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8 16:42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 박동이 약해져 가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던 현장이 이제는 청년이 떠나고 안전사고가 반복되며, 에너지 비용과 탄소 규제가 동시에 몰려오는 벌판에 허허로운 모습으로 서 있다. 노후산단 문제는 일부 경쟁력을 잃어가는 산업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국가 제조 생태계 전체를 건 거시적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정부도 산업단지를 디지털화·무탄소화·에너지 자립화하는 '스마트그린산단' 사업을 추진 중이며, 2026년 공모에는 AX 실증산단, 에너지 자급자족 인프라가 핵심 과제로 포함됐다. 이 사업은 AI 전환·전력·탄소중립·청년 정주가 결합된 입체적 복합전략이어야 한다. 세 가지 전략을 제언한다.첫째,2026.06.21 15:18
트럼프 대통령의 80세 생일에 푸틴과 젤렌스키가 차례로 전화를 걸어왔다. 우크라이나 종전 이야기가 다시 테이블에 올랐고, 두 정상은 곧 G7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6월 시한'을 압박하던 종전 협상이, 사실은 미국이 이란발 중동 위기에 매달려 있는 동안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란 문제가 진정세를 보이고 나서야 우크라이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종전은 한 나라의 의지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다른 위기와 시간을 다투며 밀리고 당겨지는 변수다. 그리고 설령 종전이 이뤄진다 해도, 그다음에 따라와야 할 제재 해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여기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2026.06.14 16:29
자본시장은 보이지 않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가장 냉정하고 정량적인 수치로 가격에 반영한다. 그 핵심 도구가 바로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이다. WACC는 기업이 사업을 하기 위해 주주와 채권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자본 조달 비용의 성적표다. 미래 현금흐름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수록 투자자는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되고, WACC가 상승하면 미래에 벌어들일 돈의 현재가치(PV)는 급격히 감소한다. 최근 한국 수소 기업들이 겪고 있는 만성적 저평가, 이른바 ‘안보 디스카운트’의 본질은 기술력의 부재가 아니라 정치 리스크가 유발한 자본비용 상승에 있다.동일한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수소 인프라 기업들이 국가별 정책2026.06.07 16:20
그동안 수소 산업을 바라보는 자본시장의 시선은 냉정했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에는 공감하면서도, 수소는 여전히 '미래의 가능성'에 머무는 산업으로 취급받았다. 투자자들은 수소를 수익보다 명분이 앞서는 분야로 여겼고, 친환경 투자 열풍이 가라앉자 상당수 수소 기업의 주가는 기술력과 무관하게 큰 폭으로 무너졌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눈길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수소를 평가하는 잣대가 환경에서 안보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이라는 도덕적 명분 대신 국가 주권, 공급망 안정성, 에너지 자립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가치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탈탄소 당위론이 물러나고 에너지 안보 실용론이 전면에2026.05.31 15:38
글로벌 패권 경쟁은 이제 반도체를 넘어 항만, 조선, 에너지 시스템을 뒤흔드는 전면전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 중심 공급망 재편에 나서는 사이에 러시아는 북극 항로 상업화와 북극 자원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고, 일본 역시 홋카이도를 북방 물류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세계는 이제 “무엇을 얼마나 생산하는가”보다 “누가 핵심 흐름(Flow)을 설계하고 통제하는가”를 겨루는 시대에 들어섰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동해안을 대륙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단절의 공간처럼 인식해 왔다. 그러나 북극 항로 시대가 열리면 동해는 더 이상 끝이 아니라 유라시아와 북극, 태평양을 연결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부산·울산·포항·원2026.05.17 15:55
불과 며칠 전인 지난 14일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은 반도체와 AI, 희토류와 공급망, 항만과 해상 물류까지 뒤엉킨 패권 경쟁의 현장이었다. 세계는 지금 '누가 더 많이 생산하는가'의 시대를 넘어 '누가 흐름을 통제하는가'의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혈관은 여전히 해상 물류다. 원유와 LNG, 암모니아와 메탄올, 미래의 청정수소까지 모두 선박과 바다를 통해 움직인다. 미국이 중국산 선박·물류 산업 견제를 강화하고, 중국 역시 핵심 광물과 물류망 통제력을 확대하는 모습은 해운과 항만이 더 이상 단순한 운송 인프라가 아니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에너지 안보는 흐름, 경로, 통2026.05.10 15:12
