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3 15:06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형모듈원자로(SMR)는 먼 미래에나 상용화될 것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증대,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확대 등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SMR이 실전에 투입될 시기가 대폭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대규모 부하의 계통 연계 지연, 발전소와 데이터센터 간 직접 연결(Co-location), 비용 부담과 전력망 신뢰성을 둘러싼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논쟁이 치열하다. 막대한 송전망 건설 지연과 비용 부담으로 인해 빅테크 기업들은 이제 전력을 사서 쓰기만 하던 데서 자체 발전원을 확보하는 데까지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전력 수요 환경의2026.08.09 14:50
아내의 말에 따르면 나는 참 힘든 사람이다. 금방 들은 것은 금방 잊어버리면서도, 어떤 것은 아내가 질릴 정도로 끝까지 붙들고 산단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운전 경력이 30년에 이르는 내가 정작 길눈은 유독 어둡다는 사실이다. 땅이 그리 크지 않은 울산에서도 툭하면 길을 잃어버리고, 걸어서 5분이면 갈 거리를 차로는 10분 가까이 헤매기 일쑤다. 놀라지 마시라. 이런 내가 군 시절 보병대대 중화기중대에서 작전 지도를 만들었다. 물론 창의적인 작업이라기보다는 상급 부대에서 보내온 지도의 복사판을 그리는 일이었고, 더구나 나의 군대 시절은 전쟁이 나지 않은 태평성대였다. 고참들 중에는 원래 제대일보다 보름 가까이 일찍 나간 이2026.08.02 15:10
6월 말까지 조석으로 날씨가 선선해 "올해는 운수가 좋다" 싶었는데, 7월 내내 폭염이 이어지고 비는 자취를 감췄다. 채소·과일은 폭염에 데이고 가뭄에 말라붙었다. 기후변화가 일상적 재해가 되었음을 절감한다.우리에게는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완화'와 이미 피할 수 없는 변화에 대처하는 '적응'이 모두 필요하다. 농업 분야에서 '기후 적응'의 대표 주자는 단연 스마트팜이다. 폭염·가뭄·기습 폭우·태풍이라는 외부 재해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고, 물 사용량을 줄이며, 밥상 물가의 급등락을 잠재울 수 있는 '제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 쌈채소·고급 엽채류 등에서 국내 상업적 성공 사례가 속출하며, 스마트팜의 가능2026.07.19 15:24
우리는 지은 것을 허물고, 허문 자리에 다시 짓기를 반복하는 나라의 시민이다. 건설을 위한 창조적 파괴라고는 하지만 이제는 그 폐해가 너무 커서 모두가 깊이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물 관리를 보자. 상류 지역의 비점오염원 관리는 뒷전으로 미룬 채, 하류의 보(堰)를 열고 닫는 단기 처방만 반복해 왔다. 오염원 관리라는 본질은 외면하고 눈에 보이는 구조물만 탓하는 전형적인 본말전도다. 가장 청정해야 할 심심산천의 약수터 주변까지 상업시설이 무분별하게 잠식해 들어가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원전 문제도 다르지 않다. 원전을 당장 멈추고 폐쇄하라던 목소리는 불과 몇 년 만에 AI 시대의 데이터센터 급증과 전력 대란 앞에서 슬2026.07.05 15:29
세계 각국은 국방 예산을 늘리고 첨단 무기를 개발하는 데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현대 군사력은 전력 공급이 끊기고 연료가 고갈되는 순간 무력화된다. 전투기는 연료 없이 뜰 수 없고, 구축함은 항해할 수 없으며, 미사일 방어체계와 지휘통제망은 안정적 전력 없이 작동하지 않는다. 21세기 국가안보의 축은 더 이상 군사력 하나가 아니다. 군사안보와 에너지안보는 국가 생존을 지탱하는 하나의 전략체계로 통합되고 있다. 이 두 축이 가장 격렬히 부딪치는 현장은 뜻밖에도 해상풍력·태양광의 '입지 선정'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전 시설이 군 작전 경로를 제한하거나 방공 레2026.06.28 16:42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 박동이 약해져 가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던 현장이 이제는 청년이 떠나고 안전사고가 반복되며, 에너지 비용과 탄소 규제가 동시에 몰려오는 벌판에 허허로운 모습으로 서 있다. 노후산단 문제는 일부 경쟁력을 잃어가는 산업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국가 제조 생태계 전체를 건 거시적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정부도 산업단지를 디지털화·무탄소화·에너지 자립화하는 '스마트그린산단' 사업을 추진 중이며, 2026년 공모에는 AX 실증산단, 에너지 자급자족 인프라가 핵심 과제로 포함됐다. 이 사업은 AI 전환·전력·탄소중립·청년 정주가 결합된 입체적 복합전략이어야 한다. 세 가지 전략을 제언한다.첫째,2026.06.21 15:18
트럼프 대통령의 80세 생일에 푸틴과 젤렌스키가 차례로 전화를 걸어왔다. 우크라이나 종전 이야기가 다시 테이블에 올랐고, 두 정상은 곧 G7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6월 시한'을 압박하던 종전 협상이, 사실은 미국이 이란발 중동 위기에 매달려 있는 동안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란 문제가 진정세를 보이고 나서야 우크라이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종전은 한 나라의 의지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다른 위기와 시간을 다투며 밀리고 당겨지는 변수다. 그리고 설령 종전이 이뤄진다 해도, 그다음에 따라와야 할 제재 해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여기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2026.06.14 16:29
