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5 17:31
한때 건설사의 역할은 명확했다. 좋은 땅을 확보하고, 설계하고, 기한 안에 완공하는 것. 산업화 시대의 건설은 말 그대로 '짓는 산업'이었다.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높게, 얼마나 크게 올리느냐가 곧 경쟁력이었다. 지금 현장은 다르다. 건물은 준공검사 필증이 떨어지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부터 비로소 현실이 시작된다. 비어 있는 상가, 임차인을 찾지 못한 오피스, 운영 수익이 예상을 밑도는 건물은 시장에서 버티지 못한다. 외관이 아무리 번듯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간은 빠르게 경쟁력을 잃는다. 최근 건설업계가 겪는 어려움도 결국 여기에 닿아 있다. 공사비 상승, 착공 지연, 자재 가격 급등 같은 표면적 문제도 크지만,2026.06.01 18:06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관리소장·감리단장·구조기술사 등 총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가 발생한 서소문 고가차도는 1966년 준공된 도심 고가 구조물로, 노후화에 따른 안전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과거 콘크리트 박리·낙하 사고 이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철거와 재구축 사업이 진행 중이었다. 관계기관은 철거 공정의 적정성, 구조 안전성 확보 여부, 작업 절차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사고 원인에 대한 단정적 해석은 신중해야 한다. 다만2026.05.25 17:22
건물은 기둥이 버틴다. 기둥은 철근이 받친다. 그 철근이 없었다. GTX-A 삼성역 공사 현장에서 드러난 사실은 단순한 실수로 볼 수 없다. 승강장부 기둥 80개 중 50개, 전체의 62.5%에서 주철근이 설계 기준(2열)의 절반(1열)만 시공됐다. 누락된 철근 규모는 178t이다. 수십만 명이 매일 지나게 될 지하 공간의 뼈대가, 처음부터 반쪽짜리였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안전의 문제이자, 신뢰의 문제이자, 시스템의 문제다. 첫 번째 균열: 구조 안전성178t의 철근이 빠진 기둥은 당장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구조 결함은 시간과 하중이 쌓일수록 임계점에 가까워진다. 지하 깊은 곳의 기둥은 지진하중, 열차 진동, 지반 침하에2026.05.18 17:12
재해는 어느 날 갑자기 터지지 않는다. 반드시 징조가 있다. 무시된 위험 신호와 미뤄진 점검, 형식만 남은 서류 그리고 '설마 우리 현장에서는'이라는 안일함이 쌓여 결국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사고 뒤에 남겨진 자료를 보면 늘 그렇다. 막을 수 있었다. 2026년 들어 중대재해를 둘러싼 법적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올해부터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이름·업종·규모·사고 원인이 국민에게 공개된다. 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곳은 별도로 공표된다. 사망 사고가 나면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고, 법인에는 최대 5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이 적용 대상이다. 법의2026.05.12 08:12
하루에 수십 기가바이트, 많게는 수백 기가바이트의 로그가 쏟아진다. 이걸 사람이 들여다보며 하나하나 판단하고 반응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팀이 인공지능(AI) 기반 즉시대응시스템(Immediate Response System)을 직접 만든 것도 그 불가능함을 인정한 데서 출발했다. 모니터링부터 탐지, 알림, 대응 방법 안내까지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이 시스템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그러나 현업에 조금씩 뿌리를 내리며,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속도의 위협에 대응하는 첫 번째 방어선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결혼정보업체 듀오에서 회원 42만여 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이름·연락처 같은 기본 정보를 넘어 체중, 혼인 경력, 종2026.04.27 18:03