탄소중립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세계는 거대한 규범 전쟁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탄소는 이제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다. 무역이고 금융이며 산업경쟁력이고 국가전략이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탄소를 사실상 새로운 통상 기준으로 만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역시 자국 산업 보호와 기술 패권 확보를 위해 저탄소 산업정책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탄소를 얼마나 줄였는지가 아니라 누가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느냐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K-ETS)를 운용하며 발전·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 등 주요 산업을 제도 안에 포함해 왔다. 정부는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에 유2026.04.26 15:58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석유라는 자원을 물리적으로 점령하려 했던 '자원 전쟁'의 전형이었다.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 시도와 이를 막으려는 미국의 봉쇄 전략은 에너지가 흐르는 길을 누가 쥐느냐가 국가의 생존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의 전격 체포와 압송, 그리고 그린란드를 향한 미국의 매입 의사 타진까지, 이 모든 사건을 관통하는 건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의 격전이 에너지 흐름의 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과거의 자원 전쟁이 유전(油田)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었다면, 지금은 에너지가 생산되어 소비지까지 이르는2026.04.19 16:06
숫자에는 힘이 있다. 막연한 위기의식을 정책 언어로 바꾸고, 전략적 판단에 근거를 부여한다. 국가에너지안보지수(NESI)를 설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에너지 안보를 '느끼는' 시대는 끝내고, '측정하고 설계하는' 시대를 열기 위해서였다.NESI는 Energy Security = f(Flow, Route, Control)이라는 공식을 정량화한 지수다. 에너지는 이동하는 자산이다. LNG도, 수소도, 암모니아도, 희토류도 모두 흐름으로 작동한다. 에너지 안보 지수도 그 흐름의 세 차원-얼마나 안정적으로 흐르는가(Flow), 어떤 경로로 흐르는가(Route), 누가 그 흐름을 통제하는가(Control)-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 기존의 세계에너지협의회(World Energy Council) 에너2026.04.12 16:33
필자는 지난 칼럼 'Stock에서 Flow로: 에너지안보의 패러다임 전환'에서 에너지 안보를 정적 비축 중심에서 흐름 중심으로 재정의하며 Energy Security = f(Flow, Route, Control) 공식을 제시했다.2022년 겨울 유럽이 경험한 가스 공급 중단 사태는 에너지 안보의 본질이 이미 바뀌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자원을 얼마나 많이 확보했는가에만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다. 2026년 4월 현재,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을 선언하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협상을 시작했으나 성과 없이 종료된 상황은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동시에 북극항로 물동량이 급증하며 새로운 경로가 부상하고 있다. 이제 에너지는 살2026.04.05 15:32
에너지 비축(Stock)의 시대가 남긴 유산과 한계최근 이란 사태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대한민국 에너지의 박동을 눈에 띄게 늦추고 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며 세계가 지속적으로 해온 질문은 "위기에 대비해 얼마나 많이 쌓아두었는가(Stock)?"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안보란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는 능력"으로 정의하며, 전략적 비축과 공급선 다변화를 핵심적 해법으로 제시해 왔다. 이는 에너지를 특정 장소에 저장해야 할 '자원'으로 간주하는 정적(靜的) 사고의 전형이었다.그러나 2022년 겨울,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의 밸브를 잠그는 순간 전2026.03.29 15:12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는 암전(暗轉)이 없어야 한다. 여기서 암전은 갑작스러운 정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필요한 전력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것, 가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는 것, 전력 품질이 불안정해지는 것—이 모두가 암전이다.에너지 전환이 산업의 심장을 멈추게 한다면, 그것은 성공적인 전환이 아니라 치명적인 단절이다.지금 세계는 수소·전력·AI라는 세 축이 맞물려 돌아가는 새로운 질서로 이동하고 있다. AI는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지만, 기존 전력망은 한계에 도달했다. 이 거대한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다음 시대의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의 향방이 결정된다. 수소는 그 한계를 보완할 에너지 저장2026.03.15 16:24
에너지 문제는 오랫동안 '에너지안보'라는 개념으로 설명되어 왔다. 에너지안보란 공급 중단이나 가격 급등 같은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개념이 국제정치의 핵심 의제로 부상한 계기는 1973년 오일 쇼크였다. 중동 산유국의 석유 금수 조치로 세계 경제가 큰 충격을 받으면서 에너지는 단순한 산업 자원이 아니라 국가 생존과 직결된 전략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이후 에너지안보의 개념은 점차 체계화되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안보를“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에너지 역사가인 다니엘 예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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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에는 또 다른 전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