자본시장은 보이지 않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가장 냉정하고 정량적인 수치로 가격에 반영한다. 그 핵심 도구가 바로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이다. WACC는 기업이 사업을 하기 위해 주주와 채권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자본 조달 비용의 성적표다. 미래 현금흐름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수록 투자자는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되고, WACC가 상승하면 미래에 벌어들일 돈의 현재가치(PV)는 급격히 감소한다. 최근 한국 수소 기업들이 겪고 있는 만성적 저평가, 이른바 ‘안보 디스카운트’의 본질은 기술력의 부재가 아니라 정치 리스크가 유발한 자본비용 상승에 있다.동일한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수소 인프라 기업들이 국가별 정책2026.06.07 16:20
그동안 수소 산업을 바라보는 자본시장의 시선은 냉정했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에는 공감하면서도, 수소는 여전히 '미래의 가능성'에 머무는 산업으로 취급받았다. 투자자들은 수소를 수익보다 명분이 앞서는 분야로 여겼고, 친환경 투자 열풍이 가라앉자 상당수 수소 기업의 주가는 기술력과 무관하게 큰 폭으로 무너졌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눈길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수소를 평가하는 잣대가 환경에서 안보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이라는 도덕적 명분 대신 국가 주권, 공급망 안정성, 에너지 자립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가치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탈탄소 당위론이 물러나고 에너지 안보 실용론이 전면에2026.05.31 15:38
글로벌 패권 경쟁은 이제 반도체를 넘어 항만, 조선, 에너지 시스템을 뒤흔드는 전면전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 중심 공급망 재편에 나서는 사이에 러시아는 북극 항로 상업화와 북극 자원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고, 일본 역시 홋카이도를 북방 물류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세계는 이제 “무엇을 얼마나 생산하는가”보다 “누가 핵심 흐름(Flow)을 설계하고 통제하는가”를 겨루는 시대에 들어섰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동해안을 대륙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단절의 공간처럼 인식해 왔다. 그러나 북극 항로 시대가 열리면 동해는 더 이상 끝이 아니라 유라시아와 북극, 태평양을 연결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부산·울산·포항·원2026.05.17 15:55
불과 며칠 전인 지난 14일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은 반도체와 AI, 희토류와 공급망, 항만과 해상 물류까지 뒤엉킨 패권 경쟁의 현장이었다. 세계는 지금 '누가 더 많이 생산하는가'의 시대를 넘어 '누가 흐름을 통제하는가'의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혈관은 여전히 해상 물류다. 원유와 LNG, 암모니아와 메탄올, 미래의 청정수소까지 모두 선박과 바다를 통해 움직인다. 미국이 중국산 선박·물류 산업 견제를 강화하고, 중국 역시 핵심 광물과 물류망 통제력을 확대하는 모습은 해운과 항만이 더 이상 단순한 운송 인프라가 아니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에너지 안보는 흐름, 경로, 통2026.05.10 15:12
탄소중립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세계는 거대한 규범 전쟁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탄소는 이제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다. 무역이고 금융이며 산업경쟁력이고 국가전략이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탄소를 사실상 새로운 통상 기준으로 만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역시 자국 산업 보호와 기술 패권 확보를 위해 저탄소 산업정책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탄소를 얼마나 줄였는지가 아니라 누가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느냐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K-ETS)를 운용하며 발전·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 등 주요 산업을 제도 안에 포함해 왔다. 정부는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에 유2026.04.26 15:58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석유라는 자원을 물리적으로 점령하려 했던 '자원 전쟁'의 전형이었다.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 시도와 이를 막으려는 미국의 봉쇄 전략은 에너지가 흐르는 길을 누가 쥐느냐가 국가의 생존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의 전격 체포와 압송, 그리고 그린란드를 향한 미국의 매입 의사 타진까지, 이 모든 사건을 관통하는 건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의 격전이 에너지 흐름의 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과거의 자원 전쟁이 유전(油田)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었다면, 지금은 에너지가 생산되어 소비지까지 이르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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