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9 14:22
불암산으로 철쭉꽃 보러 가던 길에 작은 암자 모퉁이에 황홀할 만큼 눈부시게 핀 등꽃을 보았다. 고사목 등걸을 타고 오른 등나무가 사방으로 덩굴을 뻗어 연보라색 꽃송이를 달고 선 모습이 마치 커다란 꽃다발처럼 보였다. 올 초 세상을 떠난 ‘한국의 장 주네’(프랑스의 부랑아 출신 작가). 지게꾼 시인으로 불린 김신용 시인의 유고 시집의 ‘등꽃 아래’란 시를 떠올린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저 등꽃, 환하다.// 제 그늘 너무 짙어 등 하나 켜 놓은 것 같다.// 빈자(貧者)의 일등(一燈)도 저와 같을까// 대낮에도 밝게 켜 놓은// 저 등, 아래 서면// 그래, 누군가 발 헛디딜 이 없겠다." ('등꽃 아래' 전문) 시인의 시가2026.04.29 11:02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장 / 경제학 박사)실리콘밸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낭만적인 서사 위에 만들어진 우리 시대 꿈이자 희망이다. 그 서사의 가장 화려한 꽃이 바로 인공지능 대표기업 OpenAI였다. 엘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은 인공지능이 소수 기업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비영리로 운영해왔다. 그 혜택을 인류에게 공개하겠다는 ‘창립 서약’도 내걸었다. 그 아름다우면서도 숭고한 서사가 무너져내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우상으로 추앙받았던 테슬라의 머스크와 오픈 AI의 올트먼이 오클랜드 연방법원 법정에 섰다. 'Don't be evil(악해지지 말자)'이라는 실리콘 밸리의 오랜 격언은 이미 박물관에나 들어갈 유물2026.04.29 07:55
오늘날 전세계 석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슈퍼 파워 OPEC이 창설된 것은 1960년이다. 그 당시 세계 석유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서구 거대 석유 자본 즉 7공주로 불리는 이른바 세븐시스터즈(Seven Sisters)에 맞서 자국 자원 보호와 가격 결정권 회복을 목적으로 결성된 일종의 자원 민족주의 결집체이다.20세기 중반까지 세계 석유 시장은 엑손, 모빌, 쉐브론, 걸프, 텍사코(이상 미국), BP(영국), 로열더치쉘(영국·네덜란드) 등 7개 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들은 '석유 카르텔'을 형성하여 산유국에 불리한 양도 계약을 맺고, 생산량과 가격을 임의로 결정하며 막대한 이윤을 독점했다. 이를 금융시장에서는 세븐시스터즈라고 불렀다. 산유국2026.04.29 06:00
코스닥 지수가 마침내 1200선을 탈환했다. 지난 24일 1226.18로 장을 마치며 장기 박스권을 벗어난 모습이다. 코스피가 반도체 호황과 ‘기업 밸류업’ 정책에 힘입어 6600선을 돌파(등락률 56.97%)하며 질주하는 동안 소외됐던 코스닥의 반등은 분명 반가운 신호다. 그러나 1200이라는 숫자 뒤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부실과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이 짙게 깔려 있다. ■ '잃어버린 20년', 예금보다 못한 성적표 시장은 벌써 '이천스닥'을 꿈꾸지만 지난 20년간 코스닥이 보여준 성적표는 냉혹하다. 코스피 대형주가 60% 넘는 기록적 상승률로 체질 개선에 성공하는 동안 코스닥의 보폭은 그 절반 수준인 32.49%에 머물렀다. 동기간 미2026.04.29 05:00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연이어 내놓은 가계대출 규제가 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전세 가뭄과 월세 가속화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가계대출을 강하게 옥죄면서 전세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서민들은 월세 시장으로 떠밀리고 있으며, 특히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사회 초년생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쉴 새 없이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져 왔지만 정책의 실효성에는 강한 물음표가 붙는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4월 3주차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 누적 매매가격지수와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각각 2.51과 2.17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2026.04.28 20:02
가덕도신공항은 부산 가덕도 해역에 조성되는 국가 주도 사업으로 여객·물류 기능의 복합 인프라 사업이다. 수도권 집중 완화, 남부권 성장 거점 형성을 목표로 하며 대규모 해상 매립과 광역 교통망이 결합된 초대형 프로젝트로 추진되었으나 기술 난도와 경제성 논란이 지속된다. 정부는 가덕도신공항을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핵심 인프라로 제시했다. 철도·도로·물류기지 통합으로 남부권 산업과 항공 수요를 동시 흡수하는 구조가 목표이다. 그러나 막대한 재정 투입과 장기 운영 부담이 불가피해, 사업 타당성과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사업 추진 방식은 설계와 시공을 동시 진행하는 공공중심 대형 국책사2026.04.28 18:43
술자리를 전후한 성관계 이후 제기되는 준강간 고소는 가장 빈번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판단이 어려운 유형이다. 외형상으로는 합의된 관계처럼 보였던 상황이, 다음 날 “기억이 없다”며 형사사건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반복된다. 법적 판단의 핵심은 결국 두 가지로 수렴된다. 당시 상대방이 형법 제299조가 정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 상태를 이용한다는 피의자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이다.실무상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쟁점은 이른바 ‘블랙아웃’ 현상이다. 블랙아웃은 알코올로 인해 기억 형성 기능이 일시적으로 차단된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기억의 문제일 뿐, 당시의 판단력이나 의사결정2026.04.28 17:48
