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8 14:18
정치는 언제나 '집단의 의사결정'을 통해 움직인다. 그러나 그 집단이 지나치게 조화로워질 때 민주주의는 역설적으로 위태로워진다. 사회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는 '집단사고의 희생자들(Victims of Groupthink)'이라는 저서에서 '집단사고(Groupthink)'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쿠바 피그스만 침공 실패나 베트남전쟁 확대 등 20세기 중반 미국의 주요 외교정책 실패 사례들을 분석하며 이 개념을 정립했다. 집단사고는 집단 구성원들이 집단의 화합과 만장일치 달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훼손되는 사고방식이다. 조화와 일치의 분위기가 오히려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게 하는 심리적 함정이2025.11.04 13:54
외부 귀인의 함정에 갇힌 한국 사회 현재 한국 사회는 전례 없는 수준의 정치적 양극화와 세대 갈등, 이념적 분열이라는 깊은 균열 속에 놓여 있다. 서로를 향한 비난과 책임 전가로 점철된 이 분열의 고리는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이 문제의 원인을 상대방의 독선, 외세의 개입 혹은 시대의 불가항력 등 외부에서 찾는다. 그러나 진정한 사회적 통합은 나의 잘못을 인정하는 메아 쿨파(Mea Culpa)의 정신, 즉 문제의 원인을 나 자신에게서 찾는 내부 귀인(Internal Attribution)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회심리학자 프리츠 하이더(Fritz Heider)가 주창한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은 사람들이 자신이나 타인의 행2025.10.21 15:06
범죄자와 하나 되는 순간, 형사는 사라진다 2022년 1월 14일부터 3월 12일까지 방영된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한국형 범죄 심리 드라마 가운데서도 인간 내면의 어두운 영역을 깊이 파고든 수작(秀作)이다. 이 드라마는 2022년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남자 부문 신인연기상과 여자 부문 신인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주인공 송하영은 프로파일러로서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의 과정은 단순한 추리나 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자와의 미묘한 심리적 거리 조절을 둘러싼 내적 투쟁을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심리학적으로 중요한 두 개념, 즉 '공감(sympathy)'과 '감정이입(emp2025.09.30 13:21
지난달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시즌 KBO 신인 드래프트에는 총 1261명이 참가했고, 이 중 110명만이 10개 프로팀의 지명을 받았다. 선택률 8.7%. 1151명의 젊은이들에게는 프로야구 선수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이 냉정하게 닫혔다. 회의장 안팎에서 혹은 집이나 훈련장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노심초사 기다렸을 그들. 마지막 110번째 선수가 불릴 때까지 초조하게 귀를 기울였을 그들. 그리고 끝내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을 때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절망하며 야구 인생의 끝을 떠올렸을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10년 이상 오직 야구만을 위해 살아온 인생이 단 하루만에 무너지는 듯한 감각. 그것은2025.09.16 13:08
“부모님, 고마워요. 하지만 힘들어요. 죄송해요.” 매년 9월 10일이 돌아오면 우리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이날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보유한 채 자살이 암·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과 함께 주요 사망 원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매년 9월 10일을 '자살 예방의 날'로 제정하고, 이날부터 일주일을 '자살 예방주간'으로 지정해 다양한 예방활동과 교육·홍보 프로그램을 실시2025.09.02 13:59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강릉에 제발 비를 뿌려 주소서.” 강릉단오제보존회가 최근 강릉 지역에 심각한 가뭄이 계속 되자 대관령산신당·대관령국사성황사에서 기우제(祈雨祭)를 봉행했다는 소식을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들은 “가뭄 해갈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담아 대관령 산신과 대관령 국사 성황신에게 가뭄 해갈을 기원하는 기우제를 지냈다”고 밝혔다. 무녀와 집사들이 전통 복식을 입고 제단에 제물을 올리고 밤·대추·떡 등 제물을 올린 뒤 비가 내리길 기원하는 축문(祝文)을 낭독했다. 기우제가 끝나고는 굿이 펼쳐졌다. 굿을 주관한 강릉단오제보존회장은 “매년 단오굿 등으로 시민 안녕과 풍어·풍년을 기원했지2025.08.19 14:49
최근 50대 아버지가 친딸을 미성년자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해 임신까지 시킨 사건이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는 수년간 침묵을 강요당하다가 병원에서 임신 사실이 밝혀진 후에야 "아버지가 그랬다"고 말할 수 있었다. DNA 검사를 통해 확인된 끔찍한 진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어두운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심리학자로서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인 가정이 어떻게 폭력의 온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2023년 5월에도 이혼 후 10년 이상 만나지 않은 친딸을 불러내 성폭력을 저질러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딸이 남긴 범행 당시 녹음 파일에는 "아빠,2025.08.05 14:29
