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8 10:12
가을이다. 걷기에 좋은 계절이다. 가을바람이 자꾸만 길 위에 나그네가 되라고 속삭인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1847년 제테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걸으면서 나의 가장 풍요로운 생각들을 얻게 되었다. 걸으면서 쫓아버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생각이란 하나도 없다.'라고 썼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먼 길을 떠날 수 없을 때 상암동 하늘공원만큼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장소도 없다. 서울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강을 건너온 바람결에 쉼 없이 흔들리는 억새꽃의 군무를 즐기며 걷다 보면 복잡하던 머릿속이 가을 하늘처럼 맑아져서 생각도 가지런해진다. 1978년 서울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지정된 이후 15년간 무려 92002022.09.21 09:12
가을로 접어들었다고는 해도 한낮의 햇빛은 여전히 따갑다. 여름내 녹음을 드리우던 초록의 싱그러움도 좀처럼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가는 게 계절인 줄 알면서도 조급한 마음에 가을을 찾아 나선다. 내가 찾아간 곳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농촌의 한가로움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 근심 없는 골짜기, 무수(無愁)골이다. 골짜기 위쪽에 의령옹주 묘가 있는데, 전하는 얘기로는 태조 이성계가 이 일대 땅을 의령옹주에게 하사하면서, 도성을 넘보지 않는다면 아무런 근심이 없으리라 했다 하여 무수(無愁)골이 되었다고 한다. 인가의 낮은 지붕 위로 밤나무가 주먹만 한 밤송이를 주렁주렁 매단 가지를 늘어뜨렸2022.09.07 08:30
가을을 만나러 북한산을 찾았다. 수도 서울을 품어 안으며 수려한 산자락을 펼치고 선 북한산은 자연이 그리울 때면 언제라도 찾아갈 수 있는 친근한 도심 속의 자연공원이다. 북한산을 오르는 길은 너른 품만큼이나 다양하다. 가을을 재촉하는 안개비가 내리는 아침,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들머리는 부드러운 숲길이 이어져서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을 하는 듯 발걸음이 가볍다. 마주치는 꽃들과 인사하느라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어느새 꽃향기, 숲 내음에 스친 몸과 마음은 점점 산빛을 닮아간다. 보랏빛 벌개미취와 노란 각시원추리, 흰 사위질빵, 샛노란 마타리꽃, 붉나무꽃, 미역취, 자주꿩의다리, 자주조희풀2022.08.31 08:30
청명한 하늘이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하늘은 먹구름에 덮여 수시로 비를 뿌려대곤 했는데, 오늘 아침 바라본 하늘은 티끌 하나 없이 말끔하니 가을빛이 충만하다. 한해살이풀들이 마르기 시작하는 처서를 기점으로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고 눈에 띄게 하늘빛이 맑아졌다. 한낮의 햇살엔 여전히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남아 있으나 간간이 불어오는 산들바람 덕분에 산책하는 데엔 별 무리가 없다. 몇 년 전,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했을 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도봉산과 하늘이 한눈에 들어오는 창문 뷰였다. 침대에 누워서도 창 쪽으로 고개만 돌리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속은 도봉의 흰 이마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2022.08.24 08:19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났다. 하지만 폭염의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새벽녘이 기온도 서늘하고 이따금 상쾌한 바람도 불어 하루 중에선 산책을 하거나 운동하기에 좋은 때다. 어느 날은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천변을 내달리고, 어느 날은 천천히 걸으며 새로 피어난 꽃과 풀, 그리고 나무의 낯빛을 살피며 자연의 변화를 감지한다. '랠프 월도 에머슨'은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숭배의 교훈을 배우는 이다"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어떤 가르침이나 교훈을 배우지 못한다 해도 풀과 나무 사이를 걸으며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기분이 상쾌해지면서 행복감에 빠진다. 산책길에2022.08.10 08:50
장마가 끝났다고 하지만 하늘을 덮고 있는 먹구름은 좀처럼 걷힐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간간이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기도 하지만 연일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가을로 접어든다는 입추가 지났건만 여름은 아직도 절정에 다다르지 못한 듯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는 밤에도 식지 않아 잠 못 이루는 열대야로 이어지고 있다. 밤낮없이 후텁지근한 폭염의 나날 속에서 내게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 주는 게 해 질 무렵의 천변 산책이다. 저녁나절은 한낮의 찜통더위도 한풀 꺾이고, 잠자던 바람도 살아나는 때라서 물소리를 벗 삼아 천변을 걷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천천히 걷다가 인적이 드문 곳에선 잠시 마스크를 벗고 심호2022.08.03 08:26
