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4 06:02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1935년 오스트리아의 천재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 당시 물리학계는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주도하는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Copenhagen interpretation)’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코펜하겐 해석이란 미시 세계의 입자들은 관측되기 전까지 여러 상태가 동시에 겹쳐서 존재(중첩)하며, 인간이 ‘관측’하는 바로 그 순간에 하나의 상태로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고전 물리학의 결정론적 세계관에 익숙했던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에게 이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2026.05.23 00:00
지금으로 부터 1200여년전인 서기 828년 장보고가 한반도 서남 해안의 요충 완도에 '청해진(淸海鎭)'을 설치했다. 당시 동아시아의 바다는 혼돈과 기회가 공존하는 격랑의 무대였다. 신라 말기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해적들이 창궐했고, 수많은 백성들이 납치되어 이국땅의 노예로 팔려가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참담한 비극을 끊어내기 위해 당나라에서 촉망받던 군관 자리를 과감히 박차고 고국으로 돌아온 인물이 있다. 그가 바로 해상왕 장보고다.장보고는 흥덕왕의 승인을 얻어 1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바다로 나갔다. 해상 치안을 확보하기 위한 군사 기지를 건설한 것이다. 그는 해적을 소탕하여 뱃길을 안전하게 확보한 뒤, 당2026.05.22 00:00
경제학의 세계에는 동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가장 많이 나오는 동물은 매와 비둘기다. 경제학에서 '매파'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경제의 가장 치명적인 독으로 규정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을 강력히 주장하는 강경파를 뜻한다. 매파는 실업률이 다소 오르고 기업이 도산하는 단기적인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화폐 가치를 지키는 것이 거시 경제의 근본을 지키는 길이라 믿는다.학문의 세계에 매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12년이다. 미국과 영국 간의 이른바 미-영 전쟁을 앞두고 미국 의회 내에서 무력 충돌을 불사해야 한다고 외치던 헨리 클레이(Henry Clay)와 존 C. 칼훈(John C. Calhoun) 등 젊고 호전적인 정치인들2026.05.21 00:00
세계는 또 한 번의 거대한 지정학적 단층선이 파열되는 파열음을 듣고 있다. 최근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흘러나온 발언들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동아시아 안보 질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를 중국과 논의할 수 있으며, 나아가 무기 판매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그의 암시는 1982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래 44년간 미국 대만 정책의 신성불가침한 성역으로 여겨졌던 ‘6대 보장(Six Assurances)’의 사실상 폐기를 의미한다.서방 진영은 경악했다. 반면 베이징은 쾌재를 불렀다. 타이베이는 깊은 침묵과 공포에 빠졌다. 과연 트럼프2026.05.20 14:36
지난 16일 서울 김포공항 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평소 주요 기업인들이 입출국을 할 때면 기자들이 현안을 물어보기 위해 대기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 분위기는 달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는 자리인 데다 대국민 사과를 한다고 알려져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 회장이 프레스 라인에 선 것은 노조의 총파업 예고가 국가의 큰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파업은 노조가 하는데 총수가 대신 대국민 사과를 하는 셈이다. 이 회장은 해외 출장 중 노조 파업을 앞두고 일정을 변경해 이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2026.05.20 00:00
제국의 황혼과 신흥 강권의 충돌은 언제나 기이한 풍경을 연출한다. 최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미중 정상회담의 현장은 그 정점이었다. 한때 '관세 폭탄'의 전도사를 자처하며 중국 경제의 숨통을 죄겠다던 도널드 트럼프는 예상외의 행보를 보였다. 날 선 비수 대신 '아첨'에 가까운 찬사를 쏟아냈고, 시진핑의 '위대함'과 중국의 '성취'를 치켜세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언뜻 보면 화해의 제스처 같지만, 그 이면에는 더욱 서늘하고 냉혹한 진실이 숨어 있다. 그것은 바로 트럼프식 압박의 한계와, 그 압박이 잉태한 새로운 강자의 등장 즉 시진핑의 투키디데스 경고이다. 트럼프가 정치 무대에 등장하며 내세운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2026.05.19 13:27
