의 1밖에 쓰지 않는 괴물 같은 물건이었다. 당시 신문과 학자들, 그리고 탄광 소유주들은 머리를 싸매고 탄식했다."석탄을 4분의 1만 먹는 기계가 나왔으니, 이제 석탄 수요는 4분의 1 토막이 날 것이다. 채굴해 봐야 팔리지도 않을 테니 영국의 탄광업자들은 모조리 줄파산하고 석탄 산업은 완전히 망할 것이다!" 당시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너무나 당연한 계산이었다. 12026.09.11 13:23
우리나라 소상공인은 2024년 기준 613만 4,000개 업체와 961만 명의 종사자를 책임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규모가 커졌다고 경영 환경까지 나아진 것은 아니다. 경쟁 심화와 원재료비·임대료 상승, 상권 쇠퇴가 겹치면서 매출이 늘어도 순이익은 줄어드는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의 위기는 필자는 오랜 경험으로는 항상 반복해 왔다. 외환위기 이후 생계형 창업이 늘었고,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때에도 자영업은 실업을 흡수하는 안전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위기 때마다 창업이 증가하면서 과당경쟁과 부채가 누적되는 구조적 문제가 커졌다. 정부는 그동안 정책자금과 대출 만기 연장, 상환유예, 바우처 등으로 소상공2026.09.11 12:00
미국 중서부의 한 주유소 전광판에 숫자가바뀐다. 3달러 대였던 가격은 4달러를 넘고, 운전자는 주유 손잡이를 잡은 채 총액이 올라가는 속도를 지켜본다. 같은시간 뉴욕의 원유 트레이더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위치를 보고, 워싱턴의 선거전략가는 경합지역여론조사를 확인한다. 전쟁은 이란 해안에서 벌어지지만, 대통령에게가장 빠르게 도착하는 전황 보고서는 주유소 가격표다.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원유와 석유제품은 전쟁 전인 2025년 4분기 하루 2160만 배럴에서 2026년 2분기 490만 배럴로 줄었다. 하루 1670만 배럴, 77.3%의 통항 감소다. 원유와 콘덴세이트는 1590만 배럴에서 370만 배럴2026.09.11 08:26
박영범 세무사·YB세무컨설팅 대표회사 자금을 개인 사금고처럼 주무르며 수백억 원대 초고가 주택과 호화 별장을 사적으로 유용한 법인 사주 일가의 민낯이 국세청 조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 이들은 회삿돈으로 자기 거처를 최고급으로 치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공 인건비를 계상해 자금을 빼돌리거나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기 위한 '위장막'으로 법인을 악용했다. 국세청은 지난달 25일 1차로 탈루 혐의가 짙은 50개 업체를 정조준해 전방위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적발된 탈세 혐의 금액만 무려 1조 9000억 원에 이른다. 아무리 꼼수를 벌여도 국세청 철퇴를 피하기 어렵다.■ 법인 주택 10채 중 4채는 사주 일가의 ‘은밀한2026.09.11 00:05
폭격기의 항로는 지도 위에 선으로 남는다. 미사일이 떨어진 지점은 위성사진에 검은 점으로 남는다. 그러나 항복은지도에도, 위성사진에도 자동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항복은상대의 의사 결정자가 더 버티는 것보다 합의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순간에만 나타난다. 미국이 이번전쟁에서 가장 크게 오판한 대목이 바로 여기에 있다.미 중부사령부의 2026년 공식 전과는 압도적이다. 38일간 주요 전투 작전 동안 1만 200회가넘는 출격과 1만 3500회가 넘는 타격을 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드론과 해군 방위산업 기반의 85% 이상을 손상 또는 파괴했고, 방공미사일 체계의 82%를 무력화했으며, 16개 함종 161척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2026.09.11 00:00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의 말발이 영 안 안 먹히고 있다. 흔들리는 국채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면서 바이백 3배 학대라는 어머어마한 칼을 빼들었지만 월가에서는 오히려 국채를 내던지고 있다. 그 바람에 장기 국채금리는 치솟고 있다. 웕라 일각에서는 아예 국채를 내다던지는 이른바 자경단의 무더기 매도폭탄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유동성 공급과 수급 개선을 명분으로 국채 조기 환매(바이백) 일정을 공식화하자마자,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정반대의 매도 행진이 이어졌다.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발표 직후 하락하기는커녕 단숨에 주요 저항선을 돌파하며 급등했다. 정부가 직접 채권을 사주겠다고 나섰는데 가2026.09.10 00:05