10년 전 스타트업의 가치는 숫자로 매겨졌다. 가입자 수, 동시 접속자, 페이지 뷰. 플랫폼에 사람이 몰리면 그 자체가 기업 가치였다. 투자자는 매출이 없어도 트래픽만 보고 수천억 원을 베팅했다. 그런데 이 공식에 균열이 가고 있다.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업 경쟁력의 무게 중심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느냐'에서 '얼마나 쓸 만한 데이터를 축적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사람은 떠나지만 데이터는 남는다. AI가 학습할수록 데이터의 가치는 복리처럼 불어난다. 트래픽이 휘발성 자산이었다면, 데이터는 축적형 자산이다. IT 현장에서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입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다. 중국은 데이터를 '2026.04.20 17:46
20여 년 전, 우리는 '유비쿼터스 시티(U-City)'를 외치며 센서가 달린 건물들과 함께 '똑똑한 도시'라 불렀다. 이후 '스마트 시티' 시대를 거치면서 도시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행정을 효율화하는 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의사결정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었고, 시스템은 늦게 반응했다. 정보는 넘쳐났지만 도시는 느렸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매킨지가 올 3월 발표한 보고서 '인공지능 네이티브 공공 인프라가 도시 운영을 어떻게 바꾸는가(How AI-native public infrastructure changes how cities operate)'는 도시를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를 뒤집는다. 도시는 이제 '공간'이 아니라 '운영체제(OS)'다. 그리고 이 OS를 구동하는 핵심 하드웨2026.04.14 18:06
최근 지방 정가를 뒤흔든 한 지자체장의 사례는 대한민국 공직사회에 서늘한 경종을 울렸다. 참사 이후 중대재해 책임론에 휩싸이며 당내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라는 절벽 끝까지 몰렸던 이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운수 소관으로 치부될 일이 아니다. 이는 단 한 번의 안전사고가 공직자의 수십 년 정치 인생을 단숨에 끝낼 수 있다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서막이다. 과거의 사고가 행정적 과실이나 정무적 부담에 그쳤다면, 이제 중대재해는 리더의 정치적 생존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고의 화살은 현장의 실무자를 지나 가장 높은 곳, 바로 의사결정권자의 자리를 정확히 겨누고 있다. 이러한2026.04.13 18:07
석 달 사이에 서울 강남에서 기업 본사 96곳이 빠져나갔다. 전국에서 공시가가 가장 높은 아파트의 집주인 절반이 30·40대였다. 100억 원 넘는 아파트를 산 젊은 부자 15명 가운데 11명은 은행 대출 한 푼 없이 전액 현금으로 집을 샀다. 놀라운 숫자들이지만 더 놀라운 건 출처다. 이 사실들은 누군가의 추정이 아니라 프롭테크 데이터 솔루션이 밝혀낸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정보는 나오기 어려웠다. 기업이 어디서 어디로 이사했는지 알려면 등기소를 직접 돌아야 했고, 임대료를 비교하려면 건물주나 중개인에게 일일이 물어야 했다. 서울 25개 구의 기업 이동을 석 달치로 정리한다는 건 기자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2026.03.30 15:54
지난 3월 20일 오후 1시 17분, 대전 대덕구 문평동의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큰불이 났다. 점심시간이었다. 170명의 근로자 가운데 상당수가 공장 내 휴게 공간에서 쉬고 있었다. 불길은 집진(集塵) 설비와 배관에 오랫동안 축적된 절삭유 슬러지를 타고 순식간에 번졌다. 샌드위치패널로 두 차례 증축된 건물 구조는 불길의 확산을 가속했고, 검은 연기가 공장 일대를 뒤덮었다.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됐고, 장비 100여 대와 인력 250여 명이 투입됐지만 공장 내 보관된 금속 나트륨 101㎏의 폭발 위험 때문에 물을 이용한 진화조차 쉽지 않았다. 10시간 30분 만에 불은 꺼졌다. 그러나 14명은 끝내 공장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60명이 부2026.03.24 08:06