“어머 , 저 하늘 좀 봐 ! 마치 세잔느의 풍경화 같네.” 카페에 앉아 창 너머로 눈길을 옮기던 친구가 탄성을 질렀다. 장맛비가 그치고 잠시 드러난 쪽빛 하늘은 탄성을 자아낼 만큼 눈이 시리도록 파랬다. 그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적당히 피어난 뭉게구름까지 떠 있어 더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눈으로 보기에는 매우 매혹적인 풍경이지만 그 풍경을 마음 편히 완상할 수가 없다. 쾌적한 카페 안과는 달리 문을 열고 나가면 찜통더위가 숨을 턱턱 막히게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폭염 속에서도 마스크를 상시 착용해야 하니 여름나기가 여간 힘겨운 게 아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하루빨리 가을이 왔으면 싶다. 그러고 보2022.07.27 10:38
배롱나무꽃이 피었다. 우리가 궂은 장맛비와 폭염에 시달리느라 무심한 사이, 배롱나무는 어김없이 꽃송이를 피어 달고 여름 뜨락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이성복 시인의 표현처럼 ‘한차례 폭풍에도 그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다. 이제 장마가 끝나가는지 하늘을 덮고 있던 먹구름이 물러가고 뭉게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쪽빛 하늘이 보이고 저녁 무렵이면 어디서 날아왔는지 고추잠자리 떼가 맴을 돈다. 배롱나무꽃들이 시나브로 마당에 떨어져 쌓이며 장난처럼 여름이 지나가길 기다리지만 이제 끝이 보인다고 바투 잡았던 마음의 고삐를 느슨하게 해서는 안 된다. 배롱나무가 그 자잘한 꽃송이들을2022.07.13 08:36
바야흐로 태양의 계절이다. 장마 구름이 물러가니 불볕더위가 기승이다. 한낮은 물론이고 밤중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열대야의 무더위는 사람을 쉬 지치게 만든다. 동틀 무렵이나 해거름이 그나마 활동하기 좋은 시간이다. 아침 햇살이 도봉의 흰 바위벽에 꽂힐 무렵, 아침 운동도 하고 새로 피어난 꽃들도 살펴볼 겸 자전거를 타고 중랑천으로 나갔다. 자전거도로를 따라 바람을 가르며 힘주어 페달을 밟았다. 뺨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이 싱그럽다. 아침의 천변 풍경은 막 세수를 끝낸 아이의 얼굴처럼 상큼하다. 어느새 물은 맑아져 있고, 며칠 전 폭우에 떠내려온 토사가 군데군데 쌓여 모래톱을 만들어 놓았다. 저2022.06.29 08:54
장마철로 접어들면서 맑은 하늘 보기가 쉽지 않다. 하늘 가득 비구름이 몰려들고 몸에 와 감기는 습한 바람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쉬이 우울감에 빠지게 한다. 비록 코로나의 긴 터널을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마스크를 벗어 던지기엔 여전히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사소한 일에도 마음 상하기 쉬운 요즘, 산책만큼 좋은 묘약도 없다. 굳이 무엇을 계획하거나 의도할 필요도 없다. 무작정 집을 나서 동네 골목길을 따라 걷거나 가까운 소공원을 여유롭게 산책하면 된다. 눈길 가는 곳으로 마음이 간다는 말처럼 천천히 걸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꽃과 나무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우울감도 사라지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지구온난화의 영향2022.06.22 08:31
여름이 깊어지면서 숲도 한껏 무성해졌다.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던 나뭇잎들도 녹음으로 짙어지고 하늘엔 장마 구름이 밀려온다. 초록의 기운이 절정으로 치닫는 때이다. 흐린 하늘에서 성글게 떨어지는 빗방울이 뜨락의 치자꽃을 간질이고 있다. 낮게 깔린 기류를 타고 치자꽃 향기가 코끝을 훅 스친다. 그 맑고 달콤한 향기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치자꽃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순백의 흰 꽃은 내 발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빗방울의 간질임에도 자태를 흩트리는 법 없이 다소곳하다. 치자꽃의 아찔하면서도 강렬한 향기는 흐릿해진 기억 속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 해였던가. 남도의 작은 암자에서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었다. 밤새2022.06.15 08:46
나태주 시인은 풀꽃을 두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고 했지만 그게 어디 비단 꽃뿐이랴. 아침에 창을 열 때마다 멀리 보이는 초록숲 위로 우뚝 솟은 도봉산의 바위 봉우리도, 초등학교 담장 너머 바람을 타는 초록의 나무들도 보면 볼수록 예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새봄을 맞아 저마다 색색의 꽃을 피워 달던 나무들이 꽃을 버리고 일제히 초록 일색으로 짙은 그늘을 드리우는 요즘은 어느 나무를 보아도 고향 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정겹기만 하다. 나무들이 펼쳐 보이는 초록은 팍팍하기만 한 일상에 지쳐 날 선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보듬어 준다. 가지마다 수천수만의 잎을 가득 달고 짙은 녹음을 드리운 나2022.06.08 10:35
빗소리에 잠이 깬 아침, 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본다. 늘 가까이 보이던 도봉의 흰 이마도 오늘은 우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건너편 초등학교 운동장 가에 서 있는 몇 그루의 대왕참나무도 내리는 비가 반가운 듯 다소곳이 비를 맞고 있다. 일찍 찾아든 더위와 긴 가뭄으로 비가 간절하던 참이었는데 하늘을 보니 그리 많은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비 오는 날 숲길을 걸으면 햇빛 쨍한 날의 숲과는 전혀 다른 숲을 만날 수 있다. 일부러 비 오는 날을 택해 숲길을 걷기보다는, 숲길을 걷다가 비를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감을 활짝 열어주는 비 오는 숲은 색다른 체험이자 추억을 만들어 준다. 비에 젖은 낙엽이 뜨는 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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