악덕 기업의 물건을 사자 말자는 대중의 조직적 저항을 흔히 불매운동이라고 한다. 영어권에서는 ‘보이콧(Boycott)’이라고 표기한다. 보이콧의 영어 사전적 적의는 부도덕한 기업이나 조직에 대한 대중의 집단적 거부이다. 우리의 불매운동과 거의 유사하다.보이콧은 원래 사람 이름에서 나왔다. 19세기 후반 영국 옆 아일랜드에 실존했던 악명 높은 인물 '찰스 커닝엄 보이콧(Charles Cunningham Boycott)'의 사례가 보이콧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다. 1880년, 아일랜드 서부 메이요주(County Mayo) 일대는 극심한 흉작으로 인해 소작농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었다. 영국의 부재지주(不在地主) 언 백작(Lord Erne)의 영지 관리인이었던2026.05.19 00:00
케빈워시가 연준 의장으로 부임하면서 뉴욕증시에 대차대조표 전쟁(Balance Sheet War)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역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과거 중앙은행의 무기가 '금리'라는 단검이었다면, 위기 이후의 무기는 '대차대조표'라는 거대한 성벽 그 자체가 되었다. '대차대조표 전쟁'은 단순히 숫자상의 축소를 넘어, 지난 15년간 이어져 온 '돈의 홍수' 시대를 끝내고 중앙은행의 본질로 돌아가려는 케빈 워시와 이를 방어하려는 기존 시스템 간의 이념적 격돌을 의미한다.대차대조표 축소(Quantitative Tightening, 양적 긴축)란 중앙은행이 보유한 채권 등 자산을 매각하거나 만기 시 재투자하2026.05.18 13:40
우리나라 노동관계법 체계는 문재인 정부시적이던 2021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기점으로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했다. 오랫동안 유보되었던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제98호)’이 2022년 발효됐다. 그 와중에 국제 노동 기준과 국내 실정법이 서로 따로 가는 모순이 야기됐다. 국내법상 ‘긴급조정권’과 ‘ILO 핵심협약’ 은 정면 충돌을 하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명시된 제도로, 노동쟁의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2026.05.18 11:19
국채금리 발작, 왜 반도체 주가는 날개 없는 추락을 하는가?미국 국채금리가 폭발하고 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17년만의 사상 최고인 5%을 훌쩍 넘어섰다. 시장실레금리의 표준인 10년물 국채금리는 마지노선인 4.5%를 돌파한 상태이다. 미국의 국채금리가 요동칠 때마다 글로벌 증시는 발작을 일으키며, 그 충격파의 최전선에는 항상 ‘반도체’ 기업들이 서 있다. 시장을 주도하던 인공지능(AI) 랠리의 주역이자, 4차 산업혁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국채금리 상승기마다 유독 깊은 수렁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시장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었다는 피상적인 분석을 넘어, 금융의 본질과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특2026.05.18 00:00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인공지능 반도체가 또 한번의 변신을 맞고 있다. 이번 변신의 주역은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erebras Systems)이다. 세레브라스 시스템즈가 뉴욕증시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이며 시가총액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세레브라스 돌풍은 지난 수년간 지속된 AI 하드웨어의 독점적 패러다임이 붕괴되고 있음을 알리는 서막이자 기술적 ‘초격차’의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세레브라스의 역사는 ‘효율성’에 대한 집요한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2015년 실리콘밸리의 베테랑 하드웨어 엔지니어인 앤드류 펠드먼(Andre2026.05.17 00:00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전 고려대 교수 국채금리 왜 치솟나 대체 어디까지? - 인플레이션의 귀환과 글로벌 채권 투매의 경고글로벌 채권시장이 심상치 않은 발작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국채 금리가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일제히 치솟으며 전 세계 금융시장에 짙은 암운을 드리웠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하루 만에 13.8bp(1bp=0.01%포인트) 급등한 4.597%를 기록했다. 연준의 통화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 역시 4.08%로 뛰어올랐다.무엇보다 시장에 충격을 안긴 것은 장기 경제 펀2026.05.16 00:00
클래리티법이 마침내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의 문턱을 넘었다. 최종 입법까지는 아직도 넘어어야 할 산이 있지만 상임위에서 15대 9라는 초당적 지지 속에 문턱을 넘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클래리티법의 영어 풀네임은 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 금융 체계로 편입시키기 위해 미국 의회에 발의된 포괄적 기본법이다.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규정하고, 감독 기관 간의 관할권을 정립하는 것이 목적이다. 클래리티법은 크게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그 첫째가 관할권 획정 (Jurisdictional Clarity)이다. 가상자산이 '증권(Security)'인지 '상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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