밤 9시, 경기도의 한 중소 제조업체 안전관리자 김 씨는 PC 앞에 앉아 있다. 내일 오전 감독 점검이 예정돼 있어서다. 위험성 평가서와 교육 이수 현황, 점검 일지를 정리해야 하는데 서류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최신 법령 개정 내용을 반영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같은 시각, 서울 저지대 상권의 배수구에는 낙엽과 생활 쓰레기가 쌓여 가고 있다. 내일 새벽 집중호우가 예보됐지만, 누구도 이 배수구를 점검하지 않는다. 오송 참사, 서울 반지하 침수 사망 사고, SPC 사고. 반복되는 중대재해 앞에서 우리 사회는 법 강화와 처벌을 외쳤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고, 처벌 사례도 늘었다. 그러나 사고는 멈추지 않는다.2026.03.16 17:47
상업용 인테리어 시장에서 '시공 품질'을 논하는 목소리는 많다. 그러나 정작 고객이 거듭 피해를 입는 지점은 품질 이전 단계에 있다. 견적서 한 장, 자재 표기 한 줄이 만들어내는 정보 비대칭이다. 지난 십수년간 수천 건의 사후관리 현장을 직접 밟으며, 시공이 끝난 뒤에야 드러나는 문제들의 뿌리가 대부분 착공 이전에 심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목격해 왔다. 이 글은 그 현장 기록에서 출발한다. 가장 흔한 사례부터 짚겠다. 건물 창호 내부에 저렴한 단열 필름을 시공하는 관행이다. 복사열 차단을 이유로 창호 안쪽에 필름을 부착하는 사례가 많다. 열 흡수율이 높은 저가 필름을 내부에 붙이면 유리 사이 공기층이 팽창하면서 유리 파손2026.03.02 16:53
사고는 법정에서 막을 수 없다. 현장에서 막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오랫동안 거꾸로 해왔다. 사고가 나면 누군가를 처벌하고, 처벌이 두려워 서류를 쌓고, 서류가 쌓이는 동안 현장은 그대로였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악순환은 끊어지지 않았다. 법은 강해졌지만 현장은 여전히 위험하다. 숫자가 증명한다. 우리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가 지난 1월 한 달간 안전관리자, 교수, 컨설팅 전문가 등 2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중대재해 예방정책 전문가 설문' 결과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응답자의 63%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예방 중심의 제도 강화'를 첫손에 꼽았다. 또 열 명 중 아홉은 정책 방향이 '사후 처벌'에서 '사전 예방'으2026.02.09 17:36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부동산 중개 사무소. 에이전트 A는 오전 9시부터 매물 사진을 정리하고, 고객 문의에 답하고, 계약서를 검토한다. 점심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오후 3시까지 몰두하면 3건의 매물 설명과 고객 응대 5건, 계약서 검토 2건을 처리한다. 이 시각, 같은 동네의 에이전트 B는 같은 시간에 매물 설명 10건, 고객 응대 15건, 계약서 검토 5건을 끝낸다. 차이는 단 하나, 인공지능(AI)을 쓰느냐 안 쓰느냐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중요한 건 AI가 부동산 중개인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일하는 틀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식당에서 주방장은 요리에만 집중하고, 서빙은 직원에게 맡기듯이 말이다. 중2026.02.02 17:53
인테리어 현장에서 나온 폐기물이 어디로 가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발주처도, 시공사도, 심지어 처리업체조차 정확한 최종 행선지를 확언하기 어렵다. 전화 한 통, 사진 몇 장, 도장 찍힌 서류가 전부였던 이 시장은 오랫동안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 일부 현장에서 시도된 변화는 이 깜깜한 시장에 처음으로 불을 밝힌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상업용 건축, 인테리어 전문기업 알스퀘어디자인에 따르면 1200t 규모의 폐기물을 매립이나 소각 없이 전량 재자원화했고, 그 결과 서울 여의도공원 4배 면적에 17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것과 같은 탄소 감축 효과가 나왔다. 선언이 아닌 증명으로 얻어낸 성과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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