최근 인도 북부 하티족 마을에서 벌어진 일이 화제다. 한 여성이 형제 두 명과 동시에 결혼식을 올린 것이다. 수백 명의 주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흘간 열린 성대한 결혼식에서 신랑들은 "우리 전통을 자랑스러워한다"면서 "함께 아내를 사랑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했다. 우리 눈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다. 그런데 이런 '형제다혼제'가 존재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인간의 생존 본능이 얼마나 강력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하티족의 일처다부제는 인도에서는 불법이지만,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세 사람은 어떠한 압력도 받지 않고 가족의 동의를 얻어 결혼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형제는 "2025.07.22 14:26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영웅 거스 히딩크가 다시 한국인들에게 호소했다. 이번에는 축구가 아닌 한 사람의 뿌리 찾기를 위해서다.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아직 저를 기억하고 계시길 바랍니다. 2002년 저는 아름다운 한국 땅에서 여러분과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네덜란드로 입양된 박근희 씨가 친모를 찾고 있습니다"라는 그의 절박한 목소리는 우리가 오랫동안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 바로 대한민국이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汚名)을 써온 슬픈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계기가 되었다. 네덜란드 공영방송 NPO의 유명 라디오 진행자가 된 미샤 블록(50). 그녀의 한국명은 박근희다.2025.07.01 15:01
최근 한 언론사의 인터넷판에 자녀의 성적에 극성인 한 학부모의 사연이 소개되었다(조선일보, 2025.06.30.). 기사에 따르면 한 학부모가 조교에게 자녀의 성적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메일에 따르면 이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는 절대 C학점을 받을 애가 아니니 재채점 후 그레이드를 올려달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그는 “또 이번 일을 계기로 그 대단한 서울대학의 성적 평가 방식이 참으로 엉터리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학부모의 사례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고 특수한 경우이긴 하지만 한국 부모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지나친 열정은 자식을 대학에 보낸 후에도 계속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2025.06.17 15:04
지난 칼럼에서 사람은 왜 쉽게 변하지 않는지 그 원인을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그 내용을 뒷받침할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부끄럽기도 한 개인사를 소개하는 것은 지난 칼럼의 내용을 실례를 들어 보완하려는 것이다. 필자는 서울교육대학부속 초등학교에 다녔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즈음 서울에는 두 개의 특수 초등학교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서울교육대학교 부속 초등학교였다. 당시에는 사립초등학교와 같은 특수학교가 없었다. 이 초등학교는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특별전형을 실시해 학생을 선발했다. 이 전형에서 불합격하면 일반학교로 취학하는 체계였다. 당시는 아동들이 많아 일반학교는 3부제 수업을 하2025.05.07 12:57
많은 사람들 특히 자녀와 학생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과 교사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사람 참 안 변한다”라는 것이다. 하긴 부모나 선생님들이 해주시는 좋은 충고나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즉각 실천한다면 지금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도 “과연 성격이 변하는가?”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으니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어렸을 때 형성된 성격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로 변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반면, 상담심리학의 기초를 놓아준 로저스(Carl Rogers)는 성격이 변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2025.04.22 15:22
한국은 현재 사회적으로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런 현상에 대해 많은 염려가 있다. 이런 염려의 기저에는 조화와 화합이 바람직하다는 유교적 문화가 크게 한몫하고 있다. 이런 문화에서는 분쟁과 갈등을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빨리 화합을 이루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난 본질적인 원인은 도외시하고 외면적인 조화만을 추구하는 피상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갈등은 항상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주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나만 있으면 갈등이 생길 수 없다. 그래서 갈등 관리가 미숙한 사회일수록 갈등을 피하려고 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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