삼성전자 노조가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 측은 18일간 파업할 경우 회사 측의 손실을 18조 원 규모로 추산 중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파업 대상이 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주주들도 평택 사업장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파업에 반대하고 나섰다.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주주의 몫을 잠식하고, 장기적으로 투자와 고용 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사 갈등이 주주까지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도 성과 배분 문제를 반도체 생태계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기업 이익 배분은 경영진과 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와 인프라·소액주주·국2026.04.28 17:46
시중 자금이 증시로 몰리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75.6% 폭등하며 주요국 수익률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도 50% 이상 오른 상태다. 코스피·코스닥·코넥스를 모두 합친 국내 증시 시가총액도 6100조 원을 돌파했다. 시총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인 버핏 지수도 200%를 넘어섰다. 한국 증시 시총이 GDP의 2배를 넘는 규모라는 의미다. 미국의 227%보다 조금 낮지만 일본(186%)과 중국(71%)을 웃도는 수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외국인과 기관이 집중 매수한 결과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불발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린 총격 사건도 증시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모습2026.04.28 17:30
이재명 대통령은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선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주차장 운영에 무슨 기술이 있어서 상속 공제가 되냐”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반도체 기술 전수를 위해 공제받는 게 차라리 더 이해가 된다”는 등의 작심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국무위원들이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구윤철 부총리는 가업상속공제 제도 문제점에 대한 이 대통령의 농담 섞인 발언에 웃어 넘기는 반응이었다. 물론 겉으론 웃고 속으론 쥐구멍을 찾았었을 수도 있다. 또 이광현 국세2026.04.28 11:41
"수영장에 물이 빠지면 그동안 누가 벌거벗고 수영했는지 알게 된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2001년 버크셔 헤서웨어 주총에서 한 말이다. 당시 뉴욕증시는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도처에서 곡소리가 나던 시절이었다. 주가가 오를 때는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지만 막상 수영장 물이 빠자 나간 후에는 수영복도 입지 않고 물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큰 홍역을 치른다는 경고이다. 버핏의 이 서늘한 격언은 강세장의 환희에 취해 리스크를 망각한 투자자들에게 가장 뼈아픈 경고장이다. 모든 자산 가격이 치솟는 유동성의 ‘밀물’ 시기에는 부실한 기업도, 과도한 빚을 낸 투자자도 모두 풍요의 파2026.04.28 05:19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장 / 경제학 박사)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내년 1% 중반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호황 덕분에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반등이 가시화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한계점은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이란 한 나라가 보유한 노동, 자본 등 모든 생산 요소를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치'**를 의미한다. 이는 경제의 기초 체력이자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면 경제 과열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하회하면 경기 침체와 실업 문제가 불거진다.경제학2026.04.28 05:00
올해 초 AIA생명이 글로벌 건강관리 서비스 ‘바이탈리티’를 한국에서만 종료했다. 세계적으로 운영되던 서비스가 유독 한국에서만 끝났다는 점은 국내 헬스케어 산업이 여전히 제도적 한계에 가로막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험사 헬스케어는 예방 중심 의료로의 전환을 이끄는 핵심축이다.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보험료와 연계하는 구조는 의료비 절감과 건강 증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모델이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규제 구조다. 의료법과 개인정보 규제가 결합된 구조에서 보험사가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은 만보기, 운동량 측정 등 단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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