페르시아만의 밤바다는 멀리서 보면 고요했다. 그러나 미 항공모함과유도미사일 구축함의 전투정보실에서는 여러 개의 궤적이 동시에 살아났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발사한 탄도미사일이미 해군 함정을 향했고, 두 함정은 회피기동에 들어갔다. 미국측 인명피해는 없었다. 잠시 뒤 작전 화면의 중심은 미군 함정에서 이란의 원유 운송망으로 옮겨갔다. 하르그섬 앞바다, 호르무즈 동쪽 자스크 인근, 오만만에 있는 이란 유조선 세 척이 타격 대상이 됐다. 두 척은영구적으로 운항이 불가능해졌고, 승무원을 퇴선시킨 빈 유조선 한 척은 완전히 파괴됐다. 그러므로 지금의 질문은 미국이 이란을 곧 다시 공격할 것인가가 아니다. 공격은이미 재개됐2026.09.10 00:00
1959년의 일이다. 네덜란드 북부 흐로닝언(Groningen) 지하에서 유럽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전이 발견됐다. 전후 복구와 산업화로 에너지를 갈망한 서유럽 한복판에 거대한 자원 보고가 열린 셈이었다. 1960년대부터 국고로 천문학적인 가스 수출 대금이 유입되자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고 정부 재정은 풍족해졌으며 복지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팽창했다. 당대 관료와 언론은 이를 ‘네덜란드의 기적’이라 칭송했다.화려한 잔치는 10여 년 만에 파국으로 변했다. 가스 수출 대금의 대규모 유입은 외환시장에서 길더(Guilder)화의 급격한 실질 환율 절상을 불렀고, 이는 기계, 조선, 섬유, 정밀화학 등 전통 공산품 제조업의 가격 경2026.09.10 00:00
[김대호 칼럼] ‘닥터 코퍼’와 인공지능: 붉은 금속의 역사와 지능 혁명의 충돌인류가 맨 처음 사용한 금속은 바로 구리다.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 튀르키예 아나톨리아 고원이나 자그로스 산맥 일대에 살던 신석기 수렵 채집인들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한 사냥꾼이 화덕 주변을 둘러치기 위해 주워 온 푸르스름하고 붉은빛이 감도는 무거운 돌멩이 몇 개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보통의 암석이라면 장작불의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났을 터였다.다음 날 아침, 차게 식은 잿더미를 헤치던 원시인의 눈에 기이한 광경이 들어왔다. 단단한 돌들은 깨져 흩어졌지만, 불길 속에 던져졌던 그 붉은 돌은2026.09.09 15:52
며칠 새 몸에 와 감기는 바람결이 달라졌다. 어느 시인은 ‘물소리 깊어지면 가을’이라고 했지만, 정작 우리에게 가을을 실감하게 해주는 것은 바람이 아닐까 싶다. 며칠 전만 해도 비지땀을 흘리게 하던 태양의 열기는 사라지고 새벽 산책길에 맨살에 와닿는 바람은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서늘하다. 하늘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만 가고, 물소리는 깊어질 대로 깊어져 유유히 흘러간다. 산책길에 골목 어귀에 떨어진 푸른 감에도 노을빛이 묻어나고, 산딸나무 열매도 하루가 다르게 분홍색으로 물들어 간다. 그래서 또 다른 누군가는 ‘가을은 색(色)으로 다가온다’라고 했나 보다. 요즘은 하늘이 너무 예뻐서 시간이 날 적마다 고개를2026.09.09 08:32
금융권에서 부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금융당국이 빠지지 않고 내놓는 설명이 있다. “금융회사 전반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말이다. 금융권 전체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전체가 안전하다고 해서 일부 저축은행과 차주에게 쌓이는 위험까지 작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 숫자를 보면 저축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는 제자리인데 연체액만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6월 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건설업·부동산업 대출 연체액은 2조6943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관련 대출잔액은 0.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6개월 만에 연체액만 약 3640억 원 불2026.09.09 00:00
[김대호 진단] 반도체 열전 (52) 추론형 혁명과 메모리 반도체 오픈AI가 차세대 모델 ‘GPT-6 아스트라(Astra)’를 시장에 선보였다. 이스트라 발표에 가장 흥분한 이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였다. 젠 슨황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챗GPT에서 o1을 거쳐 아스트라까지 4년이 걸렸다. AGI(범용인공지능)가 도래했다”며 축하를 건넸다. 그는 아스트라 학습에 엔비디아 그레이스 블랙웰 NVL72가 이미 10만 개 이상 투입되었고, 차기 단계로 40만 개의 GPU가 곧 가동될 것임을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과 서울 증시가 일제히 반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1
3500억 달러 투자에도 가스발전만 챙긴 한국, 정작 원전은 미국 문턱에서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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